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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분 20초 생중계…대통령 담화문 행간에 '숨은 코드'

입력 2016-11-04 21:53 수정 2016-11-04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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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통령의 9분 20초짜리 대국민 담화는 대통령으로서는 또 하나의 승부수였던 것 같습니다. 담화문 행간에 숨은 코드를 서복현 기자와 풀어보겠습니다.

서 기자, 지난달 25일이죠. 그때 사과보다는 오늘 한 내용이 꽤 길었고 해명도 분량이 좀 많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는 90초 녹화 사과였고요. 최순실 씨의 인연에 대해서 짤막하게 언급을 했고 또 유출된 건 연설문 그리고 홍보물에 국한됐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9분 20초 생중계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인데요.

특히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는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러면 지금부터 담화문을 좀 뜯어볼까요. 일단 큰 덩어리로 몇 개를 나눌 수가 있죠.

[기자]

우선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사과를 하면서 감성적인 표현을 썼다는 부분이고요.

그리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지만 사이사이에는 법적 책임을 조금 피해가는 듯한 이런 발언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하셨지만 권한 이양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현재 국정 현안에 대해서 언급한 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앵커]

최순실 씨가 검찰에 출두할 때도 역시 변호인이 그렇게 얘기를 했죠. 감성적으로 한 얘기지 법적인 어떤 책임을 인정한 건 아니다라고 했는데, 서 기자 얘기는 오늘도 맥락이 비슷했다는 취지고.

연설문 중간중간에 사과를 직접 하기는 했죠. 여러 번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박 대통령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큰 실망을 드려 송구하다",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다", "국민께 용서를 구한다", "머리숙여 사죄드린다"고도 했습니다. 사죄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그러면서 "외롭게 지내왔다", 서글픈 마음, 가슴이 찢어진다는 감성적인 표현도 사용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뭐 이런 지금 서 기자가 얘기한 대로 사과라는 표현이 여럿 등장을 하는데, 사실 어떻게 보면 그냥 휙 지나가는 것일 수도 있지만 눈여겨볼 대목이, 보면 담화 시작부터 이번 사건 성격을 규정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부분들이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박 대통령은 오늘 담화문 첫 문장에서 이 사건을 규정했습니다. 사건 명명은 그 사건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 이 문제하고 연결이 되는데요.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최순실 씨 관련 사건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최 씨에 한정시킨 건데요.

이 사건은 초창기 때 최순실 씨 비선실세 의혹이라고 불렸지만 나중에 박 대통령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름이 조금씩 바뀌어왔죠. 그런데 사건 초기인 최순실 씨 비선실세 의혹으로 마치 시계추를 돌려놓은 듯한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첫 문장에 그걸 넣음으로 해서 이번 사건이 최순실의 사건이다 이렇게 돌려놨단 얘기죠.

대통령은 최순실 사건이다, 이렇게 분명히 규정을 했지만 이번 사건은 여러 정황상 최순실만의 사건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먼저 김필준 기자의 리포트를 보시고 다시 서복현 기자와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 '최순실 사건'으로 축소? 대통령 규정과 다른 정황들

[앵커]

최순실 관련 사건이다라고 표현했죠. 이 말 자체에서 이번 사건과 어떻게 보면 대통령이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부분을 읽을 수 있는데, 그런 표현은 담화문에 계속 등장하죠?

[기자]

네, 앞서 보도에서 나왔지만 이 표현들을 보시죠.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을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다"고 얘기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표현은 특정 개인입니다. 그러니까 최씨나 안종범 전 수석의 일로 한정시킨 것이고요. 또 있습니다.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추었던 것이 사실이다"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다"고 말했습니다.

이것도 역시 최씨의 문제인데 그 사람들에 대해서 내가 엄격하지 못했다, 이렇게 거리를 두는 듯한 표현인 겁니다.

이것은 통상 측근들, 그리고 측근들을 관리하는 관리자 입장에서 사과할 때 하는 표현인데요. 현재 최순실 씨 비리는 측근의 문제가 아니라 박 대통령이 직접 연루가 됐냐 안됐냐, 하는 부분이 문제인데요. 지금 이 상황을 한정시키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정부는 일단 문제가 있을 때마다 일부 개인의 일탈로 한정지어 왔는데요. 지금 상황에서 역시 이 담화문에서도 거리 두기를 통해서 사건을 수습하려는 것 아니냐, 이런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의 핵심 의혹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데, 3인칭 시점으로 봤다, 거리를 두고 관리를 잘못했다, 특정 개인의 일이다, 이렇게 표현을 계속했다는 부분이죠.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이 재단 설립과 관련해서 대기업 모금을 하는 과정에 박 대통령이 개입했느냐가 이번 사건의 핵심인데요.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 오늘 담화에서는 속속 드러났습니다.

김태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특정 개인이 위법" 법적 책임 거리두기 나선 대통령

[앵커]

서복현 기자, 이 대목이 어떻게 보면 중요한데 대통령이 필요하면 직접 검찰 조사를 받겠다, 그렇게 얘기를 했기 때문에 법적인 부분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이 부분을 상당히 의식해서 한 담화가 아니냐, 이렇게 보여지는 거죠.

