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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수험생 다독인 '이해인 시'

입력 2021-11-18 20:32 수정 2021-12-10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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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만큼은 아니길 바랐는데, '코로나 수능'은 2년째 이어졌습니다. 전국 51만 수험생들이 고사장에서 똑같이 적은 '필적 확인 문구'는 세상 사람들을 위한 한 수녀의 기도에서 나왔습니다. 시인은 우리가 함께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장하다고 했습니다.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올해는 이 열 두 글자였습니다.

['작은 노래2' 이해인 : 어느 날 비로소 큰 숲을 이루게 될 묘목들.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 갓 태어난 어린 새들]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한 간절한 기도를 담은 이해인 수녀의 시집, '작은 기도'에 수록된 시입니다.

[이해인/수녀 : 내가 쓴 시가 아닌 줄 알았다니까, 오랜만에 만나는 구절이라서. 모든 수험생이 이걸 썼다고 생각하니까 내 가슴이 막 울렁거리더라니까]

내내 마스크를 쓰고, 가슴 졸였던 한 해를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이제 넓은 하늘로 날아오를 일만 남았습니다.

[이해인/수녀 : (시험장에서) 이렇게 쓰는데 종을 쳐서 불안한 그런 꿈을 아직도 꾸거든요. 정말 그렇게 힘들면 나한테 편지라도 좀 써라 하고 싶을 만큼 굉장히 격려해주고 싶은…]

필적 확인 문구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2006년 도입됐습니다.

모두가 일제히 시험을 쳐야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존재라며 지난해에는 나태주 시인의 사랑시가,

['들길을 걸으며' 나태주 (2020년) :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다.]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한 주 연기된 2017년엔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이 문장이 놀란 수험생들의 긴장을 풀어줬습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동시에 수험생들을 위로할 수 있는 문구이되, 필체가 드러나는 ㄹ,ㅁ,ㅂ이 두 번 이상 들어가야 합니다.

매 시간 또박또박 적어내려가야 하는 필적 확인 문구.

같은 해 시험을 치른 또래들의 동질감을 확인하는 한편 재치있는 패러디로도 기억됩니다.

57년 전 수녀가 됐고 13년 전 직장암 수술을 받았던 일흔 여섯 시인은 수험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해인/수녀 : 우리가 이 시간을 이렇게 함께 살아 있다는 거 하나만으로도 참 장하다. 시험을 잘 쳤든 못 쳤든 이렇게 쳤다는 것만 해도 훌륭하다.]

(영상그래픽 :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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