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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관피아 방지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인가?

입력 2014-12-04 22:31 수정 2014-12-0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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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을 완전히 뜯어고치려면 고위공무원들의 낙하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해서 추진된 게 이른바 '관피아 방지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안의근 기자가 보도해드린 것처럼 이 방지법은 어떻게 된 건지 통과되지 않고, 어제(3일) 법사위에서 결국 제동이 걸렸습니다. 일부 의원들이 문제가 있다며 막아선 건데요. 오늘 팩트체크에서 과연 문제가 있는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어제는 과자 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셨는데, 오늘은 좀 심각한 얘기가 될 것 같습니다. 원래 소관 상임위원회인 안행위에서도 관피아 방지법은 통과시켰습니다. 그런데 법사위는 본회의 가기 전 마지막 관문이잖아요? 거기서 막혀버렸네요?

[기자]

네, 간단히 말하면 이 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건데요. 자세한 내용은 국회 법사위 위원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김진태 의원/새누리당 : 직업 선택 자유의 본질적인 부분을 해할 수가 있다. 본래 업무 관련성의 판단 범위를 부서에서 기관으로 확대하고, 변호사 등은 거의 직종으로까지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어서 소위 회부를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앵커]

고위 공무원들이 재취업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졌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위헌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법안에 어떤 내용이 있길래 그렇습니까?

[기자]

네, 관피아 방지법의 내용은 크게 3가지인데요, 예를 들어 국토부 공무원 A씨가 있다고 할 때, 퇴직을 하고 00토건에 들어가려면 2년간은 정부의 심사를 거쳐야 입사할 수 있습니다.

업무 연관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아야 하는 거죠.

그런데 법이 개정되면 이 기간이 3년으로 늘고요.

[앵커]

일단 3년 동안은 취업을 못 한다는 얘기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심사를 받아야 할 수 있는 건데요.

또 제한 범위가 원래 일했던 부서와 연관된 곳이었던 게 일했던 기관, 그러니까 국토부 전체와 연관된 곳까지 넓어지는 거죠.

그리고 이런 심사를 받는 대상도 공무원뿐 아니라 부장판사 B씨, 검사장 C씨 등 법조인으로까지 확대된 겁니다.

그러다 보니 이러면 취업을 막는 범위가 너무 넓다, 과잉이다, 헌법상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 이런 문제가 제기된 겁니다.

[앵커]

그러면 법 해석상으로는 어떻습니까? 실제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건가요?

[기자]

안행부에서, 지금은 행정자치부죠, 여기서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법제처와 법률 자문위원들에게 어떻게 되는 건지 물어봤다고 합니다. 어떤 대답 돌아왔는지 그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신병대/행정자치부 인사혁신처 윤리정책과장 : 결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라는 쪽으로 법제처에서도 얘기가 있었어요. 그게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도 적정한 수단이고, 행정자치부 인사혁신처 윤리정책과장 적용 범위도 최소화하고 있어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건 아니다, 이렇게 본 거죠.]

[앵커]

모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게다가 지난 6월에 한 금융감독원 출신이 퇴직 후 취업제한이 너무하다며 헌법소원을 냈는데, 헌법재판소에선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정당하다, 관피아 부정부패 막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며 합헌결정을 내렸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독일, 프랑스, 미국의 사례를 가지고 왔는데요. 모두 다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기간을 3년으로 두고 있는 모습 볼 수 있고요, 어길 경우 프랑스에서는 연금을 아예 빼앗아 버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미국 같은 경우에는 최대 25만 달러, 그러니까 2억 5천만 원의 벌금을 물리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의 관피아 방지법, 이 제도가 꼭 지나치다고만 볼 수는 없는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 이렇게 의심해보는 건 어떨까요? 법사위에 판검사 출신들이 많잖아요. 이분들이 취업 대상 범위가 상당히 좁아지니까 그래서 그런 건 아닌가, 사실 언론에서 대개 그런 분석들을 합니다.

[기자]

네, 그런 지적이 분명히 있습니다. 지금 19대 국회 법사위원이 16명인데 그중에 판검사 출신, 그러니까 변호사 자격증 가지고 있는 사람이 11명입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법사위에서 관피아 방지법 통과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 이런 배경 때문이 아니냐는 이야기 나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건 사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정치권이 먼저 하겠다고 했었잖아요. 그러다가 스스로 막아서는 모습이 연출되는 건데, 그래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들이 많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발의됐던 관피아 방지법이, 여야 의원, 정부 할 것 없이 총 15건이었습니다.

세월호 후속대책의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강조되면서 대통령도 직접 언급했었는데요, 그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5월 19일 대국민담화 :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취업 제한 기간을 지금의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관피아의 관행을 막기 위해 공무원 재임 때 하던 업무와의 관련성 판단 기준도 고위 공무원의 경우 소속부서가 아니라 소속기관의 업무로 확대해서…]

[앵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약속한 것을, 결과적으로 보자면 여당 의원이 지키지 말자고 하는 게 되어버린 셈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느냐 살펴보면 내일 법안심사소위가 열려 이 부분에 대해 다시 논의하긴 하는데요, 9일에 끝나는 이번 정기국회 안에 이 문제가 처리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초,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한창 추진되던 이 법에 대해 "취업할 수 없는 직역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갔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주무장관이였던 분마저 이런 모습이니까 다음 국회 때 어떻게 처리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대책 내놓으라 그럴 땐 나라 전체를 뜯어고칠 것처럼 하다가 정작 법 만들 시점이 되니 한발 물러서는 정부 여당의 모습, 또 한번 실망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앵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얘기가 나올 수도 있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 이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보나 마나 안 되겠지라고 생각하신 분도 많았다는 사실, 어찌 보면 슬픈 현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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