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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그대…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

입력 2018-07-03 21:44 수정 2018-07-04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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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

얼핏 우스개 같아 보여도 매우 중요하고 엄숙한 명제입니다.

마치 고뇌에 찬 햄릿의 독백처럼 말입니다.

우리 모두는 살기 위해 먹는 동시에 먹기 위해 사는 존재.

그래서 밥은…때로는 사람을 살리기도 또 죽이기도 합니다.

무더위가 성성했던 작년 여름.

중복 날, 삼계탕 700인 분을 만들던 급식노동자들은 줄지어 구급차에 실려 갔습니다.

펄펄 끓는 삼계탕의 열기와 가스레인지에서 나온 일산화탄소에 중독돼서 자칫 목숨마저 잃을 뻔한 상황이었지요.

무더위 속에 고생하는 노동자를 위한 밥을 준비하느라 정작 본인의 몸은 돌보지 못했던 또 다른 노동자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타인의 주린 배를 1분이라도 더 빨리 채우기 위해서 죽음의 질주를 해야 했던 젊은이들도 있었습니다.

30분 배달제, 아니 20분 번개배달까지.

사람들은 밥 한 끼 더 빨리 먹자고 남의 목숨을 빼앗은 셈이 되었으니 이 또한 밥을 위한 비극이었다고 볼 수 있을 터…

사람은 모두…

노동의 대가로 가족의 밥값을 벌어들이고 있으니 나의 밥은 타인의 밥이 되고, 타인이 밥을 먹음으로 인해서 내 가족이 밥을 먹는 서글픈 밥의 순환은 이러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밥의 얘기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단지 하루의 해프닝이었으면 좋았으련만, 승객을 배고프고 짜증 나게 만들었던 그 기내식 사건은 알고 보니 더 커다란 밥그릇을 둘러싼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기내식을 두고 벌어진 소동의 가려진 밑바닥에는 갑과 을의 착취구조가 숨겨져 있었고 갑이 품은 그 욕망의 밥그릇을 위해서…

비행기는 기내식 대신 욕심을 채우고 비행하여 결국 항공 역사에 흔치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에 이르렀지요.

그리고 결국…

그 갑·을 구조의 부조리 속에서 목숨까지 버려야 했던 사람…

밥 한 그릇 여기서 비롯되어서 또다시 세상에 드러난 갑과 을…

그리고 병의 세상살이.

그것은 마치 땅콩 한 봉지와 물컵 하나가 드러낸 옆집 식구들의 민낯처럼…

우리에게 그 전통적인 질문을 되새기게 해주고 있으니…

과연, 우리는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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