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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9회] 대한민국 방공망 뒤흔든 '무인기 사태'

입력 2014-04-13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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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공중에서 뚝 떨어진 무인기 세 대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거렸습니다. 북한이 보낸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나면서, 무인기가 추락하기 전까지 까맣게 몰랐던 우리 방공망의 허점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소형 무인기의 실체가 무엇인지, 탐사플러스가 추적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31일 낮 12시, 여기저기서 포 사격 소리가 쉴 새 없이 이어집니다.

천둥소리 같은 포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자주, 그리고 가까이 들립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놀란 주민들은 허겁지겁 대피소로 이동합니다. 그 순간 포탄이 연이어 떨어지고 깜짝 놀란 주민이 귀를 부여잡습니다.

북한이 쏜 포탄이 우리 백령도 해역에까지 떨어진 겁니다.

[우리 군 경고 방송 : 귀측은 백령도 내 우리 관할 해역에 사격으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지금 즉시 중단하라.]

백령도의 실제 상황입니다.

우리쪽의 경고 방송에도 북한군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상적인 포 사격 훈련이라고 주장하면서 백여 발의 포탄을 우리 해상에 쏟아 부었습니다.

[북한군 경고 방송 : 다시 한 번 반복한다.우리는 우리 지역에서 정상적인 포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북한의 포사격과 우리 군의 맞대응 사격은 이날 한참 동안이나 이어졌습니다.

공포의 사격전이 끝난 건 오후 3시 30분이었습니다. 북한은 해안포와 방사포 등을 동원해 500여 발의 사격을 했고, 이중 100여 발이 우리 해상에 떨어졌습니다. 가장 놀란 건 백령도 주민들이었습니다.

[손진광/백령도 주민 : 처음에는 대피령 안 떨어졌는데 북한이 몇 발 넘어왔다고 하면서…. 0123 천둥소리 보다 더 크게 들렸어요.]

오후 4시 30분, 주민 대피령이 해제되면서 상황이 마무리되는 듯했습니다.

이수일(가명)씨 역시 집으로 되돌아가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피소를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이씨의 눈에 이상한 물체가 들어옵니다. 하늘색의 작은 비행 물체가 나무에 걸려 추락한 겁니다.

[이수일(가명)/최초목격자 : 포탄이 민가에 떨어진 불발탄인 줄 알았는데 비행체더라고요. 그 안에 빨간 점멸등이 들어와서 자폭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긴급사항이라 경찰 쪽에 전화를 해서….]

북한의 사격이 끝난 직후 떨어진 정체불명의 무인기, 다른 주민들 역시 목격했습니다.

[백령도 주민 : 그게 떨어져 있으니까 이게 또 무슨 일이 있으려고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한 가지 주목되는 건 일주일 전 파주에서 떨어진 무인기와 여러가지 면에서 비슷하다는 겁니다.

생김새는 좀 다르지만 둘 다 하늘색이고 카메라가 달려있습니다.

우리 군의 기지와 방공호, 청와대 등 핵심 시설을 촬영한 흔적도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일주일 뒤 삼척에서도 하늘색 무인기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10월 추락했다는 이 무인기는 모양이 파주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합니다.

국방부는 이 무인기 석 대가 모두 북한이 보낸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김민석/국방부 대변인 : 합동조사 결과 북한의 소행으로 확실시되는 정황증거가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부품 내부에 제조사와 일련번호 등이 고의로 훼손된 흔적이 있고 연료통과 배기량 등을 고려했을 때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에서 보냈을 가능성이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취재진은 북한이 보냈다는 무인기가 궁금했습니다.

온 이유가 뭔지, 왜 이곳에 추락했는지…. 현장에서 단서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7일, 무인기가 떨어진 파주 현장을 찾았습니다.

봉일천 인근, 무인기가 추락한 지점은 예상 외로 탁 트인 공간이었습니다.

