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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당의 주인은 당원"…민주 '전당대회 룰' 갈등

입력 2022-06-2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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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야 소식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 채비를 서두르는 분위기입니다. 지지자들과의 모임에서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고 말했는데요.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친명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민심을 더 반영해야 한다고 반박했는데요.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올해 초 인기를 끌었던 '솔로지옥'이란 프로그램의 한 장면입니다. 남녀 한 쌍이 편을 먹고 일명 '모자 뺏기 게임'을 하고 있는데요. 규칙은 간단합니다. 목마에 올라탄 선수가 먼저 상대방의 모자를 벗기면 이기는 게임인데요. 물론 자신의 모자는 끝까지 지켜야 하겠죠. 지금 민주당 전당대회를 둘러싼 친명계와 비명계 간 갈등 양상이 모자 뺏기 게임과 유사합니다. 친명계에서 목마를 탄 선수는 당연히 이재명 의원인데요. 지방선거 이후 자숙 모드를 이어가던 이 의원,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8일) : 두려움이 없는 사람을 보통 사이코라고 하죠.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겁니다. 누구나 두려움이 있죠, 정상적인 사람은. 용기란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의지죠. 견뎌내는 의지다. 견뎌내는 겁니다. 같이 잘 견뎌내자고요.]

지난 18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행사를 열었는데요. '이재명과 위로걸음'이란 이름의 행사였습니다. 지지자들 표심을 다지며 슬슬 8월 전당대회 출마 채비에 나선 것이란 관측인데요.

반면 비명계에서는 아직 누가 목마를 탈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일단 친문 진영에서 홍영표 의원과 전해철 의원 등이 물망에 올랐죠. 여기에 이낙연계 중진인 설훈 의원도 최근 당 대표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는데요. '세대교체론'에 힘을 얻은 97그룹 의원들도 이재명의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의원 등인데요.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지난 14일) : 역사적인 사명이 맡겨진다면 또 피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되게 진지하게 여러 의원님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고심하고 있다는 말씀드리겠습니다.]

친명과 비명, 양측은 전당대회 룰을 두고 이미 기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일단 선수가 정해진 친명 진영부터 살펴보면요. 이재명 의원이 쓰고 있는 모자를 볼까요. '당원 비중 상향' 모자입니다. 현재 민주당 당규에 따른 전당대회 본투표 반영 비율,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여론조사 10%, 그리고 일반당원 여론조사 5%인데요. 친명계는 대의원 비중을 줄이고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이후 강성 이재명 지지층, 이른바 개딸들이 대거 입당했기 때문인데요. 이 의원도 이 주장에 직접 힘을 실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8일) : 정당의 주인은? (당원.) 나라의 주인은? (국민.) 이 너무 당연한 원칙들이 관철되지 않는 거는 정말로 문제죠. 정당에서는 당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관철되는 게 필요합니다.]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이 말인즉슨 당원 투표 비중을 높이자는 의미일 텐데요.

이 의원의 발언에 비명계는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97그룹의 박용진 의원이 오늘(20일) 자진해서 목마에 올랐습니다. 박 의원이 쓴 모자, '당원 50·민심 50'인데요. 당원들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뜻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죠. 박 의원은 당원만을 중심에 둔 이 의원의 주장은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 음성대역) : '당직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 그것이 큰 원칙'이라는 주장은 민주당의 지도부 구성에 민심 반영을 해야 한다는 혁신의 요구를 외면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어떤 의도이든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낡은 인식이고 낡은 주장입니다.]

박 의원은 과거 이 의원의 SNS 글을 소환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2019년 6월 이 의원이 올린 글입니다. "민주국가에서 정당은 특정 세력의 것이 아닌 국민의 것입니다. 정당은 국민의 그릇이라 물을 담으면 물그릇, 밥을 담으면 밥그릇이 됩니다.", 정당은 국민의 것이라고 하던 분이 이제 와서 정당은 당원의 것이라고 말을 바꾼 점을 비꼰걸 텐데요.

