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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16회] 인천시장 선거전 "교체론" vs "심판론"

입력 2014-06-0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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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천시장 선거에는 이번 정부 들어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와 현역 시장인 새정치민주연합 송영길 후보가 맞붙었습니다. 중앙정부 지원을 강조하는 유 후보와 인천 시민의 힘을 앞세운 한 송 후보 역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무능한 시장이다, 철새 정치인이다, 격한 비난이 쏟아진 선거전 현장을 박성훈 기자가 밀착 취재했습니다.

[기자]

공식 선거 유세가 시작된 첫 날인 지난달 22일 인천 신기시장.

상점들 사이의 좁은 골목을 빠른 속도로 걸으며 보는 사람마다 악수를 청합니다.

[유정복/새누리당 후보 : 안녕하십니까 유정복입니다. (인천시장 후보입니다.)]

구두 가게 앞에서 직원에게 인사를 하,고

[안녕하십니까?]

안으로 들어가 다시 손님들과도 악수를 합니다.

[장승덕/새누리당 인천시 남구의원 후보 : 박근혜 대통령하고 제일 가까우신 분이에요. 유정복 아시죠?]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라는 소개는 빠지지 않습니다.

단시간에 많은 유권자를 접촉하는 번개 유세, 한 명의 유권자라도 더 손을 잡겠다는 유 후보의 유세 전략입니다.

반응은 다양합니다.

같이 인사를 건네는 할아버지, 악수를 받자마자 돌아서는 할머니, 팬이라고 밝히는 아주머니까지.

[시민 : (팬이시라고...) 많이 기도하고 있어요.]

10분여 만에 100명에 가까운 시민들과 손을 잡는 유 후보.

악수하고, 악수하고, 또 악수하고.

이날 눈에 띄는 점은 유 후보가 수행원은 최소화하고 거의 혼자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확성기나 안내 방송을 할 법도 한데 그러지 않습니다.

대신 작은 버스 한 대를 베이스캠프 삼아 시민들을 불러 직접 얘기를 듣고 회의도 합니다.

같은 날, 새정치민주연합의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가 같은 신기시장에서 맞불 유세를 시작합니다.

송 후보의 유세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송영길/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안녕하세요.(송영길 후보, 투표해주세요.)]

천천히 걸으면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송 후보.

[안녕하세요, 송영길 후보 오셨습니다.]

길가에서 아주머니에게 즉석에서 음료를 사기도 하고

[송영길/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자 하나씩 먹읍시다. 숫자가 몇 개지? 다섯, 여섯…]

떡집에 들러서는 일하던 직원들을 불러 사진도 찍습니다.

[송영길/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이리 오세요. 떡집에 불이 나야지. 자….]

현직 시장으로 자신이 추진한 정책에 대한 홍보도 빠지지 않습니다.

[송영길/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얘 몇 째예요? (둘째요.) 출산 장려금 받았죠? 100만 원 받았죠? (네.) 제가 만든 제도예요. 셋째 곧 낳으세요.]

그런 송 후보를 보며 박수를 치는 시민도 있고

[박영선/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 송영길 시장 후보 왔습니다.]

불편해하는 상인들도 있습니다.

[시민 : 정신없어요. 장사는 오히려 더 잘 안 되고….]

숨가쁜 유세 첫날, 후보들의 유세 분위기는 뜨거웠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조유진 : 먹고 사는 게 힘들어서 그런 건 잘 관심이 없어요. 솔직한 얘기로 시장 후보들도 잘 몰라요.]

누가 되든 경제가 좀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많습니다.

[김정자 : 지금 인천 상권이 많이 죽었잖아요. 그러니까 저희도 살게끔 해주시면 힘내서 더 열심히 인천시를 위해서 살 수 있겠죠.]

비방이 오히려 해가 될 거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시민 : 상대방을 비방을 좀 안 하고 좋은 말만 더 하면 그게 더 가치가 올라가. 비방하지를 말고 좋은 말을 써야 돼]

두 후보는 이런 반응을 의식한 듯 시민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는 선거전에 돌입했습니다.

송영길 후보가 앞치마를 두르고 밥을 담습니다.

[송영길/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애들 좋아해요?" (네, 평이 좋습니다.) 인스턴트 먹는 것보다 낫지.]

인천시의 사회적 기업 '행복한 도시락'에서 봉사에 나선 것.

닭튀김도 먹어보고 가지도 직접 썰어 봅니다.

아직 서툰 듯 한 곳을 두 번 썰다 망가뜨리기도 하는 송 후보

[송영길/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카메라 없는 데서 여쭤보는데 평소에 댁에서도 (요리) 좀 하세요?)좀 서툴러?]

함께 만든 도시락과 국을 차에 옮겨 싣고, 도착한 곳은 인천시 남구 돌봄의 집입니다.