비행기가 부딪쳐 추락할 만한 장애물이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백령도 추락지점엔 나무가 있었고 삼척 추락 지점은 해발 940미터의 산이었다는 점과 비교됩니다. 이곳 100미터 바로 옆엔 집도 하나 있었습니다. 길이 2미터 15kg의 무인기가 떨어졌다면 소리가 들렸을 법도 한데 주민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파주 무인기 추락지점 인근 주민 : 떨어졌다고 들어는 봤는데 어디 떨어졌는지 모르겠어요.]

추락지점 인근엔 탄약고도 있었습니다.

만약 이 무인기가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면 아찔한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탄약고 관계자 : (이 시설이 어떤 시설인가요?) 탄약고예요 탄약고, 산업용. 여기 출입금지예요.]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단서가 될 만한 CCTV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10시 30분 CCTV속 농기계 너머엔 아무 것도 없었지만 10시 35분 갑자기 정체불명의 물체가 나타났습니다.

잠시 뒤 한 남성이 다가가는 모습도 포착됩니다.

CCTV에는 물체가 떨어지는 장면, 딱 5분간의 영상이 지워진 채 추락한 이후의 모습만 남아있었습니다.

군에서 수거해간 뒤 돌려받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파주 무인기 추락지점 인근 주민 : 기무사 줬죠. 기무사에서 지웠는지 안 지웠는진 모르겠는데….]

무인기가 오전 10시 30분쯤 떨어졌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무인기가 파주에 떨어지기 직전까지의 이동 경로를 추척해보기로 했습니다.

국방부에서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해봤습니다.

북한에서 내려온 무인기는 3월 24일 오전 8시 파주 상공을 비행하며 촬영을 시작합니다.

1800만 화소의 카메라를 장착하고 소음을 줄인 글로 엔진을 달았습니다.

미리 입력해 둔 좌표를 따라 자동 비행을 하는 겁니다.

경기 남부 수도권을 지나 청와대까지 20분 만에 주파합니다.

청와대에 근접해서는 카메라 셔터 간격이 빨라지고 300미터 상공까지 접근합니다.

카메라 작동 역시 자동으로 미리 설정돼 있었습니다.

다시 서울시청을 지나 북쪽으로 되돌아 가다 파주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취재진은 이동 경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의문점을 발견했습니다.

출발지에서 청와대까지 오는데 20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다시 돌아가는 데는 1시간 40분이 걸렸다는 점입니다.

[배재성/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 GPS 신호를 받아서 위치를 측정할 텐데 위치를 잘못 찾아간 것 같아요. 문제가 생겨서 잘못 가다가 파주에서 내린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국방부는 실제로 파주에 떨어진 무인기가 엔진 이상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 역시 파주 무인기와 흡사합니다.

혹시 이런 무인기를 동호회에서 날렸을 가능성은 없을까.

취재진은 추락지점을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어렵게 최초 신고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삼척 무인기 최초 신고자 : 아무래도 뭐 연료가 없다가 추락한 거 같기도 하고 나도 정확한 건 몰라요. 그냥 추락하면서 낙하산 펴져 있고….]

무인기 발견장소를 찾아가는 길은 험난했습니다.

해당 지점의 좌표를 GPS에 입력해 실제로 찾아간 해발 940미터의 추락지점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곳이었습니다.

4시간 가까이 올라간 현장은 제대로 된 등산로조차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무선통신으로 비행체를 콘트롤하는 RC동호인들이 이곳에서 취미로 날렸을 것이란 추측이 힘들다는 얘깁니다.

취재진은 석 대의 무인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도 하나 알아냈습니다.

삼척과 파주의 비행기 모양이 가오리형으로 비슷한 반면 백령도는 모양이 조금 다른데 이 역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가오리형과 비슷한 삼각형 모양의 무인기입니다. 하늘을 날자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뒤집어집니다.

삼각형의 스텔스형은 레이더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이처럼 갑작스런 돌풍에 취약합니다.

바닷바람이 센 백령도에선 삼각형 모양의 비행체가 불리하단 이야깁니다.

[심현철/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 바닷바람이 강하면 체공성 보다는 비행성이 더 중요합니다. 그럴 경우에는 수직꼬리날개와 수평꼬리날개가 다 있는 것들이 훨씬 비행기를 제어하기가 좋습니다.]

