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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변 살인사건' 무죄.. "왜 기자에게 사과?"

입력 2021-02-05 13:04

'낙동강변 살인사건' 무죄.. "왜 기자에게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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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변 살인사건' 무죄.. "왜 기자에게 사과?"

오늘 오전 10시쯤, 경찰청 출입기자들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문자메시지 제목은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결과에 대하여 경찰청의 입장을 알려드립니다'. 재심이 어제 오전 10시에 있었으니, 24시간만에 나온 경찰청의 입장문입니다.

"오랜 시간 고통 받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입니다. 궁금했습니다. 오랜 시간 고통 받으신 분들은 이 사과를 들었을까. 곧바로 재심 변호를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경찰청 기자단 배포 문자경찰청 기자단 배포 문자

기자: "JTBC 이서준 기자입니다. 방금 전 문자메시지로 경찰청 사과문이 나왔는데요"
박 변호사 : "아 나왔습니까?"
기자 : "문자는 전달 받으셨어요?"
박 변호사 : "적어도 당사자들에게 먼저 사과의 뜻을 전하고 '기자들에게 이런 사과문을 배포하겠다'고 알리는 게 순서 아닙니까. 당사자나 저한테는 먼저 알렸어야죠. 사과의 형식을 제대로 갖췄다고 볼 수 있나요? 생색내기·보여주기 사과 아닙니까. 전화 한 통도 없었습니다. 그 문자 좀 저한테 보내주세요."

올해 들어 경찰청은 사과를 3차례 했습니다. 모두 기자들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양천아동학대 사건으로 한 번, 이용구 법무부차관 사건으로 두 번,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첫번째 사과는 김창룡 경찰청장이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두번째 사과는 경찰청 고위관계자가 기자간담회에서 사과를 했습니다. 첫번째 사과는 사과를 받아야 할 정인이가 세상에 없고, 두번째 사과는 사건 처리에 의문을 품는 국민들에게 사과를 한 것이니 언론을 통한 대국민 사과가
불가피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세번째 사과는 달랐어야 합니다. 무죄 선고를 받은 장동익씨와 최인철씨에게 사과를 했어야 합니다. 경찰청 사과문에서도 두 사람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법원과 검찰은 재심 재판에서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1일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구형했습니다. 이때 장씨와 최씨에게 "검찰의 대표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법원도 지난 4일 무죄를 선고하면서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이 자리에서 피고인과 가족에게 사과한다"고 장씨와 최씨에게 사과했습니다.

경찰은 '깊은 위로'와 '깊은 반성' 을 해서, '각고의 노력'과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문자로만 그 깊이가 잘 전달될지 의문입니다. 특히 기자들이 기사체로 가공한 글을 전달받았을 장동익씨와 최인철씨에겐 그 '깊이'가 얼마나 깊이있게 전달됐을까요.

이서준 기자 being@jtbc.co.kr



<경찰청 입장문 전문>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결과에 대하여 경찰청의 입장을 알려드립니다.
ㅇ 경찰은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 무죄 선고와 관련하여 재심 청구인을 비롯한 피해자, 가족 등 모든 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ㅇ 아울러, 당시 수사 진행과정에서 적법절차와 인권중심 수사원칙을 준수하지 못한 부분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며, 이로 인해 재심 청구인 등에게 큰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합니다.
ㅇ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보호'는 준엄한 헌법적 명령으로 경찰관의 당연한 책무입니다.
ㅇ 경찰은 이번 재심 판결 선고문 및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수사상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 사건을 인권보호 가치를 재인식하는 반면교사로 삼아 억울한 피해자가 다시는 없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ㅇ 앞으로, 경찰은 수사단계별 인권보호 장치를 더욱 촘촘히 마련하여 수사의 완결성을 높이고 공정한 책임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ㅇ 이번 사건으로 오랜 시간 고통을 받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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