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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지 공시지가도 10% 가까이 오를듯…"젠트리 부작용" 우려도

입력 2019-02-07 09:50

전국 9.5% 상승할 듯…서울 14.1%·수도권 10.5%

지자체는 하향 요청 많아…신도시 후보지 등에서는 인상 요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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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9.5% 상승할 듯…서울 14.1%·수도권 10.5%

지자체는 하향 요청 많아…신도시 후보지 등에서는 인상 요구도

표준지 공시지가도 10% 가까이 오를듯…"젠트리 부작용" 우려도

정부의 부동산 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전국 표준지의 공시지가가 작년에 비해 10% 가까운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앞서 발표된 표준 단독주택처럼 그동안 시세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토지를 중심으로 상당폭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전반적으로 급격한 상승세에 우려를 표명하는 가운데 신도시 등 토지개발이 이뤄지는 곳은 오히려 공시가격을 올려달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서울 성수동 등 일부 지역의 공시지가 상승은 원주민이 외부로 쫓겨나가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 전국 9.5%…서울·광주·부산·제주 순 예상

7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전국의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9.5%로 예상된다.

서울이 14.1% 올라 시·도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고 경기도는 5.9%, 인천은 4.4% 상승률을 보여 수도권 평균은 10.5%로 전망됐다.

이는 감정평가사들의 평가 내용을 토대로 산출된 수치로 지자체 의견청취 등을 거쳐 중앙부동산가격심의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되기 때문에에 이달 13일 정부의 공식 발표 전까지는 유동적이지만 전체적인 경향은 가늠할 수 있다.

서울 안에서는 강남구(23.9%), 중구(22.0%), 영등포구(19.9%), 성동구(16.1%), 서초구(14.3%), 용산구(12.6%) 순으로 지가 상승률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강남구 삼성동의 현대차그룹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는 ㎡당 4천만원에서 5천670만원, 송파구 신천동 제2롯데월드몰 부지는 4천400만원에서 4천600만원으로 오르는 등 강남권 고가 토지의 공시지가가 일제히 오를 전망이다.

중구에서는 명동8길 네이처리퍼블릭 부지가 9천130만원에서 1억8천300만원으로, 명동2가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 부지가 8천860만원에서 1억7천750만원으로 각 100% 넘게 상승하는 등 작년의 2배 이상 오르는 곳이 속출할 예정이다.

시·도 중 서울 다음으로 상승률이 높은 곳은 광주(10.7%), 부산(10.3%), 제주(9.8%), 대구(8.5%), 세종(7.3%) 순인 것으로 파악됐다.

개발 호재가 많고 최근 땅값이 꾸준히 오른 부산 중구(17.2%)·진구(16.3%)·해운대구(12.8%)·서구(11.9%), 대구 수성구(11.9%) 등지는 10% 넘는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지역 경기가 좋지 않아 최근 땅값이 많이 내려간 울산(5.4%), 경남(4.7%), 전북(4.4%) 등지도 4∼5%대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 "땅값 너무 올라 부담된다…젠트리피케이션 우려도"

정부는 보유세 등 조세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 근거가 되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실거래가가 급등했는데도 공시지가에 그 상승률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땅에 대해서는 최대한 올려 다른 부동산과 형평성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감정평가사들이 가져온 공시지가 안을 심의하는 지자체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에서는 정부의 취지를 수용하면서도 국민 부담이 지나치게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서울 중구와 서초구 등 여러 구청이 국토교통부를 직접 방문하거나 공문을 보내 급격한 공시지가 인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인하를 요구했다.

성북구(7.3%)는 지가 상승률이 10% 이상인 필지에 대해서는 일괄 인하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13일 공시지가가 실제로 발표되면 상승률이 예정 수치보다 낮아질 개연성이 크다.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지나친 지가 상승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 성동구는 성수동 일대 서울숲길과 상원길, 방송대길 등지의 표준지 35개에 대해서는 공시지가 하향을 요청했다.

성동구 중에서도 성수동1가는 25.9%, 성수동2가는 23.2%로 상승률이 20%를 훌쩍 넘긴다.

서울숲길에 있는 주상용 건물(143㎡)의 ㎡ 당 공시지가는 작년 510만원에서 675만원으로 32.4% 상승하고 상원길의 주상용 건물(196.4㎡)은 415만원에서 500만원으로 20.5% 오른다.

공시지가 상승으로 불어난 세금 부담이 임대료로 전가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성동구는 국토부에 "성수동 일대의 많은 개발과 급격한 발전으로 구민이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고 있다"며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지역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공시지가 하향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남 거제시의 경우 지역 산업인 조선업의 침체로 작년 시·군·구 지가 변동률 하위 4위(-0.65%)를 기록한 바 있으나 올해에는 2.0% 상승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거제시 대부분의 표준지 공시지가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대우조선해양이 있는 아주동과 삼성중공업이 있는 장평동이 4∼6% 상승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부지는 지난 3년간 공시가격이 동결됐으나 주변 시세보다 너무 저평가됐다는 이유로 이번에 전격 공시가격 인상이 단행됐다.

대우조선 부지는 ㎡ 당 가격이 작년 17만6천원에서 12만2천원으로 9.09% 올랐고 삼성중공업 부지도 8.96% 상승했다.

회의에서 상승률이 과다하니 6%대로 낮추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에 담당 평가사는 "대우조선은 현재 국가의 세금으로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데 정부에서 받은 세금으로 다시 세금을 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면서도 "일반 토지와의 균형성을 고려했을 때 상승시킬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 신도시·재개발 예정지역 "우리는 올려달라"

표준지의 경우 재개발이나 신도시 건설 등이 예정된 곳은 오히려 공시가격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한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개발 등 부동산 개발과 관련한 토지 보상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남시는 최근 정부로부터 제3기 신도시 후보지로 지정된 교산신도시 후보지역에 있는 일부 표준지의 공시지가를 상향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남 교산지구는 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과 함께 최근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후보지 중 하나다.

서울 동작구도 본동 재개발지역에 있는 표준지의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청했고 강북구와 서대문구 등지에서도 일부 토지의 공시가격 상향을 요구했다.

경기도 광명에서는 토지 소유자 의견청취 과정에서 광명·시흥테크노벨리에 들어가는 일부 땅 주인들이 상향 요청을 했고, 이를 감정평가사가 받아들여 공시지가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당초 지난달 31일 중앙부동산가격심의위를 열 예정이었으나 설 연휴 이후로 연기했다.

중앙심의위는 13일 공식 발표 이전에만 열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안을 유지하고 더욱 신중을 기하기 위해 중앙심의위를 연기했다"며 "소유자 이의신청이 접수된 토지에 대해서는 가격이 적정하게 평가됐는지 재확인하는 등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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