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의 비서를 뽑는다며 카톡으로 면접을 보고 30분도 안 돼 지원자를 합격시켰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을 시켰습니다. 의뢰인에게 돈을 받아오라는 건데,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이었습니다. 비서가 아니라 범죄자가 될 뻔했습니다.
이승환 기자입니다.
[기자]
취업준비생 A씨는 지난달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습니다.
얼마 뒤 한 법률사무소로부터 변호사 비서직 면접을 제안하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면접은 메신저로만 진행됐고, 몇 가지 신상정보를 보내자 30분도 안 돼 합격통보를 받았습니다.
[보이스피싱 가담할 뻔한 피해자 : 의뢰인들 만나서 의뢰금 받아오고 하는 게 주업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법률사무소 측은 A씨에게 사무실 위치도 알려주지 않고 업무 지시는 메신저로만 했습니다.
A씨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곧바로 보이스피싱을 의심했습니다.
[박모 씨/피해자 친구 : 법무법인인데 통신판매업으로 돼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야 너, 그거 이상해. 보이스피싱 같아.']
A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첫 업무로 경기도 수원에 있는 의뢰인에게 수임료를 받으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 가담할 뻔한 피해자 : 너무 무서운 거예요. 그때 너무 떨리고 진정이 안 돼서.]
먼저 도착한 의뢰인에게 A씨가 다가가자 현장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관들이 두 사람에게 뛰어갑니다.
알고 보니 해당 의뢰인은 저금리 대출사기에 속아 970만 원을 뽑아온 보이스피싱 피해자였습니다.
[윤중석/경기 수원서부경찰서 지능1팀장 : 돈을 수금한다는 얘기가 있을 때는 거의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시면 됩니다.]
경찰은 박씨를 보이스피싱 지킴이로 선정했습니다.
[박모 씨/피해자 친구 : 돈을 옮기는 거 본인들이 하면 되지, 왜 10만원씩이나 줘가면서 할까요. 그 의심이 결국엔 나를 지키는 거죠.]
최근 구인구직 사이트에선 이처럼 고수익 아르바이트로 위장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채용이 늘고 있습니다.
경찰은 해당 직업의 불법성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처벌받을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화면제공 : 경기남부경찰청)
(VJ : 김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