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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천하' 첫날 아프간 "청바지 태우며 희망도 태웠다"

입력 2021-09-01 11:20 수정 2021-09-0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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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간 31일 탈레반 조직원들이 미군 철군 뒤 거리에 모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현지 시간 31일 탈레반 조직원들이 미군 철군 뒤 거리에 모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현지 시간 30일 밤 11시 59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했습니다. 탈레반은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며 축포를 터뜨렸지만 현지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 3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리파 아마디(가명)은 탈레반 치하 첫날 아침, 청바지를 포함해 눈엣가시가 될만한 옷들을 전부 불에 던졌습니다.

그는 "오빠가 아침에 부르카를 사다 줬다. 나는 울며 옷을 태웠고 희망도 함께 태웠다"며 "더이상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는 이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며 "밖에서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절대적인 우울감이 도시 전체에 퍼져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미다는 탈레반 치하가 아니던 20년 동안 교육과 고용 등에서 자유를 누렸던 세대입니다.

직장도 잃었습니다. 그는 "파라에 있는 세관 사무소에 취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결국 합격했지만 3주 만에 직장을 잃게 됐다"며 "탈레반이 여성들에게 사무실을 떠나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아미다의 자리에는 긴 수염을 기른 남성이 앉아있습니다. 그는 아프간을 떠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 31일 미군 철군 뒤 탈레반 깃발을 든 조직원들이 카불 거리에 모이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현지 시간 31일 미군 철군 뒤 탈레반 깃발을 든 조직원들이 카불 거리에 모이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미자르-이-샤리프에 거주하는 자바르 라하마니(가명)는 수염을 기르고 아프간 전통 의상을 입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탈레반의 위협을 피하기 위한 예방 조치로 이런 선택을 하기로 했다"며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다. 수염이나 의복 문제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매우 단순한 일이지만 여기에선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또 무신론자인 그는 "마자르와 카불에는 나와 같은 사람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하루에 다섯 번은 기도를 하러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매일 아침 조깅을 하는 레샤드 샤리피(가명)은 평소처럼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산에 올랐다가 위협을 당했습니다.

그는 "탈레반이 날 멈춰 세우더니 총을 겨누며 '돌아가서 무슬림처럼 차려입고 오라'고 했다"면서 "삶의 희망을 잃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탈레반 치하 첫날 아프간은 공포와 우울감이 뒤덮여있습니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1996년부터 2001년) 때와는 다른 변화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지만 이를 향한 우려는 여전히 회의적인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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