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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역세권 청년주택 '이유 있는' 청약 포기

입력 2020-04-3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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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30일) 밀착카메라는 청년주택의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서울시는 지하철역 근처에 2~30대를 위한 청년주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입주 예정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도 청약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이어집니다. 현장을 가 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시 종로구 지하철 동묘앞역 인근입니다.

역에서 5분 정도 떨어진 이 건물은 원래는 호텔이었지만, 지금은 리모델링을 해서 서울시 청년임대주택으로 바뀌었는데요.

당첨된 계약자들 중 90%가 청약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청년임대주택 내부입니다.

호텔 시절 쓰이던 전화기와 탁자가 놓여 있고, 바닥엔 카펫이 그대로 깔려 있습니다.

청약자들은 임대료가 저렴한 줄로만 알았는데 침구관리비와 청소비, 전자제품 렌털비 등은 별도로 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10: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고도 청약을 포기하는 일이 이어졌습니다.

[청년주택 청약포기자 : 금액적으로 좋은 금액도 아니었고, 주변 동네 자체가 좀 살기 좋은 동네라고 하기에는…진짜 역 앞에만 갖다 놓은 거예요.]

문제가 되자 서울시는 임대업자와 협의해 불필요한 서비스는 없애고 전자제품 등 옵션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내부 자제 논란도 있었는데요.

옷장 문을 열면 호텔 로고가 적힌 가운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바닥도 호텔 시절 쓰이던 카펫이 없어지고 지금은 나무로 된 마룻바닥이 깔려 있는 상태이고요.

호텔 로고가 적혀 있던 협탁도 사라지고 지금은 이런 책상이 들어와 있습니다.

[입주 청년 : 포기한 사람이 많다고 해서 들어온 거거든요. TV나 침대 임대료 이런 건 다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 청년주택은 지금도 대부분 비어 있습니다.

서울시가 기부채납을 받아 31가구를 제공하는 공공임대는 호실은 정해진 상태.

하지만, 내일 입주 예정인 당첨자들은 여태 계약서도 쓰지 못하고 감감무소식에 애가 탑니다.

[공공임대 입주예정자 : SH공사 관계자한테 문의를 해도 계속 '협의 중이다, 공사 진행 중이다, 아직 예정된 게 없다'라는 답변만 받아서 저도 아직은 지내는 곳 정리를 아예 뭐 손도 못 대고 있고…]

충정로역의 역세권청년주택.

청년주택이 되면서 '준주거지'로 용도가 변경됐고, 용적률도 올랐습니다.

하지만, 499세대 중 공공임대는 신혼부부 물량을 포함해 49가구에 불과합니다.

애초 공고 때는 이 공간을 세탁실과 주민 체육시설, 그리고 독서실 등으로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이곳에 어린이집을 만들겠다고 해 입주민들의 반발을 사면서 운영 자체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저쪽을 보시면, 이곳이 청년주택임에도 불구하고 경로당 팻말이 떡하니 붙어 있습니다.

주택법상 150세대 이상 주택단지에 경로당은 필수시설이지만, 사정에 따라 용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렌털 비용도 논란이 됐습니다.

방에 딸린 전자제품이 하나도 없어, 따로 렌털을 하거나 직접 사야 하는 상황.

결국 이것저것 따져보면 임대료가 싼 것도 아니라고 청년들은 말합니다.

[민간임대 입주 청년 : 세탁기나 냉장고 같은 경우엔 사용료만 내는 게 가능한데 에어컨은 그런 옵션이 없어요. 높은 금액으로 귀속 대여를 하거나 본인이 개별 설치하는 방법밖에는 없어요.]

사후 관리와 책임 문제도 발생합니다.

신청 자격엔 자가용을 보유하지 않아야 했지만, 청약을 위한 조건일 뿐 막상 현장에선 정기주차권까지 거래됩니다.

[민간임대 입주 청년 : 90%가 민간 소유라고 하더라도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묶여 있는 건물이잖아요. SH나 서울시에서 유지 관리하는 데에도 책임감 있게 운영을 해주셨으면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많이 미흡한 것 같아요.]

역세권 청년주택 취지에 부합하는 건 10% 수준의 공공임대가 전부인 게 현실입니다. 

자선사업을 하라고 강요할 순 없지만, 나머지 민간임대는 청년주택이란 명칭이 무색한 것도 사실입니다. 

청년이란 이름만 앞세워서 정작 각종 혜택은 임대업자에게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VJ : 서진형·손건표 / 인턴기자 : 정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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