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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내의 약점, '굿와이프'의 허점

입력 2016-08-09 10:01 수정 2016-08-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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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금토극 '굿와이프'가 중반부를 넘어서며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호평 세례를 받았던 초반 분위기와는 달리 '굿와이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노골적인 PPL, 소극적으로 변해가는 여주인공 전도연(김혜경), 원작과는 달리 평면적인 성격의 등장인물 등이 시청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드라마의 성과를 보여주는 가장 객관적 기준인 시청률까지 3~5%대에서 제자리걸음 중인 상황. 완벽해 보이기만 했던 '굿와이프'의 숨은 약점을 진단해봤다.


◆홍삼 캔디를 사랑하는 '굿와이프'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MJ 로펌 직원들은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할까.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홍삼 캔디다. 극 중 로펌 소속 변호사인 차순배(데이비드 리)는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주변 인물들에게 홍삼 캔디를 권한다. 그런가하면 나나(김단)는 특정 브랜드의 커피를 전도연(김혜경)에게 건넨다. 전도연이 블랙 커피를 선호하는지는 나나에게 사건 만큼 중요한 문제다. 커피나 캔디 뿐 아니다. 유지태(이태준)가 수감된 교도소는 면회실이 호화롭기 그지없다. PPL로 반드시 등장해야하는 고가의 조명들로 장식한 특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특정 쥬얼리 브랜드와 영양제 브랜드도 '굿와이프'에 자주 등장한다. 쥬얼리를 여러 개 착용한 채 등장하는 전도연의 모습이나, 뜬금없이 영양제를 나눠먹으며 효능을 설명하는 전도연 이준호(이원근)의 모습은 '굿와이프'의 맥을 끊어 놓는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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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L은 제작진이 보다 풍족한 제작비로 양질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게 한다. 문제는 PPL이 얼마나 작품 속에 녹아드냐에 있다. '굿와이프'에선 전도연의 패션이 가장 적절한 PPL이다. 상류층 가정의 아내이자 변호사인 그는 고가의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그러나 인물 설정상 자연스러운 모습이어서 누구도 전도연의 의상을 지적하지 않고 오히려 전도연의 예쁜 의상을 드라마의 재미 중 하나로 꼽기도 한다. 다만, 홍삼 캔디처럼 극에 녹아들지 못하고 이곳 저곳 예고없이 등장하다보면 시청자의 몰입을 막기 마련이다.


◆민폐 여주로 전락한 굿와이프

'굿와이프'는 동명의 미국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미국과 한국의 정서 차이는 당연히 '굿와이프'가 풀어나가야할 과제다. 드라마는 초반 이 과제를 잘 헤쳐나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전개가 중반을 넘어서자 전도연의 인물 설정이 '한국드라마 스타일'로 변해버린 것. 원작이 알리샤의 자아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자세히 그린다면 '굿와이프'는 어느샌가 전도연을 둘러싼 치정극으로 변해버린 형국이다. 전도연은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며 일 잘하는 변호사가 되는 일보다는 남편 유지태와 친구 윤계상(서중원) 사이에서 갈등하는 일에 더 집중한다. 일부 네티즌은 전도연을 향한 '민폐 여주'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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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의 불만은 전도연에 대한 것 뿐 아니다. 등장 인물들이 원작과는 달리 평면적 성격을 가지게 됐다. 미국드라마에서 알리샤가 승소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인물이라면, 한국드라마의 전도연은 정의 구현에 더 힘쓴다.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 극에 재미를 주는 입체적 인물들이 주를 이르는 원작에 비해 '굿와이프'는 속을 알 수 없는 유지태를 제외하곤 다소 단순한 설정이다.


◆한국드라마 환경의 한계

이 같은 지적은 결국 한국드라마의 한계와 관련 있다. '굿와이프'는 스크린에서 자주 얼굴을 비치는 배우들이 오랜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와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 당연히 이들의 출연료도 화두다. 정확히 얼마의 출연료를 받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방송관계자들은 '굿와이프'의 제작비 상당 부분이 배우들 출연료에 쓰였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제작비 중 배우의 출연료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드라마 제작 여건상 '굿와이프'의 제작비 또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다소 과한 PPL은 이러한 제작 여건의 영향이다. 방송관계자는 "앞서 KBS 2TV '태양의 후예'가 PPL로 자주 시청자의 지적을 받았던 것처럼, 제작진이 높은 출연료를 감당하려면 이 정도 PPL은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작과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성격 변화 또한 한국 정서에 맞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도연이 두 남자와 키스하는 장면이 한 회에 모두 등장하는 등 '깨어있는' 드라마가 되려 했지만, 시청률이라는 현실적 제약이 '굿와이프'를 한국드라마 스타일로 바꿔놓았다는 해석이다. 방송관계자는 "원작처럼 선악 구분 없는 등장인물들이 가득했다면 젊은 시청자의 눈길은 사로잡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폭넓은 연령대의 시청자와 만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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