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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키워드] 천문학적 수수료?…'무기중개상'의 실체

입력 2015-03-1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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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주 금요일 전해드리는 뉴스 키워드 시간입니다. 오늘(13일)밤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 이른바 1세대 무기중개상으로 알려진 인물이죠. 오늘 소개해드릴 내용이 바로 '무기중개상'입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무기를 사고 팔며 엄청난 수수료를 받는다고는 알려져 있지만 그 존재는 매우 비밀스럽기만 한데요. 그 베일을 한번 벗겨보겠습니다.

뉴스 키워드, 이지은 기자입니다.

[기자]

"린다 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2000년"
"이규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2015년 구속영장 청구"

전혀 공통분모가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직업은 바로 '무기중개상'입니다. 분명 존재하지만 좀처럼 그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베일에 싸인 존재인데요. 무기중개상… 그들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무기중개상들의 얘기를 담은 영화 <로드 오브="" 워="">. 영화 속에선 '전쟁의 제왕'이라 불리는 무기중개상, 유리 올로프가 등장합니다.

탁월한 협상력으로 전 세계 무기거래를 좌지우지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맡았던 이 역할의 실제모델은 바로 러시아의 무기중개상 '빅토로 부트'였습니다.

과거 소련의 정보기관 KGB에서 장교로 근무했던 빅토르 부트는 냉전이 끝난 뒤 구소련군의 무기를 헐값에 사들입니다. 그 후 세계 각지의 반군과 테러리스트들에게 팔며 엄청난 돈을 챙겼습니다.

하지만 그 보다 한수 위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무기중개업의 전설적인 인물로 평가되는 터키계의 '바실 자하로프'.

20세기 초 벌어진 대부분의 전쟁에 개입해 무기를 팔아치우며 '죽음의 슈퍼 세일즈맨'로 불렸습니다. 아군, 적군의 구분도 없었습니다.

그리스에 잠수함 1척을 팔고 일주일 뒤, 그리스의 적국인 터키에 잠수함 2척을 팔았습니다. 그리곤 또 터키를 두려워하는 러시아에 4척의 잠수함을 팔았을 정도였죠.

무기중개상들은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빅토르 부트의 경우 20년 동안 6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조 7000억 원이나 벌었습니다. 바실 자하로프는 아예 추정조차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이번에 구속 영장이 신청된 이규태 회장의 경우, 2000년대 초반, 3억 1000만 달러의 러시아 무기를 중개한 뒤 수수료로 2380만 달러, 우리 돈으로 260억 원가량을 받았습니다.

[이일우 사무국장/자주국방네트워크 : (수수료는) 전체 사업 총액의 5% 정도가 암묵적인 룰이거든요. 이규태 회장의 경우 너무 많이 받아서 문제가 됐던 것이고…]

대당 1000억 가량의 전투기의 경우, 1개 대대 20대만 팔아도 1000억원 정도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습니다. 조 단위의 무기를 팔 경우 그 수수료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무기 중개는 '로또'라는 말까지 나오는 겁니다.

무인중개상은 인맥과 정보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무기를 만드는 업체를 대신해 비밀스런 협상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비리가 생길 가능성도 큽니다.

무기중개 비리가 계속되자 방위사업청은 2010년, 200만 달러 이상 무기도입 사업에는 중개상을 배제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무기업체가 원한다면 둘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습니다. 수수료는 5%를 넘지 못합니다.

누가, 어떤 무기를, 얼마나 거래하는지 그 실체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데요. 2012년 국감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내 무기중개상의 현황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표를 보시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무기중개 상위 업체 10곳, 일명 큰손들이 체결한 계약금은 무려 3조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전체 무기도입 계약금액의 43%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무기 중개상의 힘은 막강합니다.

이번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규태 회장의 일광공영이 4위에 올라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 여기서 두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나라끼리 무기를 사고 팔 때, 꼭 무기 중개상을 통해야만 가능한가, 그리고 무기 중개상이 되는 방법은 따로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일우 사무국장/자주국방네트워크 : (무기중개상은 되는 방법은?) 스스로 개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 선배나 후배, 지인이 만들어 놓은 무역대리점에 들어가서 로비비스트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외 무기 업체 입장에서는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는 것보다 그때그때 중개상을 통해 무기를 파는 것이 훨씬 경제적으로 이득이고 세일즈도 더 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린다 김/2011년 'JTBC 선데이피플&피플' 인터뷰 : 한국의 로비 문화가 정착이 되면 (좋겠다)]

무기중개상의 양성화를 바란다는 린다 김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방산 비리 척결을 위해선 중개상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라는 입장도 분명 있습니다.

비밀스런 무기 중개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진화하게 될까요? 뉴스키워드 이지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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