무인기 3대가 떨어진 시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파주 무인기가 떨어진 건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날이었고 백령도는 북한의 해상 사격 직후였습니다.

[양욱/한미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 그 시점에 맞춰서 비행을 했다는 것으로 보아 양쪽 지역 다 동일하게 군사 안보에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려는 목적이 있을 수가 있다.]

삼척 무인기가 발견된 건 우리 군이 10년만에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벌이면서 1500km 순항미사일과 산 뒤편에 있는 해안포 부대를 공격할 수 있는 스파이크 미사일 등 첨단 무기들을 공개한 직후입니다.

군사 퍼레이드를 통해 무인기를 과시했던 북한이 10년만에 부활한 남한의 시가행진에 자극을 받았을 수 있는 시점입니다.

땅에 떨어져 발견될 때까지 우리 군이 전혀 감지해내지 못한 북한의 소형 무인기가 남한으로 침투한 게 과연 이 세 번 뿐이었을까?

취재진은 새로운 증언과 제보를 받았습니다.

[앵커]

한윤지 기자, 북한 무인기가 우리쪽으로 넘어온 게 이번만이 아니란 말인가요?

[기자]

아직 단정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보낸 무인기가 모두 추락한 게 아니라면 우리가 모르는 무인기가 주요 시설을 촬영하고 돌아갔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실제로 이런 우려를 자아내는 제보와 증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화면 먼저 보시죠.

취재진 앞으로 한 통의 제보 메일이 들어왔습니다.

대학 교직원이라고 밝힌 김민규 씨는 지난해 집 앞에서 찍은 사진 한장을 보여줬습니다.

삼척에서 무인기가 떨어지기 전날인 2013년 10월 3일, 이상한 소리에 하늘을 봤더니 소형 무인기가 보였다는 겁니다.

시간은 오전 11시33분, 마침 딸의 운동회에 가기 위해 나서던 길이었습니다.

무인기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빠르게 날아갔고, 최근 백령도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했다고 기억했습니다.

[김민규/제보자 : 눈에 잘 띄지 않는 회색톤이나 하늘색톤이라고 기억이 되고요. '꼬리가 좀 특이하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인기가 목격된 곳은 서울 이문동의 주택가입니다. 혹시 무인 비행기 동호회가 날린 건 아닐까.

[무선 조종 동호인 : RC(무선조종)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절대 거기서 못날리죠. 왜냐하면 위험하니까.]

김민규씨의 제보가 있은 이후 취재진 앞으로 또 다른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허준/ 제보자 : 이문동, 석관동, 월곡동 일대에서 이상한 비행체를 봤다는 목격이 1년에 2~3건 정도 심심찮게 있어서 몇 년 전부터 이 지역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어요.]

이 제보자는 비행체의 이동 루트를 주목했습니다.

[허준/ 제보자 : 이 라인이 여기서부터 북쪽으로 가는 라인이 청와대 라인이거든요. 이 지역은 비행 금지구역으로 알고 있어요.]

실제로 현장에 나가 확인해보니 비행체 목격 지점에서 청와대로 이어지는 경로에는 각종 군사 시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전문가도 심상치 않게 생각했습니다.

[이희우/충남대 군수체계연구소장 : 서울 도심의 주택가를 비행했다면 일단은 비행 의도가 의심스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군이 국군의 날 시가 행진을 한 직후에 삼척의 무인기 추락과 서울 이문동 비행체 출몰이 잇따른 겁니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무인기 개발을 강조해왔습니다.

2012년 김일성 생일 열병식에 등장한 무인기는 이번에 추락한 것과 같은 색입니다.

지난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군부대 방문에서도 무인기가 등장합니다.

[조선중앙TV / 2012년 1월 무인 항공기 훈련 참관 : 수령님의 현명한 영도 밑에 1945년 12월 조선 항공기가 창립된 때로부터 활발히 벌어져...]

취재진은 북한의 이야기를 좀 더 듣기 위해 북한 항공부대장 출신의 탈북자를 접촉했습니다.