병실 라운지로 따라 올라가봤습니다.

[이재영/인천시 돌봄의 집 팀장 : 점심을 다 나눠주고 싶다고 나오셨거든요…]

송 후보가 이런 선거전을 벌이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송영길/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서민들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 격려해주고 구석구석 살피고, 또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선거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정복 후보가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섭니다.

경쾌한 스포츠 음악, 클럽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응원하는 시민들에게 농담도 건네고

[유정복/새누리당 후보 : 안경 패션이 아주 멋있네요.]

힘차게 화이팅도 외칩니다.

[유정복/새누리당 후보 : 동인천 화이팅.(화이팅) 다시 한번 화이팅!]

알고보니 유 후보도 35년 전 같은 클럽 출신.

[유정복/새누리당 후보 : (제가) 35년 전 동인천 유스AC 출신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유일하게 했던 게 JC거든요.]

축구 경기에 앞서 아이들과 부모들 사이에 게임이 진행됩니다.

축구공을 이리저리 굴려보는 유 후보.

신이 난 아이들을 보자 이내 웃음을 짓습니다.

[유정복/새누리당 후보 : 야, 너 잘 생겼다. 메시 같애.]

유 후보는 아이들을 모아 작전도 세웁니다.

[유정복/새누리당 후보 : 자 우리 작전은, '공격은 최선의 방어다' 알았지? 내가 '공격은 최선의' 하면 '방어다' 하는 거야. 공격은 최선의 (방어다). 크게.공격은 최선의…(방어다!)]

유 후보가 즉석에서 내놓은 축구 작전 구호라지만, 이번 선거전을 놓고 볼 때 유 후보 캠프의 선거 전략처럼 들립니다.

거리 곳곳에는 한 줄의 승부, 선거 벽보가 붙어 있습니다.

3선 의원 출신에 안전행정부 장관을 역임한 유정복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인천 발전의 마지막 기회', 다시 말해 시장 교체론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역시 3선 의원 출신에 현직 시장인 송영길 후보는 '인천 시민의 힘'을 앞세우며 정권심판론을 내걸었습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은 시종일관 접전을 이어갔습니다.

박빙의 승부.

그래서인지, 인천시장 선거 역시 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칼끝으로 상대의 급소를 노리는 네거티브 난타전 양상으로 치닫기 시작했습니다.

[유정복/새누리당 후보 : 이번 6.4 지방선거는 정답은 나와 있는 겁니다. 부패한, 무능한, 거짓말장이 시장인가. 깨끗하고 능력있는 정직한 시장인가.]

[송영길/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시민들께서는 갑자기 인천에 대해서 아무런 지식도 없고 김포에서 성장한 정치인이 인천에 와서, 인천 발전을 감당하기 어려울 거라고 판단하고….]

인천 시장 선거에서 두 후보가 가장 첨예하게 맞붙은 것이 바로 인천시의 재정난, 즉 부채 문제입니다.

인천시 재정은 2012년 공무원 수당을 지급하지 못할 만큼 어려웠습니다.

밀라노 디자인 시티, 월미 은하레일 사업 등이 궤도에 오르지 못해 시의 빚이 눈덩이처럼 늘었습니다.

여기에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과 인천도시철도 건설사업 등도 진행 중이어서 재정 위기 극복에 한계가 있습니다.

유 후보는 인천시의 부채 문제를 1순위로 집중 공략했습니다.

[유정복/새누리당 후보 : 부채는 13조로 늘어났습니다. 1인당 470만 원 되는 부채를 갖고 있는데, 갓난아이는 태어나서 무슨 죄가 있어서 500만 원 가까이 빚을 안고 태어나야 됩니까. 전국에 나머지 광역시는 100만 원대 부채밖에 되지 않습니다.]

송 후보가 갚았다는 부채는 시의 운영을 잘해서가 아니라 땅을 판 것 뿐이며 재선용 카드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유정복/새누리당 후보 : 금싸라기 같은 고속터미널 부지 팔아 치우고 송도 6공구, 8공구 팔아서 마련한 돈으로 800억 줄였다고 나온 겁니다.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송영길 후보는 전임 시장의 부채 문제를 자신이 장기적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이라고 맞받았습니다.

[송영길/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이 어려운 재정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작년에 4600억 원의 부채를 갚았고 올해 886억원의 흑자 결산을 통해 향후 4년 동안 투자 유치를 통해 6조 원의 빚을 탕감함으로써 부채를 절반 규모로 줄여나갈 계획입니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닙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은 유정복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선관위와 인천지검에 고발 했습니다.

[김교흥/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 선거대책본부장 : 유 후보가 주장하는 것은 7조에서 송영길 시장 체제로 들어오면서 13조가 됐다. 6조가 늘었다고 표현을 하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완전히 거짓말이고요.]

