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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사냥하듯 땅 찾아…전국 곳곳 몰래 버린 '폐기물 산'

입력 2021-05-18 20:46 수정 2021-05-1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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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별안간 내 땅이나 내 공장 앞에 폐기물 더미가 잔뜩 쌓여있다면 어떨까요. 전국에 이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오늘(18일) 밀착카메라는 이른바 '떴다방' 같은 수법으로 폐기물을 버리는 업체를 추적했습니다.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어느 날 갑자기 폐기물 더미가 생겼다는 제보 사진입니다. 경기도와 인천, 충북 등 전국에 별안간 쌓였다는 건데요.

원래 정해진 방법으로 처리되어야 할 사업장 폐기물을 누가 버리고 갔는지, 지금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먼저 경기도 김포시로 가봤습니다.

멀리 폐기물 더미가 보입니다.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는 야적장 사이로 폐기물을 담은 자루가 쌓여있습니다.

이런 스티로폼 폐자재가 흘러내리고, 이쪽엔 정체를 알 수 없는 폐기물이 그대로 놓여있습니다.

제 키보다 높게 쌓여있는 거 같은데, 이곳에서 날리는 먼짓가루 때문에 주민들이 고통 받은 게 벌써 지난해부터라고 합니다.

[근처 공장 관계자 : 화물차들이 수십 대가 왔다 갔다 했는데, 뭐 하냐고 물어봤어 내가. 원자재라고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 다 폐자재더만.]

원자재라고 하면서 쌓았다는 겁니다.

다른 지역에도 폐기물이 들어섰습니다.

충북 제천시의 광산입니다. 이 곳에선 한 업체가 광물을 뽑아낼 수 있는 원자재를 공급한다고 하더니 별안간 폐기물을 쌓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광산 관계자 : 한 달 내로 다 치워준다 그랬는데, 거의 1년 됐는데. 우리 여기 두 달 동안 들어오지도 못했어, 냄새가 나서.]

수익성이 있는 원자재라고 소개하고, 맡아달라고만 했다는 겁니다.

[광산 관계자 : 금 들어 있다고. 뭐 그 사람들 팔자 고친다고 받아 가자고.]

넓은 부지에 있는 문 닫은 공장, 산업단지 안에 있는 지자체 소유 땅입니다.

폐공장 안으로 들어와 봤습니다.

구석에 1t 짜리 자루가 수십 개 쌓여있습니다.

자루에는 폐분이라고 쓰여 있는데요.

내용물을 보면 갈린 스티로폼, 나일론 등 온갖 플라스틱 종류가 꽉 채워져 있습니다.

자루는 군데군데 터지고 쓰러져서 내용물이 밖으로 흘러내렸습니다.

[근처 공장 관계자 : (폐분은) 시간이 많이 지났거나 하면 사용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폐기되는 분말이라는 뜻. 의아한 거예요. 이런 식으로 보관할 수가 없는 물건들인데. 저건 뭐 기획 폐기물 아니면…]

도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

[지자체 관계자 : 저희 쪽에는, 그 A라는 사람으로 알고 있거든요.]

[광산 관계자 : 저 쓰레기 저거 갖다 놓은 사람. A 뭐라고 하는 사람. 나이 좀 많죠.]

[인천 부지 관계자 : A씨라는 사람이 버린 거니까.]

취재 도중 A 씨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피해를 봤다는 곳들은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광산 관계자 : 돈은 받아먹고, 처리는 할 데 없고, 몰래 갖다 이런 데 갖다. 투자해 준다고 거짓말하면서.]

[충북 공장 관계자 : 이번 달 안으로 무조건 치울 테니까. 그게 벌써 1년이에요.]

취재진은 취재과정에서 해당 업체에서 일했다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해당 업체 전 직원 : 10만원에 치워 갈래, 그럼 샘플 보내 봐라 어디.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면 그거 보고, 오케이 알았다 치울게.]

사냥하듯 땅을 노려 폐기물을 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업체 전 직원 : 기업사냥 하는 것처럼 공장사냥 하는 거죠, 완전히. 공장주들이 너무 어렵고 힘든 사람이다 보니까 앞뒤 안 보고 일주일 뒤에 돈 줄게 하면 계약하는 거예요. 그러면 한 3~4일 만에 후다닥 다 쌓는 거예요.]

수소문 끝에 A씨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A씨/해당 업체 대표 : 설계변경이 되어서 기계가 가동된 게 1월 19일이 됐습니다. 저희가 공장에 또 불이 났어요. 그래서 그러한 피치 못할 적치물 이동이 좀 늦어지는 관계가 있어서…]

적치한 건 폐기물이 아니라 산업원자재이며, 공장 상황이 좋지 않아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A씨를 폐기물 불법 투기 혐의로 수사중이고, 일부 지역 사건의 경우 다음달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영업하는 업체가 얼마나 더 있는지 모른다는 겁니다.

[서봉태/환경운동가 : 전국에 네트워크 연결해갖고, 야 우리 물량 나갈 거 있는데. 너희 그쪽에 물량 받을 거 있나. 이렇게 해서 바지 내세워서 임대하고, 공동 투자하고.]

누군가는 이렇게 발생하는 사업장 폐기물을 처리한다며 빈 공장 등에 뿌려 놓곤 돈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뒤늦게 적발되더라도 처리 비용은 결국 시민 세금으로 지불하기 일쑤입니다.

반복되는 고리를 끊어내지 않는다면, 우리 땅은 조만간 비명을 지를지도 모릅니다.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조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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