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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되팔기' 뿔난 주유소 사장님의 결단…"소방차·구급차 그냥 오세요"

입력 2021-11-05 10:50 수정 2021-11-0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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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소방차, 119구급차 요소수 급하면 그냥 오세요.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어제(4일) 수도권 주유소 6곳에 붙은 현수막 내용입니다. 중국발 공급난으로 요소수 대란이 일어난 가운데, 소방차·구급차 등이 멈춰설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자 이런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그래도 생명은 구해야 하지 않겠냐는 겁니다.

이 현수막을 내건 사람은 해당 주유소 6곳을 운영하는 정해네트웍스 김준회 대표입니다. 거래처에 일일이 전화해 어렵게 비상용 요소수를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을 우리 사회 꼭 필요한 곳에 쓰겠다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오늘 오전 JTBC는 김 대표와 직접 통화해봤습니다. 김 대표는 "처음엔 되팔기와 사재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나서 시작했다. 2만 원에 판 요소수가 중고사이트에 9만 원에 올라간 걸 보고 이럴 바에 기부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요소수는 디젤차의 필수품입니다. 배출가스저감장치(SCR)에 들어가는데, 이 장치가 부착된 차량은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도 걸리지 않습니다. 국내 디젤 화물차 60%는 SCR이 장착돼 있습니다. 특히 소방차와 구급차 대부분은 요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아직 해당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받아간 소방차나 구급차는 없습니다. 김 대표는 "지역 내 소방서에 공문을 보냈다. 대체로 아직 여유가 있다면서 마음만 감사하게 받겠다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분명 필요한 곳도 있을 것이다. 무료 제공을 한다는 기사가 나간 후 '공공기관이 개인 주유소에 무료로 받아도 되냐', '김영란법 위반'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런 부분에서 소방서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대표는 언제 생길지 모를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 비상용 요소수를 준비해놓겠다는 입장입니다. 소방차나 구급차가 오면 무료로 제공할 수 있도록 열어두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고 일반 판매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물량이 있는 경우, 주유소를 방문해 그 자리에서 바로 넣어가는 차량에는 판매하고 있습니다. 요소수를 통에 담아 따로 가져가겠다고 할 경우엔 되팔기와 사재기를 우려해 판매하지 않습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요소수 나눔" 곳곳 등장…정부, '산업용 끌어오기' 검토

요소수가 부족해지면서 생활 전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물류를 나르는 화물차와 택배를 나르는 차량도 멈출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중고사이트나 직거래 앱에서는 요소수가 10배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습니다. 물량을 많이 확보해놓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되팔기를 하는 겁니다.

모두가 이런 건 아닙니다. 김 대표처럼 좋은 마음으로 요소수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한 판매자는 요소수 10리터를 가격 부풀림 없이 1만5000원에 판매한다고 올렸습니다. 이 판매자는 "누군가한텐 생계가 걸린 일에 돈장난 하고 싶지 않다. 몇만 원 더 벌면 살림살이 나아지시냐. 꼭 필요한 분한테 갔으면 한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다른 판매자는 화물종사자에게 무료로 요소수를 나눔했습니다. 판매자는 "화물차 하시는 분들 요소수 구하지 못해서 일 못하는 뉴스를 보고 비록 10리터 1통이지만 나눔하려고 한다. 다만 조건은 반드시 화물종사자 분이시고, 화물차로 오셔서 그 자리에서 요소수 넣으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요소수 대란을 해결할 여러 방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중엔 발전소 등에서 쓰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끌어다 쓰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 검토에 시간이 걸리고, 실제 차에 넣었을 때 문제가 없는지 분석도 필요합니다. 분석 결과는 11월 셋째 주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환경부는 "요소수 제조·유통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추진 중이 수급 대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면서 "또한 요소수 매점매석 금지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에 대한 TF(태스크포스) 팀을 만들어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안일환 경제수석을 팀장으로, 정책실과 국가안보실의 비서관들이 팀원으로 참여합니다. 요소수 수급이 안정될 때까지 관련 분야별로 주요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계획을 논의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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