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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쏘는 정치] 독일에 묻힌 윤이상 선생 '통영 귀향'

입력 2018-01-2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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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전 대통령 (2007년 9월 13일) :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이수자/윤이상 선생 부인 (2007년 9월 13일) : 제 남편 윤이상 선생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역사적인 질곡 속에서 고생을 많이 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이번에 노 대통령께서 제 남편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신 데 대해서 저는 정말로 뭐라고 표현하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님께 큰 절을 올리겠습니다.]

[노무현/전 대통령 (2007년 9월 13일) : 제가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이런 자세로 절 받아본 적이 없어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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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영 아나운서]

안녕하세요, 톡쏘는 정치 강지영입니다. 꽤 오래된 영상이라 화질이 좋지 않은 점 양해바랍니다. 이 장면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부인 이수자 여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장면인데요. 윤이상 선생은 동백림 사건으로 간첩으로 몰려 독일로 추방된 이후 평생 고국땅을 밟지 못했죠. 독일 베를린에 그의 묘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통영시가 윤이상 선생의 묘 이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는데요. 최근 통영시는 이장 요청을 요청하는 공문을 베를린에 보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오는 3월에 개최되는 통영국제음악제에 맞춰 유해를 가져올 계획이라고 합니다.

윤이상 선생은 동양과 서양의 음악과 사상을 융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유럽 평론가들이 뽑은 '20세기의 중요 작곡가 56인'에도 선정됐지만 평생을 이국에서 떠돌며 고향 통영을 그리워했습니다.

['상처입은 용' 윤이상-루이제 린저 대화 중 :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잠자코 배 위에 앉아 물고기가 헤엄치는 소리나 다른 어부들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소위 말하는 남도창이라 불리는 침울한 노래인데 수면이 그 울림을 멀리까지 전해주었습니다. 바다는 공명판 같았고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습니다.]

그를 간첩으로 내몰았던 동백림 사건, 박정희 정권 때 예술인과 대학교수 등이 옛 동베를린을 거점으로 대남적화공작을 벌였다고 중앙정보부가 밝혔던 사건인데요, 그러나 2006년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간첩사건이 조작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이상 선생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건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했을 때 였는데요, 당시 김정숙 여사는 통영의 동백나무를 공수해서 선생 묘지에 심기도 했습니다.

[김정숙 여사 (지난해 7월 6일) : 사실은 윤이상 선생님이 항상 통영을 그리워하시고 그러셨다고 그래서 그때 일본에서 통영의 바다를 건너면서 보고… 그분의 마음이 어땠을까…]
 
윤선생의 복권 움직임은 현정부에서 본격화되고 있는데요, 이장을 추진하고 있는 통영시는 지난해 11월 도천 테마파크를 윤이상 기념관으로 개칭하기도 했습니다. 김동진 통영시장은, 자유한국당 소속이지만 윤이상 복권 움직임에 적극적인데요, 그는 윤이상 기념관 개칭 행사에서 "윤이상 살리기를 시정주제로 정하는 바람에 이명박 시절부터 국정원 사찰을 받았고 고난에 처한 적도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 시장이 속해있는 자유한국당은 윤이상 복원 움직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요, 전희경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정권 바뀌고 하는 일들이라는 게, 어떻게 하나도 달라진 게 없냐. 노무현 정권 송두율에 이어 이제는 이장까지 해가며 윤이상을 띄운다…"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지역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고 합니다. 문화예술계에선 늦었지만 잘 된 일이라고 반색하는 반면 북한을 찬양한 음악가의 행적을 외면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과연 윤이상 선생의 묘지이장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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