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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그들이 '다시 만난 세계'

입력 2016-10-1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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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대학교수라면 반드시 감당해야 할 고통의 시간이 있습니다. 1년에 두 번. 계절이 돌아오듯 어김없이 돌아오는 성적 처리 기간이 바로 그 때입니다.

A+ 폭격기…과거엔 교수 재량에 따라 학점을 줬기 때문에 이런 낭만적 별명으로 불리던 교수도 있었다지만, 지금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의 시대.

점수를 매길 때면 수업시간 내내 초롱한 눈망울을 보여주던 학생에게도 어쩔 수 없이 낮은 점수를 줘야만 했던 재량권 없는 교수의 당혹감, 혹은 자괴감이 떠오릅니다.

모두가 잘한다 해도 상당수의 학생들은 낮은 점수를 받아야 하고 무엇보다도 누군가를 끌어올리면 다른 누군가는 끌어내려져야 하는 난감하고도 씁쓸한 시대.

그리고 당황스럽게도 한 명의 대학생이 논란의 중심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한 명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사하고 여기에 대한 문제를 뉴스에서 전하는 것은 솔직히 말씀드려 불편하기도 하고 마뜩치 않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다르게 본다면 그 한 사람으로 인해 다른 모든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더 나아가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기본을 흔들 수도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그 한명을 둘러싼 논란은 오늘(18일)도 계속됐습니다.

"쓰러질 것 같아서 무대에 세우지 않았다"
"학부모가 지도교수를 바꾼 것이 아니라, 지도교수가 먼저 교체를 요구했다"
"다소의 관리부실은 있었지만 특혜는 없었다"

한 명으로 인해 학칙이 달라지고, 그 한 명에게 학점 특혜가 주어지고, 교수와 학생 사이엔 극존칭을 사용한 이메일이 오갔습니다.

조금 과장된 표현을 빌자면 학생 한 명을 위해 학교 전체가 움직였다는데, 그래서 내부 교수들조차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그 민망한 상황을 초래한 이들은 누구인가…

"대학이란 공간의 가치는 무엇이며 학문이란 무엇입니까"

지난 여름. 총장의 사퇴를 주장하며 농성했던 학생들은 투쟁가가 아닌 어느 걸그룹의 노래를 불러 시선을 모은 바가 있었지요.

밀레니엄 세대라 불리는 그들이 부른 노래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였습니다.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 소녀시대 '다시만난 세계'

그들이 다시 만난 세계는…민망하고도 음험한 어른들의 세계였을까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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