이재명 의원의 강조하는 당의 주인,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는 '개딸'이겠죠?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8일) : 원래 가족들 사이에서는 가족의 소중함을 잘 몰라요. 어디 멀리 떨어져 있거나 좀 문제가 생겼을 때 그때 절실하게 알죠. 우리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개딸, 최근 과도한 '팬덤정치'로 논란의 중심에 섰는데요. 당내 비명계 인사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거나 대자보 테러를 하는 등 거친 언행이 문제가 됐습니다. 박용진 의원은 이재명 의원이 쓰고 있는 개딸 모자도 벗겨버릴 기세인데요. 강성 지지층으로 인해 민심이 떠나간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 음성대역) :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더 크게 반영되고 후보자들은 이를 의식해 더 쎈 주장과 자극적인 목소리만 냅니다. 전당대회가 민심을 모으지 못하고 오히려 민심이 떠나는 대회가 되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개딸 모자를 끝까지 지킬 태세입니다. 지적은 새겨 듣되 그렇다고 지지층을 내칠 순 없다는 건데요. 우선 개딸들에게 과격한 행동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8일) : 과격한 표현, 또는 거친 표현, 예를 들어 억압적 행동. 이런 것들이 최근에 문제가 되는데 그런 것들은 오히려 적개심을 강화할 뿐이죠. 그런데 명색이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들한테 억압적 표현을 한다고 하는 게 과연 무슨 도움이 되겠냐. 여러분이 안 한 게 맞죠. (저희 아니에요.) 저는 안 했을 거라고 봅니다. (저희 아닌데. 억울해.)]

반면 개딸들에게 직격탄을 맞았던 친문 진영은 이 의원의 발언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는데요. 개딸들에게 제동을 걸 거였으면 진작에 했어야 한다는 비판입니다. 지금 와서 이러는 건 결국 전당대회를 앞두고 어쩔 수 없이 하는 쇼라고 봤는데요.

이렇게 친명계와 비명계가 모자 뺏기 게임을 벌이고 있는 사이 그 누구편에도 서지 않는 이가 있습니다. 한때 친명으로 기우는 듯했지만 다시 '미스터 쓴소리'로 돌아온 조응천 의원입니다.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화면출처 : 유튜브 '중앙일보') : 저는 누구의 '친'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진정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이 접니다.]

주특기인 '모두까기'를 시전하고 있는데요.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화면출처 : 유튜브 '중앙일보') : 그러니까 이재명 의원이 얼마 전에 (개딸 현상은) 세계사적 의미가 있었다고 해서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그러다가 한참 있다가 자제해달라고 하니까 좀 조용해졌잖아요. 지지자들한테 싫은 소리도 할 수 있어야 되고 지지자들에게 욕먹을 각오가 돼 있어야만 정치 지도자로서 자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 의원, 지난 보궐선거에서 이재명 의원의 인천 계양을 출마를 공개 반대했죠. 이번 전당대회에도 이 의원이 나와선 안 된다고 외치면서 개딸들의 타깃 넘버원이 됐는데요.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화면출처 : 유튜브 '중앙일보') : (이재명 의원은) 대선 후보에, 지선의 총괄 선대위원장 두 선거 패배에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분석에 기반해서 쇄신을 해야 하는데 과오를 물을 것이 많은 분들이 대표로 오시면 그 작업이 멈출 것 아니냐 이거죠.]

이와 동시에 비명계에도 가감 없이 쓴소리를 던지고 있습니다. 특히 친문계 당권주자인 전해철 의원을 겨냥했는데요. 이 의원과 마찬가지로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했습니다.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화면출처 : 유튜브 '중앙일보') : 위기에 원인 제공을 하신 점이 없는지 먼저 좀 돌아보시기를 권합니다. 친문 이너서클로서 아니, 부엉이 모임도 만들고, 민주주의 4.0도 만들고 그때그때마다 핵심 코어 이너서클 모임을 만들었잖아요.]

전 의원, 문재인의 '3철'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인데요. 과거 친문계가 당의 주류이던 시절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던 부분이 친문 패권 정치였죠. 조 의원의 말은 전 의원도 해당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자, 오늘은 공개 행보에 시동을 건 이재명 의원을 중심으로 친명계와 비명계 간 갈등 양상을 전해드렸는데요. 전당대회 룰이 확정되기 전까지 당분간 양측의 신경전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이 의원의 말로 대신합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8일) : 친구들 사이에 작은 의견 다툼인데 지나가는 사람이 보고는 '저 집 싸움 났다', '곧 파탄날 거 같다' 이렇게 동네에 소문이 퍼지지 않겠어요. 별로 좋은 일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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