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작곡가 유희열 '옛날 방식'의 승리

입력 2014-11-18 09:2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작곡가 유희열 '옛날 방식'의 승리


작곡가 유희열 '옛날 방식'의 승리


유희열의 '옛날 방식'이 통했다.

17일 자정 공개된 토이의 정규 7집 '다 카포'의 타이틀곡 '세 사람'은 18일 오전 8시 기준 국내 주요 9개 음원사이트에서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성시경이 부른 '세 사람' 외에도 김동률이 부른 '너의 바다에 머무네'와 이적의 '리셋(Reset)' 등 전 수록곡이 차트 상위권을 장악해 '줄세우기'도 달성했다.

방송인에서 작곡가로 돌아와 7년만에 새 앨범을 낸 유희열은 최신 유행을 따라가기 보다 '늘 하던 방식'을 따랐다. 그에게 '디지털 싱글'이나 '미니앨범'은 어색한 단어다. 유희열은 새 앨범에 13곡을 채워 넣었다. 그는 13일 서울 신사동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서 "음원시장이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 미니앨범이나 싱글에 대한 생각은 없다.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물론 좋겠지만 내 음악을 뼛속 깊이 느끼는 분들은 다운로드를 받기보다는 앨범을 구입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성스레 담긴 앨범의 트랙 리스트를 짜는 방법도 '옛날 방식'이었다. 그는 같은 날 "요즘은 상업성있는 트랙을 앨범의 앞쪽으로 몰아 넣는다고 들었다"며 "나는 그렇지 않다. 전체적인 흐름이 연결이 안 되면 듣기 어려울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는 '다 카포'의 13곡이 한편의 이야기처럼 유기적으로 흐를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유희열은 "라디오 DJ를 맡던 시절에 선곡표를 짜는 느낌으로 트랙 리스트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앨범에는 성시경·이적·김동률·다이나믹 듀오·악동뮤지션 이수현·선우정아·김예림·빈지노 등 '초호화' 객원가수진이 참여했지만 가수의 스타성에 기대지 않았다. 모든 트랙은 '이 가수여야만 이 곡을 잘 표현할 수 있다'라는 확신이 설때만 참여를 제안했다. 유희열은 "만약 아이돌 가수를 기용했다면 훨씬 어려운 곡을 줬을 거다. 일종의 악취미와 같은 것인데 가령 유명 스타가 홍상수 영화에 나오면 어떤 느낌일지 보고 싶은 것과 같다"며 "다이나믹듀오의 경우 함께 트렌디한 힙합을 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 친구들이 토이 앨범이 아니면 언제 이런 복잡한 트랙에 랩을 얹을 기회가 있을까"라고 밝혔다.

작업 방식도 '기계화'되기 보다 '아날로그'방식을 따랐다. 그는 수 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키던 90년대 방식대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 결과물은 '핫'하기 보다 '깊이'를 낳았다. 유희열은 "예전에는 곡을 만들 때 피아노 앞에서 손으로 악보를 다 그렸다"며 "언젠가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서 데이터를 채워가며 곡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역시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피아노 앞에서 악보를 그리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연주자들에게 손악보를 나눠주고 작업을 했다. 예전의 음악적 치열함을 담아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새 앨범명인 '다 카포'는 음악 용어로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음악적으로 '초심'을 찾고자 했던 유희열의 진심이 통한 셈이다.

박현택 기자 ssalek@joongang.co.kr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