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대 7로 밀리던 승부, 더구나 앞서나간 헝가리 선수에게는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이 쏟아졌습니다. 다 졌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시상대 맨 위에 선 것은 우리 펜싱의 오상욱 선수였습니다.
백수진 기자입니다.
[기자]
< 오상욱 : 사트마리|세계선수권대회 사브르 결승 (부다페스트) >
몸을 뒤로 쭉 빼서 칼 끝을 피하더니, 곧바로 들고 있던 검을 뻗어 상대 머리를 겨냥합니다.
[현지 중계 : 마치 우주에 떠 있는 것 같네요. 중력을 거스르고 있어요.]
10대 9로 뒤바뀐 스코어.
처음으로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오상욱은 이때부터 기세가 올랐습니다.
한때 2대 7까지 끌려가던 경기를 뒤바꾼 멋진 반전이었습니다.
190cm가 넘는 키, 오상욱은 유연한 몸놀림을 앞세워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깊게 상대를 파고들었습니다.
마지막 점수는 15대 12이었습니다.
[오상욱/펜싱 국가대표 : 처음에 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잡아서 이긴 게 금메달보다 더 기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세계선수권 첫 정상이었습니다.
덕분에 세계1위 자리도 처음 맛봤습니다.
고등학교 때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힌 오상욱이 널리 알려진 것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입니다.
결승전에서 구본길과 맞서 아깝게 졌는데 승자를 존중하고 축하해줘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단체전에서는 함께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0.2초도 안 되는 시간에 점수의 행방이 갈려 펜싱 중에서도 가장 빠른 종목 사브르.
'찌르기'뿐 아니라 '베기'도 가능하고 공격과 방어를 주고 받아야 해 얼마나 상대 칼을 재빨리 피하느냐도 중요합니다.
가장 격렬하고, 또 빨라서 검객들이 정말 겨루는 듯 합니다.
오상욱은 사흘 뒤 단체전에서 대회 2관왕에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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