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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슬픈 3·1절의 하늘…'달빛 아래선 모두 블루'

입력 2017-03-0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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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엄지장갑' 이란 말 들어보셨는지요. 얼마 전 대학을 졸업한 20대 청년이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입니다.

우리가 무심결에 사용해왔던 '벙어리장갑' 이란 말이 실제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청년의 어머니 역시 장애를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두 명씩이라도 이 말을 쓰지 않다 보면 언젠가는 이런 표현이 사라질 것이다"

정유년 3월 1일의 대한민국. 남북 간의 체제경쟁은 이미 그 답이 나와 있고 3대 세습과 테러의 공포에 휩싸인 그곳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행렬은 이어지는 가운데 아스팔트 거리에서는 먼지 쌓인 '종북' '빨갱이' 라는 말이 부활하여 성조기와 함께 펄럭이고 있는 중입니다.

그 두려움의 단어들은 공산당 혹은 북한을 따른다는 의미를 품고 있을 것인데 지금의 시대에 북한의 체제를 동경하고 그래서 국가의 전복을 꿈꾸는 사람들이 과연 존재하기나 하는 것인지.

자신과 다른 생각은 모두 종북이라 몰아붙이는 그 선명한 흑백의 논리에 휘말려서 기미년을 돌이켜보는 삼일절의 태극기는 98년이 지난 정유년의 오늘, 숨을 죽여야만 했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표현이 사라질 것. 한두 명씩이라도 이 말을 쓰지 않다 보면…"

엄지장갑을 이야기했던 청년의 말처럼 세상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단어들은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

한두 명씩이라도 입에 올리지 않다 보면 이 땅에서도 언젠가 위협과 으름장을 품은 단어들은 사라질 수 있을 것인가.

"달빛 아래선 모두 블루"

며칠 전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영화 '문라이트'에 등장하는 대사입니다.

각자의 색으로 존재하지만 은은한 달빛이 비치는 그 아래에 서면 모두는 같다는 것.

갈등의 광화문 광장.

98년 전 누군가가 애끓는 마음으로 흔들었을 태극기가 본의 아니게 편가름의 상징이 되어버린 슬픈 삼일절의 하늘에도 달은 비추고 있기를. 비록 비는 내리고 있지만 말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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