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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입력 2018-08-23 14:24 수정 2018-08-23 16:20

세상은 못 구해도 너의 일상은 구해줄게
작은 탐사, 큰 결실 #소탐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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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 태풍으로 창문 깨질까 밤잠 설치다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6년 만에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이 왔다. 태풍 '솔릭'이다. 최대풍속이 초속 40m에 이른다고 한다. 사람도 날려 보낼 수 있다니 겁이 난다. 밤에 잘 때가 걱정이다. 바람이 너무 강해서 창문이 깨지면 어떡하나 걱정된다. 창문이란 창문은 모조리 잠그고, 창틀 이음새에 테이프까지 붙였다.

테이프와 씨름하며 사전대비를 하고 있을 무렵,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뜬금없이 '정말 창문을 닫아도 괜찮냐'고 묻는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미국에서 오래 살다 온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허리케인이 올 때 창문을 열어 두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는 거다. 바람이 통해야 창문이 안 깨지고 안전하다고 했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태풍이 오면 당연히 창문은 닫아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틀린 건가? 아니면 친구의 말이 그저 '선풍기 죽음'과 같은 낭설일 뿐일까? 태풍으로부터 창문을 지킬 방법, 소탐해보자.
 

■ 태풍 올 때는 창문을 열어놓아야 안전하다?

창문을 열어야 하는지 닫아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건 친구만이 아니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태풍이 잦은 일본에서도 같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창문을 닫아라, 열어라, 여러 대답이 달렸지만 시원한 해설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A 커뮤니티에서 한 게시물을 발견했다.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창문을 닫으면 바람의 저항이 강해지니 살짝 열어 두라는 조언의 글이었다. 강원도 산간지역에 산다는 지인의 말을 인용해서 그런지 신빙성도 있어 보인다.

쭉 살펴보면, 창문을 열어 두라는 이들의 공통 키워드는 '기압차'였다. 창문을 닫으면 이 기압차가 발생해 창문이 깨지고 집이 망가진다는 거다. 먼저 들었던 친구의 말과 비슷하다.
창문과 기압차, 그 이야기의 시작점은 어디일까?
 

■ 옛날에는 '열어라' 지금은 '닫아라'?

태풍이 오면 창문을 열라는 이야기가 정확히 언제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이전부터 전해져 온 것으로 보인다.
1861년 영국의 과학자 찰스 톰린슨의 저서를 보면 아래와 같이 나와 있다.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태풍으로 실내압이 외부와 맞지 않아 창문이 바깥으로 밀린다는 거다. 그래서 창문을 열어 기압차를 줄여야 한다는 게 책의 설명이었다.

이후에도 비슷한 내용이 전해진다. 1986년 미국 해군 무기 기지가 배포한 해군 주택 매뉴얼을 살펴보면, 허리케인이 왔을 때 바람의 반대편 창문이나 문을 살짝 열어두라고 나와 있다.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태풍으로 집 내외부의 기압차가 심해지면, 창문이 깨지거나 벽이 터지는 등 폭발 현상을 야기한다는 설도 있었다.

이때만 해도 창문을 여는 게 근거 없는 낭설은 아니었을 거다. 저명한 과학자와 국가 기관이 이렇게 설명하는데, 이를 의심하는 게 더 힘들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멀리 갈 것도 없다. 재난안전의 기본인 국민행동요령을 살펴보자. 태풍주의보가 뜨든 경보가 뜨든 창문은 닫으라고 나와 있다.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언제는 창문을 열라고 하더니, 이제는 닫으라 한다. 뭐가 맞는 걸까?
 

■ 창문 열까? 닫을까? ① NASA에서 실험

몇 년 전, 디스커버리 채널의 '미스버스터(Mythbusters)'가 NASA를 찾아가 실험을 했다. 허리케인 때 창문을 여는 것과 닫는 것 중에서 어떤 게 안전한지 알아보는 거다.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실험은 정육면체 모형을 가지고 했다. 각 벽면에 큰 창을 내고, 창문을 닫았을 때와 열었을 때 풍압 세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봤다.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먼저 창문을 모두 닫고 바람을 쐈다. 모형이 풍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벽면이 밀리고 지붕이 올라가기도 했다. 반면 창문을 모두 열었을 때는 풍압의 영향이 적었다. 모형 안으로 들어갔던 바람이 반대편 창문으로 나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모든 창문을 열어 놔야 건물 충격이 최소화된다는 게 이 실험의 결론이었다. 정말 창문을 여는 게 안전한 건가? 다시 생각해보자. 보통의 집은 정육면체 원룸도 아니며, 사방에 커다란 창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모형이 현실의 집과 동떨어져 있다.
 

