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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도 없고…우리 생태계 뒤흔드는 '외래식물' 습격

입력 2016-06-3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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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생태계를 습격한 외래종, 이번엔 식물입니다. 외국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천적도 없어서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노들섬도, 예외가 아닙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시민들의 휴식처인 한강입니다.

강변 곳곳에 덩굴이 길게 뻗어있습니다.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외래식물, 바로 가시박입니다.

가시박의 줄기가 뻗어나가면서 주변 식물은 햇빛을 받지 못해 죽고 맙니다.

강변 한쪽에 있는 이 버드나무는 가시박으로 뒤덮여서 아예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인데요. 이렇게 몇십 년 이상 자란 나무도 가시박으로 뒤덮이고 나면 대부분 3년 이내에 죽게 됩니다.

가시박은 북미에서 왔는데 주변의 식물이나 물건을 지지대로 삼아 빠른 속도로 번식하는게 특징입니다.

손가락으로 줄기를 건드려봤습니다.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뱀이 똬리를 틀 듯 줄기가 손가락을 감으며 뻗어 오릅니다.

강 주변을 중심으로 확산되던 가시박은 최근 그 외 지역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성의 한 마을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밭농사가 이루어지던 곳인데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자 금세 이렇게 제 키 높이만한 외래식물들로 밭 전체가 뒤덮였습니다.

특히 가시박이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곳은 옥수수 밭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밭 바깥쪽에 있던 가시박이 끊임없이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미 이쪽에 있는 옥수수 같은 경우에는 가시박이 줄기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죽어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마을 주민 : 죽여도 죽여도 또 계속 나와요. 씨가 떨어져가지고. 비만 오면 그냥 온 천지에 다 퍼지는 거야. 힘들기야 말할 수도 없죠.]

인체에 해를 끼치는 외래식물도 있습니다.

하천 주위로 단풍잎을 닮은 식물이 빼곡히 자라 있습니다.

생태계 교란종인 단풍잎돼지풀입니다.

3미터 넘게 자라는 탓에 햇빛을 가려 주변 식물의 광합성을 막습니다.

또 꽃가루를 사람이 들이마시면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바다도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인천 강화도의 한 해변, 갯벌 곳곳에 푸른색의 풀이 눈에 띕니다.

언뜻 멋진 광경처럼 보이지만 이 식물은 최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외래식물, 갯끈풀입니다.

7, 8년 전쯤 처음 발견된 이후 인근 해변 전체로 확산 중입니다.

이 갯끈풀을 손으로 직접 한번 뽑아보겠습니다.

잔뿌리가 많고 보시는 것처럼 줄기가 두꺼워서 쉽게 뽑히지도 않습니다.

갯끈풀 뿌리가 갯벌을 촘촘하게 메우면서 갯벌에 사는 방게나 조개 등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신상범/인근 마을 어촌계장 : 엄청 많아, 지금. 이게 장난이 아니야. 지금 당장 가무락조개는 다 죽게 생겼지. 가무락 밭에 (갯끈풀이) 거의 다 나고 있어요. 칠게나 뭐 (다른 생물이) 도저히 살아남을 수가 없어.]

외래식물이 이렇게 번지는 건 국내에 천적이 없는 탓도 큽니다.

실제로 곤충이 파먹은 흔적이 있는 다른 식물의 잎사귀와 달리 바로 옆 가시박의 잎은 멀쩡합니다.

[홍선희 연구교수/고려대 환경생태연구소 : 어설프게 (외래식물을) 제거했다가는 오히려 더 번지는 결과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차라리 엄격한 테스트를 통해서 추가적인 환경 피해가 없는 천적 자원을 도입했을 때 (외래식물 제거)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취재 도중 만난 한 전문가는 식물 생태계가 파괴되면 결국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사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외래 식물이 우리의 산과 바다를 잠식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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