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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살인' 피해자 동생 "경찰 믿었지만, 보호받지 못했다"

입력 2021-11-26 15:24 수정 2021-11-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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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캡처〉〈사진=JTBC 캡처〉
"언니는 경찰을 믿었는데, 보호받지도 못한 채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전 남자친구 스토킹에 시달려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이 결국 흉기에 찔려 숨졌습니다. 당시 여성은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 워치를 눌러 구조 요청을 했지만, 경찰이 헤매는 사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유족은 경찰의 사건 대응이 부실했다고 지적하며 이번 사건은 계획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피해자의 동생인 A 씨는 오늘(2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인 김병찬이 그동안 저질렀던 행동에 대해 털어놨습니다.

■ "김병찬,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거짓"

A 씨는 "언니가 김병찬을 어떻게 만났는지 자세히 모르지만, 언니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1부터 100까지 거짓이었다고 한다"며 "처음에 직업도 속였다. 무직인데 부동산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더라. 명품도 지니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병찬의 거짓된 모습을 알게 된) 언니가 부산에서 김병찬과 헤어졌었는데, 부산에서도 한번 경찰서에 신고했다고 들었다"며 "언니한테 수시로 목을 조르고 흉기를 들고 협박을 하고 죽이겠다고 했다더라. 이런 식으로 위협하다가 또 그만하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또 협박을 안 하겠다는 게 거짓말이라면서 웃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더라"라고 전했습니다.

■ "경찰 부실 대응…증거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A 씨는 경찰의 사건 대응이 부실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언니는 경찰에 여러 차례 신고도 했었다"며 "그런데 증거가 없으면 경찰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고 (언니가) 답답함을 토로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어떤 경찰은 협박당한 게 맞냐고 물어봤다더라"라며 "법원에서 접근금지를 내렸지만, 김병찬한테는 그냥 전달만 하고 끝이었다. 임시보호소로 이동할 때 김병찬이 언니 차에서 자는 걸 수사관이 발견했는데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만 주고 다시 돌려보냈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9일에는 김병찬이 언니 직장에 찾아와 출퇴근할 때 흉기에 찔리고 싶냐는 등 말을 하면서 언니를 위협했다"며 "언니가 스마트워치를 집에 두고 나와서 미리 설정해둔 휴대전화 SOS 기능을 눌렀고, 언니 친구들에게 정확한 위치가 찍힌 문자와 로드뷰가 발송돼 언니 친구들이 김병찬과 같이 있던 언니를 분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차라리 (스마트워치가) 지급이 안 됐으면 언니가 그 (휴대전화 SOS) 기능을 써서 경찰이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습니다.

■ "스토킹 살인, 계획적 범행"

A 씨는 "김병찬이 언니 휴대전화를 강제로 뺏어서 메시지를 다 지웠다"면서 "경찰은 메시지나 사진, 동영상 같은 증거를 원했다. (협박받는 상황에) 언니가 김병찬이랑 셀카를 찍을 수도 없고 말이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A 씨는 "스마트워치를 누르면 경찰 목소리가 나오는데, 김병찬이 그걸 듣고 흥분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며 "그런데 김병찬이 전날 했던 행동 등을 보면 무조건 계획적인 범행이다. 서울에 올라와서 흉기와 모자를 사고 언니 차가 주차된 걸 확인하고 기다렸다가 언니를 여러 차례 흉기로 찔러서 살해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범행을 저지르고 나서도 그동안 협박 증거를 없애기 위해 언니 휴대폰을 강남 한복판에 버리고 본인 휴대폰은 추적당할까 봐 비행기 모드로 전환하고 대중교통을 타고 대구로 도주했다"며 "살인을 저지른 후에도 대도시를 활보하고 다닌 걸 보면 살인의 흔적을 없애기 위한 옷도 미리 준비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습니다.

■ "경찰의 소극적 대응에도 믿었는데…영영 못 보게 돼"

A 씨는 "언니는 경찰의 소극적 대응에도 경찰을 믿었다. 그런데 언니는 가족 품에 영영 돌아올 수 없게 됐다"며 "언니는 국민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사람을 죽여놓고 이제 와서 스마트워치 점검, 경찰 대응 훈련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대응은 정말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언니가 죽기 전에) 할 수 있었던 거 아니냐"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병찬이 사회에 나오게 되면 가족들은 다시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며 "국민청원에 많이 동의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인 것 같다.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피해자 유족은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해당 청원은 현재까지 2만 4,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김병찬은 지난 1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 복도에서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 여성은 김병찬의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고 있었습니다. 사건 당시 여성은 두 차례에 걸쳐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눌렀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약 500m 떨어진 서울 명동으로 위치가 잘못 잡혔고, 경찰이 헤매는 사이 여성은 보호받지 못하고 흉기에 찔려 숨졌습니다.

김병찬은 범행을 저지른 뒤 달아났다가 하루 만인 지난 20일 대구에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지난 24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피의자 김병찬의 얼굴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습니다. 경찰은 김병찬이 범행을 시인하고 감식 결과와 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돼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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