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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임상시험' 제약사 처벌받을까…검찰은 늑장수사

입력 2019-07-29 22:04 수정 2019-07-3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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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임상시험 대상자들은 쇼크나 부작용을 감수하고 수십번씩 채혈을 해야 하지요. 그런데 국내 한 제약회사가 내부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불법 임상시험을 벌여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원의 채혈에는 의료인 자격도 없는 이른바 '주사아줌마'가 동원됐고, 비글견 그러니까 강아지를 이야기합니다. 비글견 시험을 한 것처럼 허위 문서까지 꾸몄습니다.

임지수 기자입니다.

[기자]

안국약품 중앙연구소입니다.

이 연구소에서 불법 임상시험이 벌어진다는 제보가 식약처에 들어온 것은 2017년 7월.

특허 기간이 끝난 약품의 개량 신약을 실험할 때 연구원들의 피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식약처 수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애초 이 회사는 비글견의 피를 뽑아 시험한 것처럼 검체 분석기관과 계약서를 썼습니다.

하지만 국과수 분석에서는 사람 대상 시험을 벌인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검체 분석기관 관계자 : (당시에는) 경쟁하는 데가 많으니까 (허위 보고서) 이런 걸 해줌으로써 너희한테 다른 계약 많이 밀어줄게 (하는 유혹이 있었을 것이다.)]

특히 연구원들에게 투약된 약품은 혈압강하제와 항혈전응고제.

부작용이나 쇼크 위험 때문에 의사 처방 없이는 구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입니다.

[약국 관계자 : 출혈 부작용이나 이런 것 때문에 모니터링해 가면서 수치나 이런 걸 봐야 해서 (의사 처방이 필요하다.)]

그런데 연구원들은 동의서는커녕 검강검진도 받지 않은 채 시험 대상이 됐습니다.

임상 시험 현장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응급 의료진도 없었습니다.

이른바 의료인 자격이 없는 일명 '주사아줌마'가 채혈을 맡았던 것입니다.

안국약품 측은 회사 지시나 강요 없이 연구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안국약품 관계자 : (임상시험이) 실패할 경우 제품 출시가 늦어지기 때문에 선점한 업체들을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어려움 같은 게, 연구원들의 자발적 동의를 받고.]

하지만 당시 불법 임상시험에 든 수천만원의 비용은 대표이사 결재까지 받아 나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정형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 : 의료법 위반, 약사법 위반, 생명윤리법 위반, 미국이나 유럽 제약회사에서 이렇게 했으면 그 회사는 파산할 겁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영상디자인 : 오은솔)

[앵커]

안국약품의 불법 임상시험 사건은 지난해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1년 반 넘게 수사중이라며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 JTBC 취재진이 확인해보니까 이런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제약회사들의 불법 사건들을 검찰에 넘긴 식약처도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역시 임지수 기자입니다.

[기자]

[어준선/안국약품 회장 : (불법 임상시험 지시하셨습니까?)… (아니면 아드님이 지시하신 건가요?)…]

안국약품의 불법 임상시험 사건이 식약처에서 검찰로 송치된 것은 지난해 1월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1년 반 넘도록 재판에 넘길 지 결론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불법 임상시험 비용의 최종결재권자였던 어진 대표는 이와 관련해 한 차례 조사도 받지 않았습니다.

식약처 규정에 따르면 제약사가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대해 엄격합니다.

동의서뿐만 아니라,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임상시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임형석/서울아산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 : 그 사람들(연구원)이 과연 자발적으로 동의를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임상시험 과정에서 채취한 혈액들입니다.

개발하려는 약을 먹기 전후로 피를 뽑고 복제하려는 약을 먹은 뒤에 다시 피를 뽑는 등 한 사람이 많게는 수십차례 채혈을 해야 합니다.

실제 승인받은 임상시험에서도 10명 중 4명꼴로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엄격한 규정과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임상 시험에 내몰리는 이유는 시간과 비용 때문입니다.

[강모 씨/전 A제약사 직원 : 저렴한 비용으로 가까이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내 메신저나 상사들이 참여하라고. 네가 만든 약인데 그거를 네가 못 먹냐? 너는 빠지냐? 못 믿겠느냐? 애사심이 없다.]

식약처는 지난 5년간 1538명이 연루된 사건 955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그중 163명에 대해서는 무혐의가 났는지, 재판에 넘겨졌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123명의 경우에는 사건이 어느 검찰청으로 넘어갔는지도 데이터로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식약처는 취재진이 관련 자료를 요청한 이후에야 기존 파악하지 못했던 사건 처분 내역을 검찰에 추가로 요구했습니다.

[기동민/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 : 무슨 근거로 무혐의 처분이 났는지를 (검찰이) 식약처에 다시 통보를 해줘야 해요. 그래야 토론할 수가 있거든요.]

(영상디자인 : 김형석·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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