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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직 사퇴" 배수진 친 이낙연…민주당 지도부 '만류'

입력 2021-09-0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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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9일)로 대선이 정확하게 6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야 대선 소식 차례로 알아볼 텐데요. 먼저 민주당입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 경선에 집중하겠다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죠. '충청 쇼크'에 빠졌던 이 전 대표가 배수진을 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사퇴 결정을 만류하고 나섰습니다. 관련 내용, 조익신 멘토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민주당 대선 경선의 첫 분수령으로 꼽히죠? 선거인단 규모만 64만 명, 1차 슈퍼위크 투표가 어제 시작됐습니다. 이른바 '충청 쇼크'에 빠졌던 이낙연 전 대표. 추격의 발판이 절실한 상황인데요. 투표일에 맞춰,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이낙연/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저는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정권 재창출에 나서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른바 '배수진'을 친 건데요. 의원직 사퇴의 뜻을 밝힌 장소도 의미심장합니다. 지역구인 종로가 아닌 광주를 택했습니다.

[이낙연/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저를 먹여주신 광주 양동의 하숙집 할머니, 저를 자식처럼 돌봐 주신 선생님들, 저와 함께 자라고 저를 지금도 도와주는 친구들 모두 고맙습니다. 대학 재학 중에 많이 굶었지만… 오늘 저는 여러분께 저의 간절한 호소를 드리고자 광주에 왔습니다.]

보신 것처럼,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는데요. 5·18 영령 앞에 떳떳한 도덕적 후보를 내야 한다며,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하기도 했습니다. 추석 직후 치러지는 호남지역 경선. 20만 선거인단의 표심도 함께 흔든 겁니다. 의원직 '사퇴 카드'. 역대 대선에서 종종 비장의 무기로 사용돼 왔습니다. 특히, 본인의 단단한 결의를 드러낼 때 말입니다.

[박근혜/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 (2012년 11월) : 저는 오늘로 지난 15년간 국민의 애환과 기쁨을 같이 나누었던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 국회의원직을 사퇴합니다. 이번 대선의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저의 정치 여정을 마감하려고 합니다.]

[안철수/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 (2017년 4월) : 저는 오늘 등록과 함께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습니다. 그것이 반드시 이기겠다는 제 의지를 보여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이 다른 분도 있었죠? 지역구민에 대한 예의를 먼저 생각한 겁니다.

[문재인/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2012년 11월) : 대통령에 당선 되면 국회의원 사퇴가 불가피 할테지만, 단지 대통령에 출마하는 것만으로 국회의원직을 그만두진 않겠다라고 유권자들께 약속을 드렸습니다.]

이 전 대표도 종로 유권자들 때문에 고심이 컸다고 하죠?

[이낙연/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저를 4년 임기의 21대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주셨고 60% 가까운 높은 지지를 보내주신 종로구민들께는 참으로 죄인 된 심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한다.]

이 전 대표의 의원직을 건 배수진.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4년, 전남지사에 도전하면서도 의원직을 던졌습니다.

[이낙연/당시 민주당 의원 (2014년 3월) : 이제 지사 선거에 전념해야 하고 의정 활동을 하기가 어려운 단계가 됐기 때문에 의원직 사퇴서를 냈습니다.]

당시 20대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했었죠? 언론에선 '이중 배수진'을 쳤다는 평가까지 나왔었는데요. 그 효과였을까요? 당내 경선에서 주승용 후보를 누르고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아마 이낙연 캠프에선 이 '승리의 추억'을 되새기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2014년, 지방선거 때보다 퇴로를 좀 더 열어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긴 합니다.

[오영훈/이낙연 캠프 수석대변인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겠다는 것은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정계 은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대선 승리에 집중하겠다, 이렇게 이해하시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권 일부에선 이 전 대표의 결단이 조금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조해진/최재형 캠프 기획본부장 (JTBC '썰전라이브' / 어제) : 배수진, 이름이 너무 예뻐요. (저도 처음에 사람 이름인 줄 알고 잠깐.) 그게 조금 더 일찍 했으면은 결기가 있고 이게 폭발력이 있었을 텐데 이미 기선이 제압당한 상황에서 하시니까 배수진이 목숨 거는 결기보다도 예쁜 이름처럼 들리는 상황이 돼버렸어요.]

이재명 캠프에선 의원직 사퇴와 대선 경선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 의문을 제기했죠?

[김영진/이재명 캠프 상황실장 (JTBC '썰전라이브' / 어제) : 저는 의원직 사퇴와 대권 후보 경선은 사실은 큰 연관 관계는 없다.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을 선택하는 그런 의미는 있겠지만 그 뜻들이 또 현장에서 국민들과 선거인단이 잘 판단하시리라 봅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한마디로 경솔한 결정이다, 평가절하했습니다.

[추미애/전 법무부 장관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어제) : 그분께서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잇겠다 했는데, 김대중 대통령은 국회의원직을 굉장히 소중히 여겼던 분이고. 또 노무현 대통령도 종로 1번지, 정치 1번지에서 많은 각고의 노력을 하셨던 곳이잖아요? 그것을 생각하면 너무 가볍게 180석 준 의미를 잊어버리시고…]

[이낙연/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동료가 지독한 고민을 했을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그에 대한 이해나 연민이 선행되는 것이 좋겠다. 그 생각을 합니다.]

이 전 대표가 갑작스럽게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자, 민주당 지도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송영길/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경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의와 의지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걸 어떻게 처리할 건지 이런 문제는 이낙연 후보님을 한번 만나 뵙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 판단하도록 하겠습니다.]

당 지도부가 내린 결론, 사퇴 만류입니다.

[고용진/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 송영길 당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는 원팀으로 대선을 치러 나가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만류를 하고 계시다.]

송영길 대표가 이 전 대표를 직접 만나, 설득작업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이 전 대표가 친 배수진. 다른 후보들에게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김두관, 박용진 두 주자. 의원 타이틀을 쥐고 있죠?

[김두관/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이낙연 후보께서 정말 쉽지 않은 큰 결심을 해서 저는 한마디로 좀 좋은 성과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갖기는 했는데, 또 이렇게 국민이 준 엄중한 의원직을 이렇게 또 사직하는 점에 대해서는 마음이 많이 아프고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지사찬스' 논란이 불거졌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다시 공세의 타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낙연/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금 어떤 분은 의원직, 어떤 분은 도지사직 가지고 계신데, 혹시 그분들도 좀 동참을 하셔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어떠세요?) 그것에 대해서 제가 이랬으니까 너도 이래라 그런 식으로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각자 알아서 판단하겠죠. 그런데 예전에 그 문제가 나왔을 때 그러면 네가 의원직 사퇴하라고 말했던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분들이 지금 다른 얘기를 하고 있죠. 그건 이상하죠.]

당 지도부가 이 전 대표의 사직안을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으면,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한데요. 하지만, 이 전 대표의 결심은 확고합니다. 오늘 의원회관을 비우는 한편, 보좌진들도 면직처리했습니다. 의원직 사퇴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가 되는데요. 이낙연 캠프의 좌장을 맡고 있죠? 설훈 의원도 의원직에서 함께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려다, 당내 의원들의 강력한 만류로 기자회견을 보류하기도 했습니다. D-6개월, 딱 반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 이 전 대표의 배수진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요? 톡쏘는 정치, 이렇게 정리합니다.

[영화 '신의 한 수' : 망가진 삶을 역전 시킬 수 있는 우리 인생에도 신의 한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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