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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고용 불안 여전…거리로 내몰린 미화원들

입력 2017-02-2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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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국회 미화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돼서 화제가 됐던 일이 있지요. 국회가 모범을 보였으니 다른 공공부문도 그래도 시늉이라도 보일테지, 했다면 오산이었던 것 같습니다. 파주시 시설공단에선 민간업체로 미화업무를 넘기는 걸 놓고 갈등 중입니다. 새벽에 청소트럭에 위험하게 매달려 가는 것만큼이나 미화원들의 고용불안은 커졌습니다.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새해 첫 월요일. 국회 환경미화원들이 국회 정식 직원으로 첫 출근을 했습니다.

큰절을 올리는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과 맞절로 화답합니다.

이 모습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점차 해소해 가는 디딤돌이 될 거라 여겨졌습니다.

경기도 파주시 의회 앞입니다. 이곳에는 파란 천막이 설치돼 있는데 환경미화원 민간 위탁을 중단하고 직접 고용하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습니다. 이 천막 안쪽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경기 파주시 금촌동과 월롱면 등 다섯 개 읍면동의 청소 업무를 맡고 있는 환경미화원 47명은 다음 달 12일 자로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권성식/경기 파주시 환경미화원 : 민간으로 안 가면 직장을 잃을 수가 있으니 잘 판단해라. (문자도) 하나의 해고 통지랑 똑같은 거라고 하더라고요.]

파주시는 청소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며, 파주시설관리공단이 맡고 있던 업무를 민간 업체로 넘기고 있습니다.

오전 6시, 미화원이 승강장 앞 휴지통을 서둘러 비우고 새 비닐봉지로 갈아 끼웁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며 쓰레기를 차에 싣다 보니 위험한 걸 알면서도 트럭에 매달려 가고 있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6시 40분입니다. 작업을 시작한 지 40분 만에 벌써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모였습니다. 이쪽을 보면 음식물 쓰레기도 있고 생활쓰레기도 있고 재활용품도 있습니다.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담당 지역에 다양한 쓰레기를 미화원 1명이 모두 수집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날이 밝고 서둘러 이동해야 하지만 좁은 골목길에 불법 주차한 차량 때문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쓰레기를 가득 싣고 다시 집하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곳에선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트럭을 다 비우고 난 후에는 아직 남아있는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다시 담당 구역으로 돌아갑니다.

파주시는 미화원들이 민간 업체를 설립해 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경기 파주시 환경시설과 : 사실 이분들 을이 잖아요. 을한테 기회를 주는 부분에 대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용되는 게 아니라 사용자이면서 고용되는 형태로…]

하지만 미화원들은 민간 업체에 업무를 위탁하면 고용 불안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권성식/경기 파주시 환경미화원 :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형태라고 설명했는데, 그렇게 해서 나간 데는 한 군데도 없습니다. 고용 불안도 문제지만 노동 강도가 세질 수밖에 없어요.]

입찰에 참여한 민간 업체 세 곳의 등기를 떼봤습니다. 파주시 설명과 다르게 A업체 대표는 시설공단 소속 주무관입니다. 이 업체의 또다른 임원은 환경미화원의 업무를 관리 감독하는 현직 시설공단 팀장입니다.

뿐만 아니라, B 업체 설립에 참여한 시설공단의 한 간부는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경기도와 파주시는 지난 20일부터 복무 규정 위반과 민간 위탁 과정에서 불법 사항이 없는지 등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국회를 신호탄으로 다른 간접 고용 근로자들이 겪고 있는 차별이 점차 해소되길 바랐지만 갈길이 멀어보입니다. 여전히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은 거리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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