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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모피 '절세 갑질'에…하청업체만 수십억 '세금폭탄'

입력 2018-12-05 20:45 수정 2018-12-06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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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벌에 수백만 원, 수천만원에 달하는 진도모피,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진도모피 하청업체들에게 수십억 원의 세금이 부과돼서 논란입니다. 그 배경을 보니까 하청업체에게 세금을 미루는 진도모피의 황당한 절세 기술이 있었습니다.

서준석 기자입니다.
 
[기자]

진도모피의 한 하청업체입니다.

자본금 5000만 원에 사장을 포함한 전직원은 9명입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이 업체는 3억 7000만 원의 세금을 고지받았습니다.

2013년 7월 기준으로 매겨진 세금으로 앞으로 추가로 부과될 세금만 수십 억 원에 달합니다.

세목은 모피와 같은 500만 원 이상 사치품에 붙는 개별소비세.

원래 신고해야 할 금액보다 더 낮은 금액을 신고했다는 것이 조세 부과 이유입니다.

하지만 업체 측은 세금 기준이 된 2013년 7월의 실제 매출이 1800만 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10월 진도모피 하청업체 8곳이 고지받은 세금은 약 48억 원.

모두 영세업체들로 앞으로 부과될 세금을 합치면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청업체 대표들 : 상식적으로 돈을 받아서 쓰는 사람이 세금을 내야 하는 게 원칙인데…]

이들에게 거액의 세금이 부과된 배경에는 원청업체인 진도모피의 절세 기술이 있었습니다.

1000만 원 넘는 가격표를 달고 백화점에서 팔리고 있는 모피입니다.

진도모피가 이를 직접 만들어 팔면 판매가 1000만 원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됩니다.

하지만 이 모피를 하청업체가 원재료와 가공비에 해당하는 270만 원에 생산해 원청에 납품할 경우, 세금은 270만 원을 기준으로 매겨집니다.

실제 하청업체들은 270만 원에 대한 세금을 내고, 진도모피에 이를 돌려받아왔습니다.

지난해 진도모피 세무조사에서 이런 관행을 적발한 국세청은 2013년치부터 판매가 1000만 원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 것입니다.

하청업체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원단 구입부터 디자인, 수량 등을 진도 측이 일일이 지시해 이뤄지고 관련 비용도 돌려받아 왔기 때문입니다.

[하청업체 대표 : (진도가) 지정해준 회사야. 항공회사, 운송사, 통관사 다 걔들이 지정해놓는 데예요.]

국세청은 현행 세법에 따라 하청업자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나의 코트에 사용되는 모피 동물은 17마리에서 20마리.

이를 규격에 맞게 자르고 늘렸다가 다시 이어붙이고 마무리 바느질까지 걸리는 시간은 꼬박 하루 반가량입니다.

백화점에서는 500만 원 이상의 가격에 팔리고 있지만, 하청 업체가 챙기는 임가공비는 30~40만 원 수준입니다.

진도모피는 하청업체들에게 "세금 대납은 법적 근거가 없어 어렵다"고 밝혔지만, 취재가 시작되자 "세금을 전부 책임지겠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영상디자인 : 황선미·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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