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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쓰비시 강제동원 피해자 육성증언…정부가 '분실'

입력 2021-05-13 21:23 수정 2021-05-1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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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일본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기록해 왔습니다. 피해 사실을 증명하는 중요한 국가 기록물입니다. 그래서 JTBC는 국가기록원에 이 기록물들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중요 기록물이 사라진 걸로 확인됐습니다. 많은 피해자가 이미 세상에 없기 때문에 다시 기록할 수도 없습니다.

하혜빈 기자입니다.

[기자]

일제강점기에 미쓰비시가 운영했던 탄광 등에 끌려가 강제로 일했던 천만수, 서정만, 윤병렬 할아버지.

지난 2009년 국무총리 산하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와 만나 피해 사실을 증언했습니다.

녹음 파일과 영상 등은 2015년 위원회 해산에 따라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됐습니다.

모두 중요 국가 기록물이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은 당시 위원회가 쓴 보고서와 기록물 일체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관련 자료를 모두 찾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심지어 분실 이유를 모른다고까지 합니다.

[국가기록원 관계자 : 윤병렬, 서정만, 천만수, 이 세 분만. 아예 없는데요? 저희가 지금 녹음파일을 못 찾았어요. 그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현재 세 할아버지는 모두 세상을 떠나 다시 면담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영상 기록물을 찾아냈지만 공개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증언 내용을 공익 목적으로 활용해도 된다는 동의서가 있는지 확인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가기록원 관계자 : 원칙은 (동의서에) 서명을 받는 거였고, 서명 받는 장면까지도 녹화를 하는 거였는데 동의서를 모아놓은 조사관들도 있는데 그게 통째로 날아가 버린 상태인 것도 같고요.]

그나마 남아 있는 기록물엔 조사 당시 준비가 허술했던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강제동원 위원회 관계자 : 이거 (테이프) 설정을 잘못했나 봐. 테이프를 늘여놨어, 길게. (그럼 어떻게 되는데?) 화질이 안 좋다거나, 그런 식으로 테이프를 길게 늘이는 거지 한 시간짜리를.]

'배터리가 부족해 녹화가 중단됐다'거나 '피해자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기도 합니다.

국가기록원은 위원회 설립 초기에 기록물을 다루는 법을 잘 몰랐고, 자료가 이관된 이후엔 업무가 많아 관리가 부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해 생존자들의 증언은 우리나라 재판에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데에도 꼭 필요한 역사적 자료입니다.

현재 강제동원 피해자 대부분은 세상을 떠났고, 남아 있는 생존자들은 나이가 많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김정은/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사무국장 : 이미 많이들 돌아가시고, 오늘 이 피해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치더라도 내일 이 피해자가 돌아가시는 것들이 너무 자연스러운 연세들이세요.]

(화면제공 : 국가기록원·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 제작지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VJ : 박상현·최준호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김초원·정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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