[기자]

지금 상황이 어떻냐 하면 재단 설립 과정에서 대기업들에게 강제모금을 했다, 이런 수사가 지금 진행이 되고 있고요. 또 최순실 씨는 그렇게 강제모금 된 재단의 돈을 사기를 쳐서 빼돌리려 했던 이런 혐의도 적용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오늘 이 재단에 대해서 좋은 취지라고 설명을 하고 있는 겁니다.

또 앞서 말씀드렸지만 일부 비리에 대해서는 개인의 일탈로 한정지어서 본인과 거리를 두고 있죠. 이 부분은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앵커]

대기업 부분은 좋은 취지라고 대통령이 설명을 했지만 강제모금과 관련돼서 직접적인 발언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박 대통령은 오늘 재단 설립 과정에서 모금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했냐 하면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선의의 도움을 줬다고 얘기했습니다. 지금 수사는 강제모금, 강제성을 두고 수사를 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선의라고 얘기한 건데요.

지금 안 전 수석에 대해서 강제모금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데, 이것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모금을 했다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과 안 전 수석의 기존 발언과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지난달 25일에 1차 사과 때 역시도 어떤 표현들이 계속 있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보면 법적인 부분, 그래서 이 부분을 민정수석이 썼다 뭐 이런 얘기까지 나왔었는데, 법적인 부분을 고려했던 내용들은 1차 사과 때도 나왔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 부분은 당시에 유출된 범위를 연설문 그리고 홍보물로 국한을 했고요. 그 시기도 취임 직후까지 한정을 시켰습니다.

그 부분도 아마도 법적인 책임에서 피하려는 이런 모양새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앵커]

아까 맨 처음에 얘기할 때 최순실 씨가 출두할 때 감성적인 표현, 법적으로는 문제되는 거라고 인정한 게 아니다라는 변호인 얘기였는데 오늘 대통령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오늘 박 대통령은 재단 과정에서는 좋은 취지였다 또 선의로 했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이건 지금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 전 수석이 공익 목적의 재단이어서 여기에 대해서 대통령이 지시를 해서 자신은 이행했다. 그러니까 직권남용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은 이와 비슷하게 지금 법적인 부분에 대해서 조금 피해가면서 거리를 두는 이런 발언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오늘 10시 반에 생중계 담화를 할 때 저도 유심히 봤는데 쭉 가다가 맥락에서 확 튀는 부분이 굿판, 청와대 굿판 얘기하고 사이비 종교 얘기가 들어갔단 말이죠. 왜 그 얘기를 꺼냈을까요.

[기자]

박 대통령은 오늘 그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사이비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결코 사실이 아닌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이렇게 말을 했는데요.

그런데 사실 이 얘기가 외부에서 거론은 되고 있지만 너무 극단적이고 또 자극적이어서 저희도 보도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데 이 사건 이후에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 대해서 부인을 하면서 합리적인 의심 또 의혹까지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이런 효과를 내고 있는 겁니다.

[앵커]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해서 한 게 딱 한 게 저거 하나인데 사실 분명히 말했으면 하고 기대했던 부분은 안종범 전 수석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했다, 기업 모금을 직접 지시를 했다 이런 얘기들 아닙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이 분명히 말씀드린다는 건 사이비종교하고 굿판만 얘기가 나온 상황이죠.

표현들이 눈에 띄는 게 있는데 그중 하나가 왕래, 최순실 씨와 왕래를 했습니다라는 표현인데 그건 어떻게 봐야 될까요.

[기자]

거기에 대해서는 개인사를 도와줄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 최 씨의 도움을 받았고 왕래하기도 했다고 하기도 했는데요.

지금 쟁점이 뭐냐 하면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와의 독대입니다. 그 사이에서 재단 모금과 관련된 얘기가 나왔는지 혹은 기밀 유출과 관련된 얘기가 나왔는지가 쟁점이 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사실 검찰이 조사를 하면 최순실 씨가 청와대에 출입했는지, 출입하지 않았는지는 금방 확인이 가능할 겁니다.

그리고 또 청와대 출입과정에서 불법 의혹이 드러난 상황에서 왕래라는 표현을 쓰면서 먼저 선제적으로 쓰면서 이 부분에 대한 의미를 축소시키려는 것 아니냐 이렇게 해석하게 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검찰 조사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질문들, 의문들 이런 것들을 오늘 어떻게 보면 해명성으로 얘기했다, 이런 지적까지 나올 수 있는 상황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의 경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야 되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이 사건에 대한 규정도 했고 또 기업의 모금 과정도 이미 어느 정도 얘기를 했습니다. 이미 충분히 이것만으로도 검찰에 어느 정도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셈인 겁니다.

[앵커]

가이드라인 논란 그 부분은 잠시 후에 검찰청을 연결해서 확인해 보도록 하고요.

그런데 사실 가장 큰 관심은 뭐니뭐니해도 책임총리라고 지명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한 이양 부분인데 국정 공백을 얘기하면서 권한 이양 부분은 아예 얘기를 언급을 안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늘 당초 박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를 하면서 김병준 총리 후보자에 대한 권한 이양도 언급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요. 그런데 오늘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러니까 권한 이양 대신에 자리를 지키면서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 이렇게 발언을 한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여러 가지로 대통령의 담화문을 짚어봤는데 법적인 부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 상태고 권한 이양 이 부분도 계속해서 논란이 있을 부분이 있다 이렇게 정리를 할 수가 있겠군요. 서복현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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