■ 창문 열까? 닫을까? ② 실제 주택 모형으로 실험

미스버스터는 실제 주택 모형으로 다시 실험했다.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이번엔 결과가 달랐다. 창문을 전부 열었든 닫았든 풍압의 영향을 적게 받은 거다. 어긋나는 벽체나 창문도 없었다. 창문을 닫았을 때 내부 압력이 좀 더 높긴 했지만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었다. 즉 창문을 여닫는 거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결과다. 다만 현실에 대입하자면 창문을 닫는 게 낫다. 밖에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창문을 전부 다 열어 둘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결국 태풍 때 창문을 닫으면 기압차로 건물이 터진다는 폭발설은 사실이 아니었다. 애초에 집이 완전 밀폐 공간이 아니므로, 폭발을 일으킬 만큼의 기압차가 발생하지 않는다.
 

■ 태풍 올 때 창문 1개만 열면 위험하다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출처 : The Weather Channel

'창문? 닫아도 괜찮고 열어도 괜찮아!'라는 평화로운 결론을 맞이한 후, 이 장면을 보고 다시 혼란에 빠졌다. 토네이도 상황을 가정하고 문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를 비교한 실험이다. 보다시피 현관문을 열어둔 집 모형이 산산이 조각 났다.

분명 창문을 열어도 괜찮다고 그랬는데, 어쩌다 저리 처참한 꼴이 되었을까. 바람이 창문과 현관문을 구분할 리 만무하다. 다른 이유가 있는 거다.

이를 설명하는 논문을 찾았다. 창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건물 실내압이 어떻게 바뀌는지 확인한 연구다. 실험 모형에 바람을 보내 실내압을 측정했다.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실내압이 가장 높았던 건 정면에만 창을 낸 건물이었다. 앞서 토네이도 실험에서 부서진 집도 정면 현관문 하나만 열려 있었다. 둘이 비슷한 조건이다. 반대로 건물 후면이나 측면에 같이 창을 낸 경우는 상대적으로 실내압이 낮았다.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연구를 진행했던 하영철 금오공대 건축학부 교수에게 물어봤다.

태풍 때 창문이 하나만 열려있으면 안전하지 않다는 게 하 교수의 설명이다. 들어온 바람이 나가지 못하고 건물 실내압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실내압이 높다는 건, 그만큼 창문이 깨지거나 지붕이 날아갈 가능성도 높다는 거다.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지난 2007년 태풍 나리로 피해를 봤던 제주 성산체육관이다. 당시 하 교수가 직접 현장 조사를 나갔다. 지붕이 벗겨져 체육관 내부가 훤히 드러났다. 원인은 실내압이었다.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체육관 한쪽 벽면의 창문이 깨지면서 그곳으로 강한 바람이 유입돼 실내압이 커졌고, 그게 지붕을 파손시킨 거였다.
똑같이 창문을 열더라도 전부 다 여느냐, 한쪽만 여느냐에 따라 이렇게 큰 차이가 난다.
 

■ 창문, 전부 닫는 것이 최선이다

종합해보면, 태풍이 올 때는 창문을 닫는 것이 좋다. 그것이 창문도 지키고 사람도 지키는 안전한 방법이다. 건물 외장재나 시공에 문제가 없다면 말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 또한 창과 문을 잘 닫으라고 한다.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마주 보는 양쪽 창을 모두 여는 것도 이론적으론 괜찮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다만 태풍 때문에 한쪽 창문이 깨졌다면, 맞은편 창문을 바로 열어주자. 실내압이 상승해 지붕이 파손되거나 남은 창문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일본 교토대 방재연구소도 그렇게 권장하고 있다.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가장 안 좋은 경우는 한쪽 창문만 열어 두는 것이다. 강풍이 창문을 두드리는데 굳이 환기하겠다며 섣부른 행동은 하지 말자.

경로로 보나 형세로 보나 이번 태풍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부디 피해 없이 무사히 보내시길 바란다.


소탐대실 끝.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저희는_작은_일에도_최선을_다하겠습니다

기획·제작 : 김진일, 김영주, 박진원, 송민경

 
[소탐대실] 태풍 올 때 창문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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