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비상벨 늦게 울렸지만 사망자 '0'…기적 만든 사람들

입력 2020-10-09 20:18 수정 2020-10-09 20:19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이렇게 큰불이 무섭게, 또 오래 이어졌지만, 다행히 목숨을 잃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불이 났다고 알리는 비상벨도 늦게 울렸는데, 그 속에서도 기적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있었던 겁니다.

이불을 펴서 아이를 받아낸 주민, 또 33층부터 주민을 업고 뛰어 내려간 소방관까지 불길에 휩싸인 아파트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김지성 기자가 주민들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자정에 가까워진 시간, 불기둥이 치솟기 직전까지 아파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불이 났는지도 몰랐습니다.

[입주민 : 내가 자고 있었거든요. 딸이 깨워서 알았고 저는 몰랐어요.]

비상벨은 화재가 나고 30분 정도 지나서야 울렸습니다.

[입주민 : 화재가 났다고 경보하는 방송이 나왔으면 당연히 누구라도 대피를 일찍 하겠죠. 그런데 그런 것 없이…]

사람들은 서둘러 계단을 타고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어쩔 줄 몰라 허둥지둥 헤맬 수도 있었지만 주위를 돌아본 주민도 있었습니다.

이웃들은 어린아이부터 먼저 챙겼습니다.

에어매트가 없는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입주민 : 우리가 28층에 피난층이 있어서…29층·30층은 작은 창문으로 해서 아기부터 우리가 밑에서 이불로 펴서 받고 어른도 받고…]

15층에 사는 허모 씨는 불이 난 사실을 알자마자 같은 층 이웃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입주민 : 현관문을 여는 순간 연기가 자욱해서 초인종 눌러서 사람들 나오라고 말씀드리고…]

허씨 덕분에 이웃집 주민 7명은 무사히 아파트를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웃이 건 전화로 불이 난 사실을 알게 된 사람도 있습니다.

[입주민 : 먼저 나가신 분들이 전화가 와서 '어쨌든 바로 나와야겠다' 그래서 비상구로…]

주민들은 대피 과정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입주민 : 서로서로 독려하면서 '천천히 내려갑시다. 괜찮습니다' 격려하면서 내려왔기 때문에…서로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하면서.]

지난주 진행된 소방 훈련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입주민 : 소방훈련하면 방화문이 닫혀 있고 계단으로 탈출하는 건 알고 있으니까 그냥 무작정 계단으로 갔죠.]

평소 비상계단에 물건을 쌓아두지 않았던 것도 주민들이 빠르게 대피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입주민 : 계단에 뭐가 있으면 아저씨 관리소에서 치워주셨고…]

소방관들도 몸을 사리지 않았습니다.

소방관 네 명은 아파트 꼭대기 33층에 갇혀 있던 주민 3명을 직접 업고 1층까지 대피시키기도 했습니다.

휴일을 앞둔 늦은 밤에 일어난 큰불.

밖으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피난 공간이 마련된 15층과 28층, 옥상 등지로 피신했던 주민들 77명도 모두 안전하게 구조됐습니다.

관련기사

33층짜리 건물 휘감은 화염…15시간 40분 만에 '완진' 울산 주상복합 아파트 불길 잡아…90여 명 병원 이송 강풍에 순식간에 번진 불…'드라이비트' 화재 키웠나 불 급속 확산…"알루미늄 외장재 붙인 접착제가 원인"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