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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도 무용지물…지자체는 지금 '무단투기와 전쟁'

입력 2017-01-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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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종량제 봉투에 담지 않고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리면 아예 수거를 안해가는 지자체가 있습니다. 온갖 방법을 다 써봐도 도무지 달라지질 않으니까 내놓은 극약처방입니다. 이 처방이 효과가 있을까요.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가 현장에서 확인해봤습니다.

[기자]

원룸 50세대가 사는 건물인데요, 간밤에 내린 눈으로 이렇게 입구부터 눈이 가득 쌓였습니다.

하지만 한 꺼풀 들어내 보면 모두 쓰레기입니다.

원룸촌 골목으로 들어가자 건물마다 쌓인 쓰레기더미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전기밥솥과 밥이 나뒹굴기도 하고, 어른 키만큼 쓰레기가 쌓이기도 했습니다.

모두 종량제 봉투 대신 일반 봉지에 담아 무단으로 버렸던 쓰레기들입니다.

무단 투기 된 쓰레기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있을까요?

이렇게 음식물부터 시작해서요, 담배도 보이고요, 그리고 이건 기저귀로 보이는데요. 아기용 대형 기저귀도 있습니다.

오산시가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수거를 거부한 지 석 달째, 잠시 환기라도 하려면 사방에서 풍겨오는 악취를 감수해야 합니다.

[주민 : 환기를 시켜야 빨래도 마르고 할 텐데, 쓰레기 냄새 때문에 창문도 제대로 못 열고 사니까…]

함부로 버리다 적발되면 과태료가 나온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이 골목에는요. 이렇게 전봇대에 CCTV를 달아놓고 'CCTV 작동 중'이라는 설명과 함께 ("CCTV 녹화 중입니다") 이곳에는 쓰레기를 버릴 수 없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요. 사람들은 맞은편에 저렇게 무단 투기 쓰레기를 쌓아놨습니다.

무단 투기는 주로 인적이 드문 새벽에, 이미 남들이 버려놓은 장소에서 이뤄집니다.

[상인 : 여기서 계속 머무는 사람들이 아니라 한 달 살다 가거나, 그러다 보니까 돈도 아까울 수도 있고 귀찮을 수도 있는 거죠.]

쓰레기들이 방치되면서 주민과 지역 상인들의 피해가 늘고 있지만 해결책이 없습니다.

어린이공원 바깥에 있는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나 인도 한쪽을 차지한 먼지 낀 매트리스 모두 보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반복된 민원에도 시는 요지부동입니다.

[주민 : 장난 아니었죠. 두 달도 넘게 쌓였어요. 그때부터 안 치워가는 거였어. 이게 1년에 한 번씩 그랬는데 올해는 진짜 대단히…]

무단 투기가 늘어난 또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올해부터 종량제 봉투 가격이 인상됐는데, 오산시 산하의 시설관리공단이 사재기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초부터 대형 마트에 종량제 봉투 공급을 중단한 겁니다.

쓰레기 더미에 유독 마트 봉투가 많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상인 : (시에서) 봉투 판매를 묶어버리면 손님들은 결과적으로 쓰레기봉투가 없으니까 일반 봉투, 쇼핑 봉투라든가 아무 봉투에다 담아서 버리는 거죠.]

오산시는 이번 정책이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과는 별개로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일부 부작용이 있지만 212곳에 달하던 무단투기 거점 지역도 32곳으로 줄었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잠깐 부작용이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경기 오산시 관계자 : (종량제 봉투 구매 방법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면 저희는 민원인이 최대한 살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는 (판매) 지점을 알려 드리거든요.]

오산시에 앞서 같은 정책을 펼친 곳을 가봤습니다.

주민 80%가 개선을 체감했다는 경기도 시흥시나, 2주 만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는 경기도 광주시에서도 무단 투기 쓰레기는 눈에 띕니다.

무단투기 쓰레기와 전쟁을 벌인 지자체들은요. 이후 함부로 버려지는 쓰레기가 줄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다시 찾은 현장은 여전히 그대로였습니다.

일방적으로 방치하는 방법 대신 적극적인 안내와 소통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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