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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을 버텼지만'…미수습자 가족 1094일의 기록

입력 2017-04-1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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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을 버텼지만'…미수습자 가족 1094일의 기록


'3년을 버텼지만'…미수습자 가족 1094일의 기록


'3년을 버텼지만'…미수습자 가족 1094일의 기록


지난 9일 '2014.4.16 그날의 진실'과 함께 세월호가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왔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89일, 인양 작업을 시작한 지 18일 만이다.

세월호가 무사히 뭍에 오른 순간, 숨죽여 지켜보던 모두가 안도했지만 여전히 눈물이 마르지 않는 곳이 있다.

'미수습자'라고 불리는 9명의 가족들이 머무는 목포신항 만 앞 컨테이너 숙소.

무심한 시간은 또 흘러, 14일 현재 이들이 가족들을 기다린 지 1094일, 이틀 뒤 참사 3년을 맞지만 그들의 기다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다림에 익숙하다"고 습관처럼 말하는 그들의 시간은 여전히 2014년 4월16일에 멈춰있다.

시간이 멈춰버린 그날 모든 게 시작됐다. 304명이 진도 앞 바다에 수몰되는 전대미문의 사고가 터졌다.

'전원 구조' 소식에 가벼운 짐만 챙겨서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으로 향했던 가족들이었다. 언론의 오보와 해경의 거짓 수색 발표에 분노했다.

현장에 대한 정보가 가족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구조 소식 없이 골든타임이 끝났다.

'살아 돌아오길' 기다리던 팽목항에는 연일 비보만이 전해졌다. '무사생환'의 희망이 사라진 뒤 진도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에서는 아픈 기다림이 시작됐다.

희생자 수습이 늘어가면서 가족들도 하나 둘씩 팽목항과 체육관을 떠났다.

그해 7월18일 세월호 식당 칸에서 294번째 시신을, 그 뒤 102일 만인 10월28일 295번째 희생자를 수습하면서 미수습자는 9명까지 줄었으나 같은 해 11월11일 수중 수색이 참사 210일 만에 중단됐다.

그리고 884일이 지나도록 미수습자 숫자는 9명에서 줄지 않았다.

이후 팽목항에는 9명의 미수습자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컨테이너 숙소만 남았다. 몇몇 자원봉사자들이 가족들을 보살폈고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며 팽목 분향소를 찾는 추모 발길이 이어졌지만, 아홉 가족들의 기다림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그만 해라', '지겹다', '세금 낭비'라는 악성 댓글은 이들 가족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도록 만들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버티고 또 버텼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둔 지난 3월23일, 미수습자 가족들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다. 진도 앞 바다에 가라앉아있던 세월호가 1072일 만에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고 이틀 뒤 인양에 성공했다.

통곡의 항구였던 팽목항에 희망의 기운이 감돌았다. 그러나 해수부가 "미수습자로 추정된다"던 유해는 "동물뼈"로 확인되면서 가족들을 또 다시 오열하게 했다.

팽목항을 떠나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만으로 자리를 옮긴 미수습자 가족들은 여전히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곧 만날 수도 있다"는 희망은 "9명 모두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는 국민들의 기도로 이어지고 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목포신항 북문 앞에서 시민들을 만나 "지금까지 많이 지켜주셨고 힘써주셨고 애써주셨고 함께 울어주셨다"며 "(국민들께)정말 감사드린다. 9명을 모두 찾아서 가족들이 돌아갈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마음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또 "하루가 1년 같다. 앞으로 수색을 하는데, 지켜보겠지만 힘든 작업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도 모른다. 하루 빨리 모두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49)씨는 "2014년 4월16일부터 내 딸을 찾기 위해 힘든 시간들을 견디고 있다. 우리들은 못 찾을까봐 무섭고 두렵다"고 오열하기도 했다.

다행히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장은 "빠르면 오는 16일 오후 해수부, 미수습자 가족들과 논의해 세월호 진입 방법과 수색 방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장수습본부도 다음 주 초까지 미수습자 수색·수습 계획을 만든 뒤 본격적인 수색 작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

"마지막에 남은 1명이 될까봐 두렵다"는 이들은 "마지막 한 명을 다 찾을 때까지 함께 하며 이곳을 지키겠다"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모두 유가족이 될 수 있길', 서로 기도하고 격려하며 미수습자 가족들은 언제 끝날지 모를 기다림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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