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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억대 폐업 비용에…문 닫는 주유소 '위험한 방치'

입력 2018-10-3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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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고, 유가가 뛰면서 문닫는 주유소들이 많습니다. 폐업한 이후도 문제입니다. 제대로 폐업 절차를 밟지 않고 문을 닫으면서, 환경 오염은 물론 안전 사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도로를 따라 주유소 5곳이 영업 중입니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600원대 후반으로, 서울 평균인 1773원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반경 3km 이내로 확대해보니 주유소만 42곳에 달합니다.

그만큼 가격 경쟁이 치열해 영세 주유소의 타격은 큽니다.

[A주유소 사장 : 대리점 같은 경우는 주유소를 여러 개 하거든요. 물량을 많이 받으면 그만큼 정유사에서 정산을 잘 받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적인 경쟁력이 있죠.]

최근 오르는 유가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B주유소 사장 : 아주머니들 차 갖고 시장 가는 걸 안 간다던지. 그렇게 하기 때문에 매출이 떨어져요. 기름값이 싸면 오히려 주유소는 좋아요.]

수도권 또 다른 주유소 밀집지입니다.

무료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경쟁이 치열합니다.

1995년 주유소간 거리제한이 사라지면서 주유소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그에 따라 경쟁도 심화됐습니다.

문을 닫는 주유소도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 1년간 줄어든 전국의 주유소 수는 300곳 가까이됩니다.

1년 전만 해도 주유소였던 곳입니다.

이 담벼락에는 주유소였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데요.

주유소가 폐업을 할 경우, 이렇게 시설물을 철거하고 토양 오염을 정화해야 하지만 이를 회피하는 업주들이 많습니다.

주유소를 폐업할 때는 시설물 철거와 토양 정화를 해야 합니다.

폐업 비용만 1억 5000만 원에서 2억 원이 듭니다.

[주유소 관계자 : 장사가 안 돼서 돈 까먹고 폐업했는데 누가 그 돈 들여 또 하냐고.]

이 때문에 폐업 신고를 하지 않고 휴업만 하는 곳이 많습니다.

휴업 중인 주유소 수는 2015년 6곳에서 올해 6월에는 114곳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4개월 전쯤에 문을 닫은 주유소입니다.

위험물인 석유류를 다루기 때문에 화기엄금이라고 크게 쓰여 있지만 이렇게 불이 잘 붙는 낙엽들 사이로 쓰던 목장갑이나 바가지 그리고 담배꽁초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주유소 앞은 불법주차 장소로 전락했습니다.

빈 엔진 오일 병이 굴러다니고, 깡통 안에 태우다 만 쓰레기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기름탱크 안에는 기름 찌꺼기가 그대로 묻어납니다.

탱크가 오래 방치돼 부식될 경우, 주변 땅이나 지하수에 스며들 수 있습니다.

경기 고양시의 한 주유소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휴업 상태이지만 1년 가까이 방치돼, 기름 탱크 주변 흙이 검습니다.

비치된 소화기들도 낡았습니다.

빈 지하실에는 잠금 장치가 없어 누구나 접근 가능합니다.

[소방서 관계자 : 지하에 있는 시설을 다 빼내고 폐지 신고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요. 이건 주유소를 용도 폐지를 할 경우에만 해당하는 거고요.]

일부 주유소들은 영업을 중단한 채 임대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날 때까지 폐업을 미루고 있는 것입니다.

[전 주유소 운영자 : (시설이) 아깝잖아요. 옛날에는 주유소 하면 그래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일본의 경우 문을 닫는 주유소들에게 폐업 비용을 일부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폐업은 사정이 나빠진 마지막 절차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억 원이 드는 의무사항을 다 지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보이는데요.

올바른 폐업을 유도할 만한 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인턴기자 :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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