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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평화의 상징? 천덕꾸러기 된 도심 '닭둘기'

입력 2015-10-0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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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요새는 닭둘기라고 불린다죠. 비대해진 몸에 제대로 날지 못하는 걸 빗댄 말인데요. 이런 모습도 모습이지만 정말 심각한 골칫거리는 비둘기들이 쏟아내는 배설물이라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항의 한 곡물 창고입니다. 안에는 사료 부원료가 가득 쌓여있는데요, 한 번 들어가 보실까요?

취재진이 곡물 창고에 들어오자 수십 마리의 비둘기 떼들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습니다.

해외에서 수입한 곡물을 창고에 잠시 쌓아뒀는데 비둘기의 먹잇감이 돼버린 겁니다.

창고 입구에 설치된 그물망도 이를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차가 다니는 곳곳에는 이렇게 비둘기 사체물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오전 오후 두 차례씩 청소를 하고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처럼 사체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군산과 부산항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관계 기관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군산시 관계자 : (배설물을) 매일 청소해야 하고 제품에 쌀 때도 있고, 기업 애로 사항으로 건의했어요. 방법을 찾고 있는데 개체 수가 너무 많아서.]

비둘기로 골치를 앓고 있는 건 서울 도심도 마찬가지.

비둘기 모이 주기를 금지한다는 안내판이나 현수막이 인근에서만 6개가량 확인됐습니다. 이곳에도 이렇게 설치됐는데요. 어떤 이유로 현수막을 설치했는지 강남구에 확인해보겠습니다.

[강남구 관계자 : 비둘기가 많이 모이니까 먹이를 많이 주니까 그러지 않았을까요?]

이곳에 사는 한 70대 할아버지가 모이를 줘 비둘기떼가 몰려든 겁니다.

[주민 : (놀이터에) 비둘기 배설물이 천지인데 거기서 아이들이 엎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머리에 이가 생기고 그런다고 해서.]

주민 수십 명은 구청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모이 주는 할아버지 : (비둘기들) 밥을 안 주면 배고프고 나를 기다린다는 생각에 괴로워서 줘야 해요. 여기(이 동네)를 제외하고는.]

국보 제2호인 원각사지 10층 석탑이 유리로 덧씌워져 있습니다.

거대한 유리 보호막은 높이만 12m에 달합니다. 이렇게 탑을 완전히 봉쇄한 이유는 다름 아닌 비둘기 배설물 때문입니다.

산성이 강한 비둘기 배설물은 문화재나 건물을 부식시킵니다.

취재진은 전문가와 함께 야생 비둘기의 위생 상태를 점검해봤습니다.

[윤신근/동물학 박사 : 세균과 곰팡이 등 기타 생물체에 유해한 이물질이 묻어있네요.]

날개를 펼치자 이의 종류인 깃털이 네 마리가 발견됐습니다.

[윤신근/동물학 박사 : 비둘기 같은 솜털이 없기 때문에 (사람 몸에서) 이가 기생할 수는 없지만 한때 떨어져 사람을 괴롭힐 수는 있겠죠.]

서울 도심에만 비둘기 4만 5천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비둘기가 도심 속에 눌러앉아 불청객 신세가 된 건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로 실시된 비둘기 날리기 행사 때문입니다.

[환경부 관계자 : 비둘기가 번식력이 강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짝을 지을 개체가 있어야 하는데 그때 (비둘기 날리기 행사) 많이 퍼졌죠.]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했습니다.

모이 주기가 금지됐지만 여전히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화재 관리자 : 문화재를 사랑하는 게 아니에요. 모이 주는 게. (알았어요, 이 양반들아.)]

영국 런던은 트래펄가 광장에서 새 모이를 줄 경우 우리나라 돈으로 9만 원가량의 벌금을 물립니다.

미국 할리우드에선 불임 모이로 개체 수를 절반가량 줄였습니다.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도심 속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모이를 주면 안 된다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개체 수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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