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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지역 경제 살리겠다" 5년간 98억 쏟아부었지만…

입력 2019-04-10 09:27 수정 2019-04-1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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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면밀하게 검토를 하지 않고 추진해서 지역 경제에 피해를 내고 있는 정부 사업 가운데 관광객들을 모아서 폐광지역의 경제를 살리겠다며 벌인 사업이 있습니다. 관광객은 안 오고 주민들은 떠났습니다.

이선화 기자가 밀착카메라로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 태백시의 통리입니다.

2000년대 후반까지 탄광 세 곳이 모여있던 대표적인 탄광촌인데요.

탄광이 사라지면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이렇게 마을을 조성해놨는데, 어떤 모습일지 둘러보겠습니다.

길가에는 연인 조형물이 늘어서있습니다.

인근에서 촬영했던 드라마의 세트장을 축소해놓은 공원도 있습니다.

기차가 다녔던 철로에는 레일바이크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태백시가 폐광지역을 되살리겠다며 지난 5년 동안 쏟은 돈은 98억 원.

하지만 관광객은 물론, 주민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민 : 그냥 지나가는 거예요. 와서 물하나 사먹을 데 제대로 없고. 이 동네 98억 들인 것 같아요?]

7년 전에 폐쇄된 통리역입니다.

역사를 개조해서 도시재생지원센터로 운영을 했었는데요.

이렇게 역 안을 들어와보시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오래된 텔레비전들이 쌓여있고요.

역 안은 텅 비어 있어서 사람의 손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은 모습입니다.

이렇게 센터 앞으로 온 우편물들만이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역 앞에 있는 식당은 문을 닫았고, 게스트하우스는 아직 문을 열지도 못했습니다.

[권영락/강원 태백시 통리 : 식당 하는 데 하나도 없어요 여기.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요. 행인이 하나도 없는데. 이집도 식당 해놔봐야 그냥 문닫고 노는 거지 뭐.]

사업비 130억 원을 들여 2006년 개장한 태백체험공원입니다.

하지만 공원 대표 시설인 탄광사택촌은 2년째 보수 공사 중입니다.

보수 공사 마감 기한도 훌쩍 넘겼지만 아직도 관광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태백체험공원 관계자 : 아 지금 거기가 공사하다 지금 끝났는데요. 뒷마무리가 안 되어서. 지붕이나 처마 이런 것들이 노후화돼서.]

나무들이 아무렇게나 잘려나갔습니다.

터가 다져진 곳에는 잡초들이 무성합니다.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은 표지판은 떨어져있고, 산 중턱 너머로 빈 건물이 보입니다.

폐광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며 2010년부터 사업이 추진된 정선의 새골위락단지입니다.

대규모 휴양시설을 조성할 예정이었지만 민간 사업자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된 것입니다.

[주민 : 투자자들이 투자해놓고. 2010년쯤에 부도가 나서…]

강원랜드로 그나마 상권이 유지돼 온 사북읍입니다.

그런데 상가 곳곳에 문태곤 강원랜드 사장의 출입을 거부하는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지역 상인들과 강원랜드 사이 갈등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4월.

강원랜드가 카지노 폐장시간을 오전 6시에서 4시로 바꾸면서였습니다.

[박현서/강원 정선군 택시기사 : 4시에 끝나죠? 그럼 4시 반에 버스 시간을 또 맞춰놨어. 바로 터미널로 가서 타고 집에 가 버리잖아. 여긴 다 죽어버리지.]

20분 전 강원랜드가 폐장하면서 차량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서 있는 곳을 기준으로 뒤편이 식당들이 모여있는 곳이고, 옆에 있는 도로가 서울 방면으로 나가는 길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차량들이 전부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강원랜드 인근 상인 : 매출이 만약에 하루에 예를 들어 300 같으면 지금은 한 100도 안 돼. 그 정도로 줄었어요.]

지역 경제가 강원랜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승구/강원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 강원랜드를 흡수할 수 있는 대체산업이 아직도 제대로 틀을 못잡아가고 있고. 그럴 기미조차도 힘들기 때문에. 대책이 전체적으로 필요합니다.]

폐광지역의 개발을 지원하겠다면서 만들어진 특별법도 이제 6년이면 시한이 만료됩니다.

그동안 자체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여러 사업을 벌였지만, 정작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효과는 적었습니다.

면밀한 검토 없는 졸속사업은 결국 지역 자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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