2011년 북에서 탈출한 김모씨는 중요한 증언을 했습니다.

[북한 항공부대장 출신 탈북자 : 북한에 (대한민국 주요기관의 좌표가) 다 넘어가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의 작전 계획 안에 위치가 정확하게 기입돼 있다 말입니다. 지도에.]

이번에 무인기를 보낸 것도 최신의 좌표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항공부대장 출신 탈북자 : 정확한 위치를 다시 확정하느라고 그걸(무인기를) 띄우지 않았겠나.]

이번에 보낸 무인기의 기술과 성능이 초보적인 동호회 수준이란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추락한 북한 무인기의 비행 능력은 6년 전 국내 대학교에서 만든 것과 비슷합니다.

날개 길이 2.9m에 11kg의 무인기로 독도까지 왕복 450km를 4시간 반 만에 비행했습니다.

특정 지점을 촬영하고 다시 돌아오도록 한 건 북한 무인기와 비슷합니다.

[임재용/충남대 독도 비행 당시 학생 연구원 : GPS를 이용한 자동항법기술은 당연히 들어가 있고요. 명령은 포인트를 찍어 놓는 거죠.]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무인기가 얼마든지 개조돼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는게 정부의 판단입니다.

[김관진/국방부장관 : 북한 추정 소형 무인기를 새로운 군사 위협으로 인식하여 현행 작전 태세를 즉각 보완하고.]

실제로 무인기에 폭발물 등을 실어 공격용으로 쓰일 수 있는지 실험해봤습니다.

취재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무인기에 손바닥 크기의 모형을 만들어 실은 뒤 비행 중 떨어뜨려보기로 했습니다.

무인기가 목표 지점을 지날때 투하 버튼을 누르자 물체가 정확하게 떨어집니다.

실을 수 있는 중량은 동체의 크기와 엔진에 따라 다르지만 얼마든지 쉽게 개조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격용으로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폭탄 등을 탑재한 공격 수단으로 무인기보다는 미사일이나 방공포를 쓰는 게 더 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이희우/충남대 군사체계연구소장 : 날개 때문에 속도가 증가하면서 기수가 틀릴 수밖에 없어요. 이 얘기는 뭐냐면 어느 지점을 정확히 조준해서 들어갈 수가 없다는 얘기죠.]

북한이 초보적인 기술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허를 찔렀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양욱/한미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 어떻게 보면 적은 비용으로 커다란 효과를 얻는다. 그리고 이걸 막기 위해 상대방은 많은 비용을 써야 한다. 이게 전형적인 비대칭 전략이라는 거죠.]

날짜의 북한식 표현인 '날자'를 배터리에 그대로 적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란 설명입니다.

[양욱/한미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 (안정적인 무인기가 아니기 때문에) 100대 보낸다 하면 10대 이상 추락할 수 있다는 가정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추락했을 때 그것이 가져다주는 효과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바보 같은 일이 될 것입니다.]

'무인기 사태'에 북한이 첫 반응을 보인 건 지난 5일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지난 5일 :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청와대와 경복궁을 포함한 서울 도심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고...]

정체불명의 무인기라며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이틀 뒤엔 우리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조선중앙TV/ 지난 7일 : 무슨 무인기 소동을 벌이면서 주위를 딴 데로 돌아가게 해버렸고 가소롭게 책동하고 있다.]

예상대로 북한은 대한민국 안보를 뒤흔들어 놓은 뒤 무인기 사태에서 발을 뺐고, 무인기 불똥은 지금, 북한이 아닌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스튜디오에 무인기 한 대를 준비했습니다. 전문가도 한 분 모셨는데요. 스튜디오 공간이 좀 좁긴 하지만 먼저 무인기를 띄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수직으로 날고 있고요. 어어. 한 기자 쪽으로 가는데요. 위험하지 않나요? 알아서 피해 하네요? 이게 어떤 기술인가요?

[심현철 교수 : 이번에 북한의 무인기가 GPS를 입력해서 자동비행을 했다면 이 기술은 한 단계 진보한겁니다. GPS가 없어도 무인기에 장착된 레이저 센서를 이용해서 장애물을 스스로 감지하고 자동 비행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복잡한 도심이나 실내에서도 자동 비행이 가능한 겁니다.]

