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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패션위크' 박윤정 디자이너, "엄마로는 0점, 패션계 선배로는 60점"

입력 2016-10-25 10:02 수정 2016-10-2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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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K-뷰티에 이어 K-패션의 시대가 도래했다. 해외 유수의 명품 브랜드 못지 않게 한국 패션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뜨거워진 가운데, '2017 S/S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한국 패션계 최초로 3대째 디자이너 가계를 이어온 박윤정 디자이너의 쇼에 큰 관심이 쏠렸다. 그는 18일 청담동 드레스 가든에서 자신의 세컨드 브랜드인 와이제이(WHY JAY) '2017 S/S 서울패션위크' 오프 쇼를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박윤정 디자이너는 패션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친숙하고 유명한 이신우 디자이너의 딸이자 K-패션의 선두주자다. 또 그의 딸 윤니나는 ‘탑디자이너 2014’ 최우수수상을 받은 라이징 디자이너로, 한국 최초 3대 패션 패밀리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패션계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박윤정 디자이너를 와이제이 패션쇼가 끝난 뒤 만났다.

-2015 FW 쇼 이후 오랜만인데 근황이 궁금하다.
"중국 광저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거의 1년 반 만에 한국에서 2017 SS 쇼를 진행하게 됐다. 마치 20대 초로 돌아간 것처럼 직접 발로 뛰고, 새롭게 배우고 있다. 와이제이를 론칭하고, 1년 넘는 시간 동안 중국에서 모든 공정을 마련했다. 와이제이 브랜드를 생산하는 데 최고의 인프라를 구축했다."

-와이제이는 어떤 브랜인가.
"대량생산과 패스트패션이 당연시되고, 한 철 유행이 지나면 옷을 버리는 현 상황에 'WHY'라는 질문을 던졌다. 소모적인 옷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 하는 소통하는 브랜드가 와이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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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S/S 와이제이(WHY JAY) 컬렉션이 인상적이었다.
"白雲 (흰구름)의 테마로 ‘오고 가고 한다’는 고사성어의 뜻대로 하늘에서 찍은 구름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구름 위에 떠 있는 그 시간이 주는 휴식과 안식, 편안함과 긴장감을 같이 보여주려 했다. 블랙과 화이트 제품을 더욱 멋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핑크 제품에, 오버사이즈 실루엣이 주를 이뤘다."

-3대째 패션업을 이어오고 있는데, 디자인을 접할 때 어떤 부분에서 헤리티지를 느낄 수 있는지.
"디자인할 때도 비슷한 점이 있지만 패턴을 뜰 때 셋이 매우 닮았다. 선을 긋거나 메모할 때, 빈 종이에 채워진 내용과 글씨에서 헤리티지를 느낄 수 있다. 서양화를 전공한 딸 니나의 선은 매우 시원시원하고 굵은데 그 부분은 나보다 니나가 할머니 이신우 디자이너를 더 닮았다. 나는 인터넷 연결망처럼 이신우 1세대와 윤니나 3세대를 이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예전 유지태가 나온 영화 '동감'처럼 무선기의 신호를 통해서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는 것처럼 어른 세대 이신우 디자이너와 젊은 세대 딸 윤니나를 내가 연결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 '아바타'의 생명 나무처럼 이신우 디자이너의 정신이 계승될 것이라는 게 헤리티지이며 자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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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가 패션업을 하게 된 이유가 따로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이신우'라는 존재는 엄마보다는 패션 디자이너로만 남아 있었다. 엄마가 너무 바빠서 얼굴도 자주 보지 못했고, 하물며 내가 고3 때도 엄마는 수험생인 딸에게 라면도 끓여줄 수 없을 정도로 일에 매진했다. 엄마를 보면서 패션 디자이너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뭔가 이끌리듯이 패션을 했다. 딸 니나는 어릴 적부터 패션에 대한 호기심과 미술에 재능이 있어, 더 숙명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딸에게 있어 엄마로서, 패션계 선배로서 몇점일 거 같나.
"엄마로는 50점을 줄 것 같은데, 만약 니나에게 직접 물어보면 나한테 0점 (빵점)을 줄 것이다. 내가 엄마 이신우한테 느꼈던 외로움을 니나도 느꼈을 것 같다. 패션계 선배로서 박윤정은 니나에게 60점 정도 될 것 같다. 니나가 어떤 결정을 할 때 옆에서 조언을 해주지만 강요하지는 않는다. 최종 결정은 니나의 몫이다. 예쁘게 디자인 했더라도 팔리지 않아서 돈을 벌지 못한다. 힘든 과정과 무거운 압박에서 견대내는 힘이 필요하다. 니나도 그런 힘든 시기를 겪을 것이다. 그럴 때 나와 할머니가 언제라도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이인경 기자 lee.inkyung@jtbc.co.kr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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