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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저기 어디 컴컴한 데에…

입력 2015-11-1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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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으로 이어가겠습니다.

1997년에 개봉했던 영화 '볼케이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대한 지진이 발생한다는 그럴듯한 이야기였습니다. 이 영화는 전 미국에서 히트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이 말하는 그 이유가 재밌었습니다.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자신들의 얘기라서 열심히 봤고, 다른 주의 사람들은 캘리포니아가 얄미워서 고소해하면서 봤다는 농담이었습니다.

물론 말씀드린 대로 농담이었는데, 뼈 있는 농담이긴 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부자들도 많고 기후도 좋아서 알게 모르게 시샘의 대상이 되곤 하니까요.

우리 얘기로 넘어오겠습니다. 9월 국감에서, 강남의 한 초등학교 학생 수가 언급됐습니다.

학급당 학생 수 37.5명.

서울 평균은 24명인데 저출산 시대를 역행하는 숫자입니다.

주민들은, 타지역 사람들의 '위장전입'이 이렇게 '초과밀 학급'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강남의 위장전입이 얼마나 많은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번 정부의 총리와 장관 42명 중 20명이 위장전입 이력이 있더군요. 그러니 '위장전입은 필수 스펙'이란 말까지 나왔죠.

강남이 어떤 곳인가.

나는 '중간 이상은 된다'고 답한 주민이 10명 중 7명입니다. 월수입 500만 원 이상 가구는 35.4%. 서울 평균의 2배입니다. 게다가 강남의 소득 상위 20%는 소득이 낮은 어느 지역의 주민보다 15년을 더 산다고 하니… 강남은 교육1번지, 살기 좋은 곳,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장수촌이 되었습니다.

강남은 종종 특권주의·이기주의와 연결되곤 합니다. 서울시에서 강남구를 독립시켜달라는 강남구청장의 발언은 큰 논란을 낳기도 했고요.

하지만, 강남 주민은 좀 억울합니다. 그저 강남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매도당하는 게 정당한가… 당신도 이곳에 살고 싶은 게 아닌가

그러나… 어쩌면, 진짜 문제는 정치인들의 편 가르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강남만큼 수준이 높으면 선거 필요 없는데…"

이뿐 아닙니다. 김무성 대표의 발언이 나왔던 그 강남'을'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강북으로 공천을 주려 하자 '어디 컴컴한 곳으로 가라 하느냐'고 반발했던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강남이든, 강북이든, 더 나아가서 호남이든, 영남이든… 더 나아가서는 젊은 세대이든 나이 든 세대이든…

지역과 집단을 배타적으로 갈라놓고 이를 통해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

우리가 강남을 얘기할 때 정말 배격해야 할 것은 강남이 축적해온 부가 아니라 그런 정치인들의 '검은 계산'이 아닐까…

아, 강남 얘기를 하다 보니, 코엑스 앞에 세운다는 '강남스타일' 말춤 청동상이 떠오르는군요. 거대하고 매끈한 금속 조형물입니다. 그런데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바로 그 크고 매끈한 것을 풍자하는 'B급 정서'의 산물인데… 이건 또 무슨 역설인가…

오늘(11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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