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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불길 속으로…소방대원은 '슈퍼맨?'

입력 2014-11-1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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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불길 속으로…소방대원은 '슈퍼맨?'


오늘도 불길 속으로…소방대원은 '슈퍼맨?'


오늘도 불길 속으로…소방대원은 '슈퍼맨?'


지난 9일은 제52주년 소방의 날이었다. 1963년 11월1일에 소방의 날이 제정됐고 1991년 12월 소방법이 개정되면서 '119'를 상징하는 11월9일로 제정됐다.

올해는 소방공무원들에게 유난히 우여곡절이 많은 한 해였다. 소방공무원들이 국가직화를 요구하며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1인 시위가 유난히 많이 실시됐다.

또 강원소방본부에서는 지난 7월 세월호 수색 지원을 다녀오던 중 헬기가 추락하는 사고로 5명의 베테랑 구조대원들을 잃었다. 당시 소방공무원들의 국가직화 요구가 거세게 일었지만 잠잠해졌다.

평소 소방공무원들은 묵묵히 불길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 7일 0시30분께 춘천소방서 화재진압과 구조구급 대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자정이 넘은 시각 춘천시 후평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에 즉각 현장으로 출동했다.

현장으로 가까워질수록 밤 거리에 희미하게 연기가 깔린 듯 앞에 뿌옇게 흐려져 왔다. 불에 타는 특유의 냄새가 밤공기를 덮었지만 불길은 보이지 않았다.

10여분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연달아 서 있는 소방차 3대와 구급차 뿜여져 나오는 싸이렌 불빛이 화재현장임을 알리고 있었다. 추운 날씨 때문탓인지 고요하고 잠잠한 공기에 긴장이 서려 있었다.

한때 '최성기'까지 치솟던 불길은 초동 진화로 잠들었지만 지붕위로 연기가 피어올랐다. 어두운 밤 하늘탓인지 연기는 더 뽀얗고 도드라져 보였으며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최성기'란 화재로 차량이나 건물전체에 불이 붙어 타오르는 시기를 의미한다.

현장에는 먼저 달려온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에 한창이었다. 3명이 한 조가 되어 소방호스를 들고 이미 진화가 된 곳에 다시 물을 분사했다. 춘천소방서 소속 한 소방관은 "불씨 하나라도 남기지 않기 위해 완전히 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동 진화로 불길이 잡혔지만 남은 잿덩이들 속에서 작은 불씨도 놓치지 않으려는 소방대원들은 몇 번이고 다시 현장에 들어갔다. 불에 타 검게 그을린 목재 기둥이 물에 젖어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듯 '뿌드득' 소리가 나고 산산히 깨진 유리조각이 잘게 흩어졌다.

화재 상황을 살피기 위해 현장 가까이 접근하는 취재진을 향해 화재조사담당 소방관이 "여기 들어오시면 위험하다"며 "괜찮아 보여도 기둥이라던가 목재 등이 불에 많이 탄 상태라서 지붕이 내려 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일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가 발생한다며 비난하고 질책했던 당사자로서 정작 현장에서 아무런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고 들어가려는 모습이 부끄러웠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갑작스런 화재에 집에서 급하게 뛰쳐나온 60대의 집주인 부부는 타들어가는 집을 허망하게 지켜보고만 있었다. 입고 나온 허름한 추리링과 실내화 차림은 당시 얼마나 급박하게 대피했는지 상황을 말해주는 듯 했다.

집주인들은 큰 소리가 들리고 불이 났다는 소리에 나와 보니 현관쪽 방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며 "조금만 늦었어도 나오는 길이 불길에 막혀 갇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도 두고 나와 옆집에서 대신 신고를 해 주었다.

이들이 한숨을 쉬고 있는 가운데 다 타버린 집에서 나오던 소방대원이 살짝 그을린 핸드폰을 집 주인들에게 가져다 주며 "이 핸드폰 선생님꺼 맞으시죠?"라고 묻는다.

진화에 힘쓰고 위험도 감수하는 소방대원들이 집도, 마음도 타들어가는 가족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자 따뜻한 배려로 다가왔다. 핸드폰을 받은 부부는 소방대원을 지긋이 바라보며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소방대원은 묵묵한 걸음으로 다시 자욱한 연기속으로 들어갔다.

30분만에 완전진화를 한 소방대원들이 "수고했다" 라는 짧은 인사를 주고 받고 하나 둘 씩 복귀를 했다. 남은 화재조사대원들이 밤을 새가며 화재 원인과 피해규모를 낱낱이 조사했다.

올해 소방의 날이 일요일이라는 이유로 이날(7일)'마지막'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소방방재청 해체와 함께 소방조직을 신설될 국민안전처 산하로 편입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념식에서 축사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은 "(소방공무원들이) 보다 나은 여건에서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며 처우개선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개선내용이 없었고 국가직화 전환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정년 퇴직을 얼마 남기지 않은 한 소방관은 "소방관들에게 사회와 국가는 '슈퍼맨' 같은 행동을 요구하지만 처우와 장비는 갈수록 뒤처지는 양상"이라며 "목숨 걸고 화마와 싸우는 우리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것도 모자라 소방의 날에 소방방재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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