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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제발 오지 말라는데…몰리는 '얼음낚시'

입력 2021-01-1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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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원도의 한 저수지 앞에 '제발, 오지 말아달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얼어붙은 강마다 '얼음낚시' 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코로나가 걱정인 겁니다.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강은 완전히 얼었지만,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대부분의 겨울 축제는 취소가 됐습니다.

이곳은 얼음낚시로 유명한 강원도 춘천시의 지촌리입니다.

매년 평일 주말 할거 없이 수백 명의 사람들이 찾던 곳인데요.

이렇게 지금 낚는 것은 빙어가 아니라 코로나 19일지도 모른다는 현수막만 나부끼고 있습니다.

강으로 통하는 길목에는 낚시객을 막기 위한 초소가 세워졌습니다.

[이창훈/강원 춘천시 지촌리 : 여기서 제재하니까 못 가죠, 낚시질하러. 셋이서 이틀 쉬고 4일 근무하고. 코로나 때문에 다 불안하죠.]

들어온 차들이 되돌아 나갑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비슷한 모습이 반복됩니다.

[낚시객 : 인터넷에 빙어낚시 치니까 축제 같은 데 제외하고 그냥 소류지 같은 포인트 찾아서 온 거거든요.]

그나마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곳입니다.

차로 15분 거리의 한 마을.

얼음 위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여기에도 이렇게 출입 통제를 알리는 빨간 현수막이 붙어있습니다.

제 주위에는 하나, 둘, 셋, 넷, 다섯 개 넘는 텐트들이 쳐져 있는데요.

모두 낚시를 하거나 야영을 하려고 몰려든 사람입니다.

여럿이 모여 식사를 하고, 마스크 안 쓴 사람들도 많습니다.

[낚시객 : 넓은 데 사람 몇 명 온다고 그걸 못 하게 하고. (마스크는 어딨으세요?) 마스크 어딨어? 금방 여기 있잖아. 커피 마시다가.]

조금만 참아달라는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얼음 위에선 구멍 뚫기가 한창입니다.

구멍을 뚫는 기계로 얼음낚시 구멍을 뚫고 있습니다.

손님들이 원해서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이렇게 구멍을 뚫어주기도 하는 겁니다.

근처 상인들에게 겨울철 얼음낚시는 용돈벌이 기회기도 합니다.

[상인 : 뭐 5분의 1도 안 되죠. 우리가 이걸 안 한다 그래요. 안 한다 그래도 사람들이 와요.]

얼음 어는 곳마다 상황이 비슷합니다.

도로가에는 많은 차들이 주차가 되어 있습니다.

마치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데요.

낚시하러 온 사람들이 몰고 온 차들입니다.

이 나무 사이에는 '빙어낚시 하지 맙시다.

코로나 19를 멈추기 위해 우리도 잠시 멈춰봅시다.'라는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그런데 이 현수막을 살짝 내려보면 낚시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을 찾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낚시객 : 집에 있으니까 화딱지 나서 죽겠어.]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집에 있는게 답답하단 얘깁니다.

불을 피우고, 여럿이서 밥도 먹습니다.

마스크도 안 낀 채 취재진에게 술을 권합니다.

[낚시객 : 하나 찍어 먹어 봐요. 빙어회에다 한잔해 봐요.]

주민들은 불편합니다.

[마을 주민 : 마을 주민도 장사 안 하고 손님 안 받겠다고 그러는데 온 거야.]

코로나 감염 우려로 화장실까지 막았지만 소용없습니다.

[마을 주민 : 저런 데 말고 화장실도 X 싸 놓고 막.]

아무리 말해도 얼음 낚시 매력을 찾아 옵니다.

[윤종만/강원 춘천시 원평리 : 자제를 요청 아무리 해도 안 되니까, 플래카드 걸고 해도 안 되니까. 어떤 다른 방법을 찾아서 차단했으면…]

주민들이 직접 나섭니다.

장애물을 싣고 와 강으로 향하는 길에 설치합니다.

입구를 끈으로 묶고 현수막도 다시 걸어놓습니다.

[마을 주민 : 맨 처음에는 안 들어오더라고요. 한 사람 다 들어와서 인터넷에 올려요, 자꾸. 낚시할 수 있는 곳이 없으니까.]

그것도 잠시 현수막 사이로 낚시객들이 오갑니다.

얼음 위 밤이 찾아오면, 안전 사고의 우려도 있습니다.

밤에도 이렇게 텐트들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대부분이 여기서 하루 묵고 갈 예정인 건데요.

밤에는 발 밑에 낮에 뚫어 놓은 구멍들이 잘 보이지 않아서 위험할 수 있습니다.

[낚시객 : (낮에는) 면사무소나 시에서 또 나오니까 속 편하게 밤에 밤낚시하려고 왔는데…]

지자체도 나섰습니다.

하지만 낚시를 막을 근거가 없어 순찰을 도는 게 전부입니다.

[춘천시청 관계자 : 근무조가 편성이 돼서 5인 이상 모여서 낚시를 하신다거나 마스크를 안 쓰고 이런 것들은 저희가 계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낚시 금지구역으로 지정하지 않는 한 낚시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거예요.]

코로나 19가 이어지면서 모두가 답답한 마음입니다.

나가고 싶고, 답답한 마음을 풀고 싶습니다.

조금씩만 더 참는다면 모두가 함께 계절을 즐길 날이 조금 더 빨리 다가오지 않을까요.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한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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