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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카에게 "예, 예" 수상해서...보이스피싱 막은 '쌀집아줌마'

입력 2021-08-16 15:18 수정 2021-08-1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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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대구에서 쌀가게를 하는 강모 씨에게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택시에서 내리더니 길을 찾고 있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할머니에게 전화 받아 통화하는 강씨〈사진=CCTV 갈무리〉할머니에게 전화 받아 통화하는 강씨〈사진=CCTV 갈무리〉
길 찾는 걸 도와주려 다가가서 전화를 건네받으니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전화 너머 이 남성은 이모가 길을 못 찾는 것 같으니 좀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설명을 들으니 가까운 곳이어서 길을 알려주려고 하는 순간 다시 전화를 건네받은 할머니의 모습이 이상했습니다.

분명 이모라고 했는데 할머니는 전화 속 남성에게 “예, 알겠습니다.”라며 높임말을 쓰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에게 진짜 조카냐고 입 모양으로만 물으니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계속 “이게 내 전 재산인데”라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전화기 속 남성은 원래 알려준 곳이 아닌 다른 주소를 말하며 좁은 골목에서 보자고 말을 바꿨습니다.

할머니를 가게로 모시고 경찰에 신고하는 강씨〈사진=CCTV 갈무리〉할머니를 가게로 모시고 경찰에 신고하는 강씨〈사진=CCTV 갈무리〉
수상함을 직감한 강 씨는 할머니를 자신의 가게로 모셨습니다.

할머니는 자꾸만 알려준 그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일단 할머니를 나오지 못하게 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자초지종은 이랬습니다. 이날 아침에 할머니에게 아들의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사고가 나 수습을 해야 하니 2000만 원을 준비해 알려준 주소로 오라고 했다는 겁니다. 당황한 할머니는 아들 목소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겁니다.

곧바로 경북 칠곡에서 대구로 택시를 타고 왔는데 할머니가 내린 곳이 마침 강 씨의 쌀가게 앞이었던 겁니다.

할머니에게 아들 번호를 물어 연락해보자 역시 보이스피싱이었습니다.

경찰이 출동할 사이 보이스피싱 현금 전달책들은 달아나 버렸습니다.

할머니 아들이 고맙다고 사례하려고 했지만 강 씨는 당연한 일을 했다며 이를 거절했습니다.

강 씨는 쌀가게를 운영하며 그동안 인근 복지관에 쌀을 기부하는 등 동네에서 선한 쌀집
아줌마로 이름이 나 있었습니다.
경찰은 강 씨에게 표창장을 줄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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