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경위와 이미 세상을 떠난 최 경위는 업무적으로나 인간적으로 깊이 연결돼있는 사이였습니다. 청와대 회유 의혹이 제기된 날부터 최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엿새 동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 엿새 동안의 상황이 회유의혹이 있었느냐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간들이기 때문입니다. 한 경위와 최 경위 유족을 여러 차례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의혹이 가시지 않는 문제의 엿새 동안을 재구성해봤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한 경위와 최 경위 유족에 따르면 지난 8일, 한 경위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직원에게 한번 만나자는 연락을 받습니다.
이날 오후, 한 경위와 청와대 직원은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 1시간가량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관천 경정의 문서를 복사했다고 진술하면 입건하지 않겠다"는 회유를 받았다고 한 경위는 JTBC 취재진에 털어놨습니다.
한 경위는 곧바로 최 경위에게 전화를 걸었고, "청와대에서 제의가 있었다. 만나서 얘기하자"고 전했습니다.
같은 시각, 집에서 식사를 하던 최 경위는 부인에게 이 사실을 전했습니다.
최 경위는 다시 한 경위의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섰고 4시간가량 지나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인 9일 최 경위와 한 경위는 자택에서 긴급 체포됐습니다.
두 사람은 구치소에 수감돼 하루 동안 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찰이 이튿날인 10일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최 경위의 유족은 영장이 기각돼 기뻤는데 정작 최 경위는 "큰일 났다. 한 경위가 (청와대 측 제안대로) 혐의를 인정해버렸다"며 걱정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최 경위는 또 형에게 "일이 엉터리로 되고 있다. 청와대 모 행정관이 나쁜 사람이다"며 불만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최 경위는 13일 민정수석실의 회유가 있었다는 유서를 남긴 채 경기도 이천의 한 도로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