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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물류창고 참사…2008년 냉동창고 화재와 '판박이'

입력 2020-04-30 18:48

5시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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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어제(29일) 경기도 이천의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큰불이 나서 최소 38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대부분 일용직 근로자들이었고요. 이번 화재도 단열재로 쓰이는 저가의 우레탄폼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신혜원 반장이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어제 오후 1시 반쯤입니다.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아주 큰불이 났습니다. 불은 '쾅'하는 폭발음과 함께 시작됐고요. 현장에서 겨우 빠져나온 이들은 불길과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고 말했습니다. 일하고 있던 78명의 근로자 가운데 38명이 사망하고, 10명 가까이 중경상을 입었는데요. 건물 2층에선 한 부자가 함께 근무했는데, 아들은 뛰어내려서 부상을 입었고 아버지는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박수종/이천소방서 재난예방과장 : 밤사이 추가적으로 저희가 계속 정밀 수색을 하고… 사망자 38명 중 29명의 신원이 확인되고 나머지 9명에 대해서는 경찰에서 현재 유전자 감식 중입니다.]

사망자들은 불이 난 지하 2층에서부터 맨 위층인 지상 4층까지 모든 층에서 발견됐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 누구도 대피할 틈이 없었단 이야기입니다. 지하 2층에는 냉동창고가 지어질 예정이었는데요. 샌드위치 패널 가운데 들어가는 단열재로 우레탄을 사용했습니다. 당시 현장에서는 이 우레탄을 엘리베이터 부근 벽면에 바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서승현/경기 이천소방서장 (어제) : 대피도 못 할 정도로, 옷이 전부 화상을 입은 걸로 봐서는 우레탄 작업 중에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급속히 연소가 확대된 것으로 이렇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레탄은 가연성 물질입니다. 패널을 채우는 폼 작업을 하다 보면, 휘발유와 비슷하게 유증기를 뿜어내는데요. 지하같이 밀폐된 공간에서 환기 없이 작업을 하게 되면 용접 중 작은 불티나 무심코 버린 담뱃재로 인해도 폭발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불쏘시개 역할만 하느냐, 불이 붙은 뒤엔 엄청난 유독가스를 뿜어내서 참사를 유발합니다.

[공하성/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정치부회의와 통화) : 가볍고, 탄성이 우수하고 단열성이 또 좋죠.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단점은 화재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것. 목재에 비한다면 유독가스 양이 수십 배에서 수백 배 이상 많이 발생하죠. 특별히 일산화탄소 같은 경우는 1%만 누출이 돼서 그거를 흡입하더라도 1분에서 3분 사이에 즉시 사망한다는 이런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레탄의 대체재는 없느냐, 당연히 불에 더 강한 재료가 있지만 역시  그런 성능을 가진 것은 상대적으로 고가입니다. 공사비 한 푼이 아까운데 현실적으로 비싼 거 쓰기 어렵다, 이런 논리인 거죠.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해서 수습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과거의 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는데요. 12년 전, 역시 이천에서 발생한 냉동창고 화재. 그때도 작업 중인 우레탄에 섞여 있던 냉매가스가 폭발하면서 무려 4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불과 2년 전에도 9명이 사망한 인천 남동공단 화재가 있었습니다. 전기 배선 문제로 처음에 불이 났는데 규모를 키운 건 우레탄폼에서 나온 유독가스였습니다.

[김인철/당시 인천경찰청 과학수사계장 (2018년 8월 23일) : 벽이나 천장은 샌드위치 패널로 시공이 돼 있고 천장 상부 부분. 철골 구조물은 우레탄폼으로 도포가 돼 있는 걸 확인을 했습니다. 화재에 상당히 취약합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아예 물류창고에 샌드위치 패널을 쓰는 것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안전 수칙을 지키고 임시 소방시설을 갖추는 건 당연히 1순위로 해야 할 것들입니다. 이번 현장에도 최소한의 소화기나 대피로, 유도등 같은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는지, 수칙을 어기진 않았는지 철저히 밝혀져야겠죠. 하지만 반복되는 참사를 막으려면 화재의 주범, 화약고라고 불리는 가연성 높은 자재 사용에 대한 법적 규제도 필요해 보입니다.

[정세균/국무총리 : 공사 현장에서 대형화재가 되풀이되는 것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사고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는지도 꼼꼼하게 되짚어 보아야 하겠습니다. 다시는 이번과 같은 대형화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처방이 절실합니다.]

오늘은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날입니다. 문 대통령은 SNS 메시지를 통해서 "코로나19 극복에 애쓰는 와중에 불행한 일이 생겨 안타깝고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부처님의 자비로운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시고 유가족을 위로해주길 바란다"고도 했고요. "부처님의 '대자대비'로 아픔이 치유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 여기서 정리합니다. < 38명 목숨 앗아간 이천 화재…이번에도 '판박이 참사' > 입니다.

(화면출처 : 경기 소방재난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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