송 후보 측도 유 후보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유 후보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을 역공합니다.

[김교흥/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 선거대책본부장 : 유정복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빠져버리면 실체가 없는 사람이에요. 정말 답답한 거죠. 아까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박근혜 후보가 인천 7대 공약을 걸었거든요. 그런데 한 건도 된 게 없어요.]

여기에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은 청와대 행정관이 유 후보의 공식 일정에 배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하고 이는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며 해당 행정관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윤관석/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이번 청와대 행정관의 선거 개입 사건은 금도를 넘는 심각한 국기 문란 사건으로 규정하고 청와대의 조속하고 즉각적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합니다.]

유정복 후보는 전 청와대 행정관 김 모씨의 행보와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홍일표/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후보 선거캠프 본부장 : 그날 유 후보는 전혀 몰랐고 만일 그것이 청와대의 개입인 걸 알았다면 우리가 홈페이지나 후보의 공개된 공식 일정에 올렸을 리가 없죠.]

유 후보 측은 오히려 송 후보의 최측근인 전 인천시 담당관이 선거법 위반을 한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습니다.

[홍일표/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후보 선거캠프 본부장 : 공무원이 시 예산 1억 8천만원 써서 '시장 후보의 대선 주자 적합 지지도', '새누리당 인천시장 적합한 사람 누구인가' 이런 걸 조사한다는 것은 명백히 선거법 위반이고 업무상 배임입니다.]

두 후보의 공방은 불꽃 튀는 TV 토론에서 정점으로 치달았습니다.

유 후보는 송 후보의 시장 재임 시절 측근 비리로 포문을 열었고

[유정복/새누리당 후보 : 지금 시장 비서실장이 뇌물을 받고 7년 형 선고를 받아서 복역 중에 있고 또 많은 고위 공무원들이 지금 줄줄이 부패, 비리에 연루돼 있고 부패하고 불법 정치자금 받고 측근들 다 인사해서 뇌물 받고…]

송 후보는 유 후보가 철새 정치인이라고 정치 경력까지 문제 삼았습니다.

[송영길/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다시 한나라당에 재입당을 해서 3선 국회의원이 되고, 또 이제는 김포 지역구를 바꿔서 인천시장 후보로 출마하게 됐는데 이렇게 정당을 바꾸고 계속 원칙도 없이 지역구도 바꾸고 이런 게 정말 무소신, 영혼이 없는 관료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두고서도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송영길/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장관 출신이고 잘한다고 그러지만 지난 안행부 장관 때 정말 처참했습니다. 구제역으로 24일동안 백신 투입 결정을 늦추는 바람에 350만 마리 소, 돼지를 죽여야 됐고 2조원의 예산이 낭비됐다고 합니다.]

[유정복/새누리당 후보 : 과장 광고나 허위 공약의 대표는 바로 송영길 후보입니다. 4년 전에 터무니없이 인천에서 충청도까지 해저터널을 건설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3조원의 도시 재창조 기금을 마련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유정복은 다릅니다.]

비판과 비방의 경계를 넘나드는 네거티브 공세는 조직의 뒷받침 속에 연일 수위가 높아졌습니다.

새누리당 시당은 송후보를 송피아라고 공격했습니다.

2010년 시장 당선 후 1년간 옛 민주당 관계자와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 등 97명을 인천시 등에 낙하산으로 내려보냈다는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시당은 유 후보가 19대 국회의원 시절 2900만 원의 정치자금을 당직자들의 식사비용으로 꾸며 기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치자금의 개인적 사용을 금지한 정치자금법을 명백하게 위반했다는 겁니다.

유 후보와 송 후보가 선거 일정 중 다시 마주친 건 세월호 희생자 추모 위령제에서였습니다.

가슴에 단 노란 리본, 이 자리에서만큼은 두 후보가 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송영길/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단 한 명을 구하지 못한 우리 현실에 대한 처참함과 부끄러움이 새록새록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유정복/새누리당 후보 : 후세에 한없이 미안하고 국민께 송구스럽고 도의적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희생자 추모 위령제 자리를 벗어난 두 후보는 또다시 난타전을 방불케 하는 막판 유세에 돌입했습니다.

[유정복/새누리당 후보 : 송 시장 자체가 과거에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비서실장이 5억을 받아서 7년 형을 선고받았고 또 핵심측근이 불법 여론조사를 하고 이런 와중에 무슨 다른 변명이 필요합니까. 이런 부패 비리 반드시 없어져야 인천시가 발전하지 않겠습니까?]

[송영길/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유정복 후보는 안행부는 시스템이 잘 돼 있어 걱정없다고 얘기했는데 그 잘 돼 있는 시스템이 이번 세월호 때 하나도 작동이 안 되고, 안행부가 구조 명령을 내리기는 커녕 오전 내내 다 구조됐다고 허위 보고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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