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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비 오면 물 범벅, 흙 범벅…막막한 이주노동자

입력 2020-08-1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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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1일) 밀착카메라는 비 피해를 입고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재민들 그중에서도 이주 노동자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지금 어렵게 복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복구 작업이 다 끝나도 이들이 돌아가야 할 원래 살던 집은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위태로운 가건물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거주 환경을 연지환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지난 9일 늦은 밤, 취재진은 경기도 안성의 이재민 대피소를 찾았습니다.

체육관 내 들어선 임시 천막들.

젖은 옷들이 널려 있고 생수와 휴지도 보입니다.

곳곳엔 외국어로 방역 수칙 안내문도 붙었습니다.

이번 비에 이재민이 돼 버린 이주노동자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이곳 이재민 대피소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모두 이주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이 살고 있던 숙소가 모두 물에 잠겼기 때문인데요.

앞으로 이곳에 일주일은 더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열 명 넘는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대피소에서 하루빨리 복구되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A씨/이주노동자 : 농장이 지금 일 못 해요. 야채는 다 죽어요.]

[B씨/이주노동자 : 다 망쳤어요. 냉장고도 옷도 세탁기 다 많이 버렸어요.]

그동안 일하며 지내온 숙소가 한순간에 날아간 겁니다.

[B씨/이주노동자 : (집이 어떻게 생겼어요?) 집은 비닐하우스. 네.]

[A씨/이주노동자 : 농장에 하우스에. 방에 살았어요. 농장에 물 들어갔어요. 물 잠겼어요.]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도 기약이 없습니다.

[B씨/이주노동자 : 지금부터는 일주일 동안 있어요. 아직 몰라요. 지금. 비 끝나면 가야죠.]

이들의 숙소는 어떤 상황일까, 현장으로 가 봤습니다.

찢어진 비닐하우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번 집중호우 때 허벅지 높이까지 침수됐던 비닐하우스입니다.

지금은 물이 빠진 상태인데요.

이주노동자들은 이런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컨테이너를 숙소 삼아서 생활을 했습니다.

바닥을 보면 아직 물이 들어찼던 흔적, 그리고 쓸려 온 흙이 어지럽게 남아 있습니다.

밖에는 밥그릇까지 놓여 있어서 사람의 흔적이 여전합니다.

삽시간에 쏟아진 비에 빨래는 걷을 틈도 없었는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습니다.

바닥이 마르고 복구가 되어야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지난주 닷새간 70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진 강원 영서 북부지역.

농작물 피해도, 농민들 시름도 큽니다.

이곳 철원에 있는 이 마을도 지난 집중호우 때 두 번 물에 잠기면서 가장 피해가 컸던 곳 중 하나입니다.

저 뒤로 보이는 비닐하우스들도 물에 잠기면서 복구 작업이 진행됐었는데요.

이 방문자 센터도 임시 주민 대피소로 활용됐었는데 침수돼서 지금은 복구 작업이 한창입니다.

이재민이 된 이주노동자들은 낮엔 밭에서 일하고 저녁엔 대피소로 돌아가는 일상을 반복합니다.

[C씨/이주노동자 : 6시부터, 6시까지 근무해요. 호수 옆, 저기 길. 길옆에 방 하나 있어요. 거기. 파란 거.]

[D씨/이주노동자 : 옆에 하우스 많아요. (다들 비 때문에) 많이 힘들어. 많이 힘들어.]

지난 2018년 기준으로,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 세 명 중 한 명이 임시 가건물에 사는 걸로 조사됐습니다.

정부가 비닐하우스에 사는 걸 규제했지만 그 안에 있는 가건물은 해당하지 않다 보니 비닐하우스 안에 컨테이너 등을 집어넣고 이주노동자들을 머무르게 하는 꼼수가 생겨난 겁니다.

가건물들은 주로 농장 옆 저지대에 위치해 큰 비가 내리면 침수되기 쉽습니다.

게다가 견고하지 못한 조립식 건물이 대부분이라 비상시 대피도 어렵습니다.

[김달성/목사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 집중 폭우가 올 경우에 제대로 지은 주택에서는 급하게 물이 밀려들 경우에 옥상이나 지붕으로라도 올라갈 수가 있습니다. 이런 움막 같은 숙소는 더 피해를 볼 수밖에…]

해마다 침수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는데도 마땅한 대책도 없고 법 위반 소지가 있지만 고용주인 농장주에게 이주노동자가 책임을 묻기도 어렵습니다.

[김이찬/지구인의 정류장 대표 : 문제는 거기에서 사람을 살게 하고 이익을 취한다는 거죠. 근로기준법 개정안 내용에 침수 피해 등 위험하지 않은 곳에 기숙사를 설치할 수 있도록 되어 있거든요.]

기록적인 폭우는 그치더라도 이런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때마다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침수와 복구를 반복해야만 하는 걸까요.

최소한의 신변의 안전은 보장해줄 방안을 고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이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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