[앵커]

북한과는 기술이 많이 차이 나네요? 그런데 정부가 이런 무선 조종 비행에 대해 규제하겠다고 해서 반발이 많다죠?

[기자]

네, 무인기 기술을 개발해도 모자랄 판에 북한 무인기 사태로 동호인까지 규제하는건 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화면 함께 보시죠.

취재진은 무선 조종 동호인들을 통해 무인기의 성능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충북 청주의 한 공터에서 여러가지 무인기를 날리던 동호인들은 취재진에게 북한 무인기 이야기를 꺼냅니다.

[임관호/무선 조종 동호인 : 이건 사람이 조종하는 거잖아요. (북한) 무인기는 기계가 조종했다고 하는데...]

[지창구/무선 조종 동호인 : 그건(북한 무인기) 쉬운 거예요, 정해진 루트를 비행하는 건 쉬운 거예요.]

이야기기 계속되자 정부에 대한 성토를 쏟아냅니다. 북한 무인기 사태로 불똥이 동호인들에게 튀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12kg 이하의 무인기는 비행에 제한이 없었지만 이제 그 이하도 규제 받게 됐다는 겁니다.

[김태형/무선 조종 동호인 : 어린 아이도 어느 정도 배우면 같이 할 수 있고 저희 아들하고도 같이 했었고 그랬던 거거든요. 그런데 이거를 북한 무인기하고 비교한다는 건 사실 말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임관호/무선 조종 동호인 : 예를 들어 누가 스마트폰으로 국가시설 찍었다고 스마트폰 규제하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소형 무인기 기술을 개발해 대응력을 키우는 대신 오히려 규제하는 방법을 택한 정부, 하지만 분명 세계적 흐름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인터넷 종합 쇼핑몰 아마존의 무인항공기 드론이 시범적으로 택배 서비스를 실시했습니다.

드론으로 물건을 들어올린 뒤 하늘을 날아 집 앞까지 배달하는 서비스입니다.

최대 16km를 이동할 수 있고 책이나 생활용품 등 2kg 안팎의 물건이면 배송이 가능합니다.

국내 대학에서도 무인기를 이용한 택배 실험을 성공했습니다.

[임관호/무선 조종 동호인 : 이걸 규제하기 보다는 차라리 등록제를 하든 투명하게 하면 우리나라 항공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인기 시뮬레이션 영상입니다.

강원도 양양 공항 인근에 소형 무인기가 나타나자 또 다른 무인기가 출동합니다.

자동으로 적의 무인기를 탐지하고 사격 거리를 계산해 기총으로 요격합니다.

이어 또 다른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나타나자 이번에는 자신의 무인기를 충돌해 궤도를 이탈하도록 합니다.

작은 충돌에도 취약한 자동항법장치의 약점을 오히려 역이용하는 겁니다.

백령도에 출몰한 무인기도 나무와 부딪치자 맥 없이 떨어졌습니다.

[심현철/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 소형 무인항공기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다른 무인항공기가 작전구역에 들어오면 자동적으로 감시하고 추격을 해서 적절한 대응을 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미 90% 기술이 완료돼 4~5년 뒤면 상용화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소형이라 레이더가 탐지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할 수 있고 도심에서 격추했을 때 유탄이 떨어지는 미사일의 단점을 개선한 방법입니다.

무인기에 대한 기술 개발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부분입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북한의 소형 무인기에 갈팡질팡하는 군 당국, 이를 지켜보는 군사 전문가들의 마음은 답답합니다.

[박휘락/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 전반적으로 헤이해졌을 때는 어느 한쪽에 구멍이 나서 기울면 또 다른 쪽에 구멍이 납니다. 천안함 때도 제대로 대응을 못했고 연평도 때도 대응을 못했고... 우리 군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으냐 이런 차원에서 한번 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앵커]

물론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한 규제는 해야겠지만, 자칫 무인기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현명하게 판단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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