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도쿄 코리아타운 "한일갈등 길어질까 걱정"

입력 2012-08-19 09:3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이번 일로 금방 영향을 받는 건 아니지만, 장기화하면 안되죠"

일본 도쿄의 한류 1번지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한국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40대)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죄' 요구 발언으로 경색된 한일 관계를 걱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18일 저녁 식당 안은 한산한 편이었다. 한일 갈등 탓이 아니라 11∼15일 일본의 오본(お盆.음력 백중을 양력 8월15일로 바꾼 명절) 연휴가 끝난 직후였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독도에 간 지난 10일부터 일주일간은 오히려 손님이 늘었다고 한다. 연휴에 도쿄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신오쿠보를 찾는 이들이 많았다고 최씨는 귀띔했다.

막걸리를 마시던 일본인 손님들은 최근 사태에 대해 저마다 의견을 밝혔지만, "한류는 별개"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이 갑자기 천황(일왕)에게 사과를 요구한 건 충격이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오쿠보나 한류가 싫어지는 건 아니예요"

액세서리를 판매한다는 일본인 여성 K(31)씨는 독도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것은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독도가 쓰시마(對馬)섬 옆에 있고, 누군가 민간인 1명이 소유하고 있어서 한국 정부가 국유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업 관계로 자주 한국에 간다는 중년 남성 T(58)씨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선거용'이라고 폄하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맛있는 지지미(부침개)와 얼음 막걸리를 먹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오쿠보의 한국인들은 바싹 긴장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경쟁이 심해지고 K-POP(한국가요) 붐이 한풀 꺾이면서 매출이 줄어든 터에 이번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 식당 점장은 8월 매출이 지난해보다 40% 가량 줄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5월부터 매달 10∼20%씩 줄어들다가 8월 들어 감소폭이 더 커졌다고 토로했다.

"작년과 올해 호떡 같은 걸 파는 노점상이 많이 늘었거든요. 그만큼 가게로 오는 손님이 줄어든 거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게 임차료는 오르고 아르바이트생들 인건비는 계속 나가야 하고...또다른 한류 훈풍이 불어줬으면 하는 시점에 이번 일이 생긴 거죠"

신오쿠보의 한국인들에게 영향력 있는 단체인 재일본한국인연합회나 재일한국인음식업협회는 우익 단체의 시위나 한일 젊은이들 간 충돌 같은 돌발 사건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 10일 이후 오히려 늘었다. 역시 오본 연휴 덕분이다.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에 따르면 지난 10∼15일 연휴를 이용해 한국에 간 일본인은 7만8천600여명(추정치)으로 지난해 8월10∼15일의 6만7천340명보다 17% 증가했다.

비교 범위를 1∼15일로 넓히면 16만7천명(추정치)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만6천564명보다 14% 늘었다. 10일 이후 여행객 증가세가 그전보다 훨씬 가파르다. 8월 한달간 일본인 36만∼36만5천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간 갈등이 고조됐는데도 한국을 찾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은 일본인들이 양자를 별개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K-POP이나 한류에 대한 일본인들의 호감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눈에 띄는 건 비슷한 기간에 중국행 발길을 돌리는 일본인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본 여행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반일 시위를 걱정한 일본 여행객들이 중국 여행 계획을 취소하는 사례가 꽤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16일 '해외안전정보 홈페이지'에 중국을 찾는 여행객의 주의를 환기하는 정보를 게재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편 규모가 큰 한국 기업은 민감하게 동향을 파악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별다른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일본법인 관계자는 "혹시나 해서 내부적으로 점검을 해보았지만 최근 일로 영향을 받은 흔적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