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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로 뱃길 얼어붙어…발 묶인 대청호 연안마을 주민들

입력 2018-02-07 09:28 수정 2018-02-0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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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파로 충북 대청호가 얼어붙으면서 연안마을 주민들이 열흘이 넘게 고립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호수 빙판 위를 직접 건너다니고 있는데 위험이 큽니다.

밀착카메라로 김도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충북 대청호입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호수는 최근 계속된 한파에 거대한 얼음판으로 변했습니다.

호수 건너편 마을 주민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2톤 짜리 나룻배는 얼음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게 됐습니다.

이곳 마을 주민들이 육지로 나가기 위해서는 이 배를 타야합니다.

마을에 물건을 사러 가거나 병원을 가야할 때 반드시 이용해야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인데요.

하지만 보는 것처럼 이렇게 주변이 꽁꽁 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룻밤 사이 얼은 얼음의 두께만해도요, 손가락 보다 더 깁니다.

영하 15도를 오가는 한파에 호수가 빙판이 됐지만 날이 풀릴 것에 대비해 선착장 주변 얼음이 두꺼워 지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이수길/충북 옥천군 막지리 : 하루 저녁에 이만큼씩 얼어요. 하루 저녁에 저만큼 어니까, 놔두면 얼마나 두껍겠어.]

마을 상수원인 계곡수가 얼어붙으면서 물이 끊긴지 오래입니다.

비상급수를 공급받아 생활하고 있지만 언제 다시 물이 나올지 기약이 없습니다.

[충북 옥천군 막지리 주민 : 한 열흘 전 부터 안 나오다가 엊그제 하루 나오더니 또 안 나오는거야. 아무 것도 못 하죠. 이것도 내가 어제 받아놓은 건데 이것도 얼었어.]

꽁꽁 얼어붙은 호수를 건너갈 수 있는 공기부양정도 하루에 한 두번밖에 운행하지 못합니다.

얼음이 녹거나 깨진 곳을 지나가다 선체 하부나 프로펠러가 고장날 경우 큰 돈이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비가 저게 우리나라 것이 아니에요. 수입한 장비라 갈리고 부러지면 난리가 나…]

또 다른 연안 마을은 유일한 공기부양정이 8개월째 수리 중입니다.

공기부양정이 고장 나면서 오대리 마을주민들은 열흘 넘게 고립 중입니다.

마을 건너편에서 제가 서있는 이곳까지 직선거리로 약 700m 정도 되는데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용무가 급한 주민들은 얼음 빙판 위를 그대로 걸어다니기도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 옆을 보면 이렇게 마을주민들이 강 위를 건너면서 버리고 간 나무막대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제가 서 있는 이곳 주변은 이렇게 얼음이 꽝꽝 얼어있지만,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도 손쉽게 깨져서 상당히 위험해 보입니다.

호수를 건널 때 얼음을 두드리며 걷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생존 도구인 셈입니다.

빙판 위를 건너는 한 주민은 돌아올 때 짐을 싣기 위한 썰매를 끌고 나옵니다.

조심스럽게 얼음 위를 건너는 모습이 익숙해 보입니다.

[(건너오신 거예요?) 네, 저기에서 건너온 거지. (다른 장비 같은 것 없이요?) 아유 없어요. 없어.]

옥천군은 2년 전 개통한 산길을 이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충북 옥천군청 관계자 : 사실상 도로가 있는데 도로로 다녀야지. 그리로 다니면 안되는 거죠. 길은 넓어요. 폭도. 저희도 걱정하고 가봤는데 그런 (불편한) 건 없어요.]

취재진도 임도를 이용해 마을로 들어가고 있는데요.

바로 옆은 수백 미터 낭떠러지에 비포장도로에는 곳곳에 이렇게 눈까지 쌓여있어 차로 운전하기에도 상당히 위험해 보입니다.

눈까지 쌓인데다 언덕이 가팔라 취재차량도 중간에 멈춰서버립니다.

불빛도 없이 3~4시간 걸어야 외부로 연결되는 산길은 노인들에게 사실상 무용지물입니다.

뱃길이 열흘 넘게 끊기면서 꽁꽁 언 호수 위를 건너는 주민들의 사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자체의 방관에 그 위험도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인턴기자 : 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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