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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갈 곳이 없는데…" 철거 위기에 놓인 수상가옥

입력 2015-07-2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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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에도 수상가옥이 있습니다. 부산 염막지구에 있는 불법 무허가 건축물인데요.

어떤 사정이 있는 건지 안지현 기자가 밀착카메라로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변을 따라 늘어서 있는 허름한 가옥들. 김해 국제공항에서 2km가량 떨어진 부산의 염막지구입니다.

낙동강 지천인 맥도강의 하류입니다.

제 왼편으로는 수상가옥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자세히 보시면 파이프를 강바닥에 박고, 그 위에 합판을 위태롭게 얹어놓았습니다.

위의 공간은 창고나 화장실 등으로 이용한다고 합니다.

슬레이트와 합판을 조립해 만든 집은 위태로워 보입니다.

지난 태풍 때 피해를 입은 수상가옥입니다. 위에 슬레이트 지붕이 무너져 버렸는데요. 바닥 역할을 했던 합판도 무너져, 아래를 보시면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모습입니다.

바로 옆 벽돌집과는 굉장히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박상조/부산 염막지구대책위원장 : 합판 쪼가리 같은 것 박아서 폐자재로 때우고 그 위에 연탄재나 흙을 채웠다는 거죠.]

이곳에 수상가옥이 만들어진 건 1980년대 말입니다.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만든 불법 무허가 건축물입니다.

[정순자/부산 대저2동 30년 거주 : 강가에 돌을 좀 놓고, 연탄도 놓고 해서 살다 보니까, 없는 사람들이 다 모였어요.]

현재 51가구, 180여 명의 마을 주민 대부분은 일용직 노동자입니다.

[윤건오/부산 대저2동 : 겨우 밥 먹고 밥 세끼 정도 먹을 정도니까요. 전부 막노동하고요.]

[김상집/부산 대저2동 30년 거주 : 돈이 없어서 못 가는 거지. 돈이 있으면 누가 여기서 살려고 하겠어요.]

아무리 수상가옥이라고 할지라도 출입구인 대문은 여느 평범한 집처럼 육지에 마련돼 있는데요.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수상가옥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보니 강 위에 창고가 마련돼 있습니다.

벽면 곳곳에는 벌어진 틈을 메우기 위한 흔적이 보입니다.

바닥은 문제가 심각합니다.

바닥의 경사가 강쪽으로 굉장히 기울어져 있는데요. 펜을 놓으면 빠르게 굴러갈 정도입니다.

바닥에 균열이 간 채로 강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김금순/부산 대저2동 : 많이 넘어갔거든요. 벌어지고 있잖아요. 물이 썰물일 때 나갈 때 이게 자꾸 넘어가는 것 같아요.]

수상가옥의 바닥은 쓰다 버린 플라스틱 자재를 엮어서 만들었는데요. 이 밖에도 녹슨 철조망과 철판, 그리고 바람을 막기 위해 간판으로 공간을 만들어놓았습니다.

아래를 보면 맥도강이 그대로 보입니다.

각종 생활 폐수도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좁고 어두운 공간을 지나면 앞에 화장실이 나오는데요. 문도 잘 닫히지 않는 데다가 안에 전열기구도 없어 어둡습니다. 냄새도 심한데요.

옆으로 가보니 빨래를 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바닥에는 구멍이 나 있고, 밑으로는 강이 흐르는 것이 보입니다.

강 주변에는 녹조와 함께 각종 쓰레기가 보입니다.

열악한 환경에 철거 위기까지 놓였습니다. 이 지역이 수변을 개발하는 에코델타시티 사업에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불법 무허가 주택이어서 보상은 쉽지 않습니다.

[지자체 관계자 : 불법이기 때문에 권리를 크게 주장하시거나, 보상을 많이 받으실 수 없으니깐 어려움이 있는 거죠.]

주민들의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남이/부산 대저2동 : 우리 이렇게 사는 게 시내 어디 화장실보다도 못하죠. 안 그렇습니까. 이제 떨어져 나가라 그러면 어디 가겠어요.]

땅 위에서 살 곳이 부족해 물 위에서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

이곳에 곧 친환경 수변도시인 에코델타시티가 건립될 예정이지만 이들이 살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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