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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한국 대표팀, 침묵 속 귀국…"죄송합니다"

입력 2013-03-06 22:13 수정 2013-03-07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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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한국 대표팀, 침묵 속 귀국…"죄송합니다"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선수단의 얼굴로 빛이 반사됐다. 하지만 누구도 웃지 않았다. 그리고 침묵이 흘렀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2승1패로 탈락한 한국 대표팀이 6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지난달 11일 '야구 그랜드슬램을 이루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 펼쳐보였던 그 장소였다. 하지만 그때의 자신감 있던 표정은 사라졌다.

류중일(50) WBC 대표팀 감독은 공식 인터뷰를 사양한 채 "정말 죄송합니다. 팬들께 정규시즌에서 좋은 모습 보이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전날 대만과의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최고의 선수들을 모았다. 감독의 역량이 부족했다"고 선수단을 감싸며 팬들에게 사과한 류 감독은 한국 땅에 도착하자마자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해야 했다.

류 감독에 앞서 출국장을 빠져나간 선수들은 취재진과 팬들의 인사에 목례만 할 뿐, 말을 아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할 수 없는 상황. 집으로 향하기 위해 택시를 기다리던 한 선수는 "지금은 어떤 말을 해도 비난을 받지 않겠나. 사실 우리가 감수해야할 부분이기도 하고…. 우리도 결과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마지막 국제무대에 나섰던 이승엽(37·삼성)만이 '공식석상'에 섰다. 이승엽은 굳은 표정으로 "많이 기대해주셨는데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해 죄송하다. 2승1패를 하고도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해 아쉽다. 네덜란드 전의 점수차가 더 적었더라면…"이라고 아쉬움을 표한 뒤 "선수들이 몸을 만드는 과정이 각자 달라서 혼란이 었었던 것 같다. (타격 부진에 대한 비난은)1라운드 탈락했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고 했다. 그 역시 어깨를 활짝 펴지 못했다.

대표팀과 함께 귀국길에 오른 김인식(66)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네덜란드 전에서 3점만…"이라고 곱씹었다. 첫 경기 네덜란드전에서 5-0으로 패한 한국은, 1라운드 내내 그 악몽과 싸웠다. '네덜란드 전에서 3점만 덜 빼앗기거나, 뽑아냈다면.' 부질없는 가정이 대표팀 선수단의 머리 속에 남았다.

인천공항=하남직 기자, 김주희 기자 jiks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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