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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랑 살자" 지적장애 여성 꾀어 수천만원 대출한 커플

입력 2015-10-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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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여성을 꾀어내 명의를 가로채고 수천만원대의 대출금을 받아 챙긴 연인 사기단이 검거됐다.

서울 구로경찰서(서장 이원영)는 준사기 혐의로 정모(37)씨를 구속하고 정씨의 여자친구인 김모(32·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지적장애 3급인 A(30·여)씨 명의로 대부업체에 대출을 신청하고 실제 총 7개 대부업체로부터 3950만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다.

지난해 12월부터 A씨를 알고 친한 언니동생 사이로 지내던 김씨는 자신의 남자친구인 정씨가 "명의를 빌려 대출을 받을 만한 사람을 찾아보라"고 하자 친구도 지인도 없는 A씨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김씨는 자신과 A씨의 친분을 이용해 A씨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소재 한 모텔로 유인, "대출을 받아 그 돈으로 함께 살자"며 A씨 명의의 계좌를 신규 개설하고 신분증을 새로 발급받도록 꾀었다.

정씨는 A씨가 신분증을 새로 발급 받자 일명 '작업대출' 업자에게 A씨를 데려가 신분증과 공인인증서를 넘겨주는 수법으로 A씨 명의로 대부업체 대출을 신청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A씨 행세를 하며 대부업체 상담원들과 통화해 대출 승인을 받았다.

이들은 별도의 대면심사 없이 통화와 팩스로 받은 서류만으로 거액의 대출금을 내준 대부업체의 허술한 대처를 이용, 수월하게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같이 살자"는 달콤한 말로 김씨를 믿은 A씨를 꾀어냈지만, 대출금이 손에 들어오자 도주했다.

경찰은 7개월의 끈질긴 추적 끝에 정씨와 김씨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정씨는 범행 3년 전에도 지적장애 여성을 상대로 절도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또 경찰 조사를 대비해 김씨에게 책임을 모두 작업대출 업자에게 돌릴 수 있도록 적극적인 허위진술을 지시했다. 대출금을 출금할 땐 자신의 모습이 CCTV에 포착되지 않도록 김씨만 은행에 들여보내기도 했다.

경찰은 정씨를 상대로 여죄를 수사하는 한편, 정씨와 김씨가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코치한 작업대출 업자들을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지적장애인 대상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대부업체들의 안이한 대처로 피해가 확대되는 면도 있어 사회적 관심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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