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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사회의 눈으로 본 '탈북자 사태'

입력 2012-03-12 12:06

"북송, 공론화 아닌 실질적 해법 찾아야"

"선거에 이용 말고 탈북자 국회에 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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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 공론화 아닌 실질적 해법 찾아야"

"선거에 이용 말고 탈북자 국회에 보내야"

지난 9일 통일교육원은 18기 통일교육위원으로 지난달 위촉된 탈북자 20여 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에 통일교육위원으로 위촉된 탈북자 35명 중에는 탈북자단체 대표들 외에도 통일교육원의 통일강사교육과정을 수료했거나 지역통일교육협회에서 추천받은 탈북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대부분 한국사회에 잘 정착해 인정을 받는 사람들이다.

간담회 이후 이어진 점심자리에서 한 식탁에 둘러앉은 탈북 여성들의 으뜸 화제는 단연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였다. 이날 아침 한 언론은 중국이 탈북자 31명 전원을 끝내 북송했다고 보도한 터였다.

이들 사이에서는 북송 탈북자의 인권에 대해 국제적 관심을 호소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정부까지 중국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까지 나서 중국을 압박하면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에게 더 불리한 상황만 조성된다는 게 이들의 얘기였다.

탈북여성 A씨는 "우리가 중국대사관 앞에서 그렇게 시위하고 서명운동 해도 뭔 소용이 있었느냐"며 "중국 당국이 국제적 여론에 귀 기울일만한 상식을 갖췄다면 애당초 말도 안 되는 북한의 3대 세습을 지지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A씨는 "국제사회가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 북한으로 송환된 사람들과 중국에 숨어 있는 탈북자들은 자신들에 대한 국제적 공론화로 말미암아 더 큰 해를 당할 것"이라며 "탈북자만 불쌍하다"고 혀를 찼다.

참석자들은 북한 당국이 이번에 송환된 탈북자들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 당국이 북송 탈북자를 교화소(감옥)에 보내는 등 엄벌에 처하지만, 일부 돈 있고 '빽'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도 돈만 있으면 '뒷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는 것.

탈북여성 B씨는 "2005년께 중국에서 붙잡혀 북송돼 1년형을 받고 평안남도 증산교화소(교도소)로 갔었다"며 "하지만 방(간수들의 사무실 등)마다 레자(장판)를 깔아주고 6개월 만에 풀려났다"고 전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함경북도 출신의 C씨는 "우리 언니는 몇 년 형을 받고 교화소에 갔지만 돈을 주고 한 달 만에 나왔다"며 "요즘 북한에선 돈만 있으면 정치범도 뽑을 수 있다더라"고 동조했다.

하지만 이번에 북으로 송환된 사람들의 경우 남한과 국제사회의 여론화 때문에 북한 당국의 강한 처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이들은 "이번에 북송된 탈북자들도 일부는 한국에 있는 가족이 돈을 보내서 얼마든지 풀려나오게 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한국과 국제사회에서 너무 떠드는 바람에 한 명도 '뒷문'으로 풀려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들은 "때가 때(김정일 애도기간)이니만치 이번에 잡혀간 사람들은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갈 확률이 높다"며 "그러나 북한 내 여론을 의식해 공개처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탈북여성들은 "우리 역시 북한에 잡혀갔던 경험이 있어 붙잡혀간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로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중국대사관 앞에 가서 소리라도 지르면 속이 시원해 (중국대사관 앞에) 나간다"고 말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탈북자들 사이에 탈북자 출신을 국회에 진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기존 정치권이 탈북자 이슈를 선거에 이용하려고만 할 뿐 탈북자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게 탈북자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한 탈북자단체 대표는 12일 "우파가 탈북자 북송문제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것이나 좌파가 제주 강정마을 문제를 떠드는 것이나 똑같은 맥락"이라며 "정치권에서 탈북자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이번 총선에서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을 최소한 한 명은 배출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탈북자 출신은 지역구에 나갈 일도 없고 비례대표를 해도 한 번뿐이라 여의도에서 자기 하고싶은 얘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며 "탈북자 출신 의원이 티베트나 파룬궁 문제 등 중국의 정곡을 찌를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법안 발의 등과 같은 액션을 취하면 중국은 분명히 자극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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