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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대차 고발된 한의사 "칼슘차, 거시기 바이러스에 효능"

입력 2021-02-19 13:48 수정 2021-02-19 14:44

'코로나' 대신 '거시기 바이러스'로 표현…고춧대차, '칼슘차'로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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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신 '거시기 바이러스'로 표현…고춧대차, '칼슘차'로 홍보

고추를 수확하고 남은 줄기를 달인 물, 소위 '고춧대차'를 마시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고, 심지어 코로나 바이러스를 없애 치료할 수 있다고 홍보한 한의사가 있습니다. 식약처는 고춧대차가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게 없다고 밝혔는데요. 특히나 고춧대는 한약재로도 사용하지 않고, 현행 규정에 따르면 식품 원료로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저도 나물로 무친 고춧잎을 먹어본 적은 있어도 고춧대를 식재료로 사용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고추를 수확하고 남은 고춧대는 버리거나 주로 땔감으로 사용한다. 고춧대를 달여서 마실 수 있냐는 질문에 지나가던 아주머니도 '어이없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JTBC 뉴스룸〉고추를 수확하고 남은 고춧대는 버리거나 주로 땔감으로 사용한다. 고춧대를 달여서 마실 수 있냐는 질문에 지나가던 아주머니도 '어이없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JTBC 뉴스룸〉
이에 식약처는 허위 정보를 퍼뜨린 해당 한의사를 의료법과 식품위생법 등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한 달 전, 이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그런데 며칠 전 제게 이메일 한 통이 왔습니다. 고발을 당한 한의사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오히려 고춧대차에 대한 언론 보도가 홍보에 도움이 된다며 여전히 광고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고춧대차' 고발된 한의사…'칼슘차'로 여전히 홍보

한의사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칼슘차'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었는데요. 칼슘차? 칼슘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멸치'를 우려낸 물을 말하는 건가? 생각했었는데요.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한의사는 자신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고춧대차를 칼슘차라고 바꿔서 부르고 있었던 겁니다. 고춧대에 포함된 칼슘 성분이 멸치의 1.5배, 케일의 2.3배라고 주장하면서 말입니다. 그 외에도 고춧대에는 각종 영양분이 많아서, 달인 물을 마시면 면역력을 길러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식약처의 고발에 따라 고춧대차의 효능이 허위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선 "나를 사기꾼 취급하는 루머들이 유포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꼬투리 잡아 신고…'거시기 바이러스'라 부를 것"

한의사는 그동안 자신이 유튜브에 올려놓은 '고춧대차'와 관련한 동영상이 누군가의 신고로 삭제가 되었다고 주장했는데요. "코로나와 관련된 정보에 대해 꼬투리를 잡아 신고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다르게 표현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바꿔 부른 이름은 바로 '거시기 바이러스'입니다. 동영상 내내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거시기 바이러스'라고 바꿔서 불렀습니다.

식약처로부터 고발당한 한의사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거시기 바이러스'라고 바꿔 표현하면서, 고춧대가 에볼라 바이러스에도 효능을 보일 수 있다며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유튜브〉 식약처로부터 고발당한 한의사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거시기 바이러스'라고 바꿔 표현하면서, 고춧대가 에볼라 바이러스에도 효능을 보일 수 있다며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유튜브〉
식약처가 고발한 것과 관련해서는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조만간 경찰에서 연락이 오면 고춧대차와 관련한 정보를 취합해 제출할 것"이라며 "고춧대차가 '거시기 바이러스'(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걸 입증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영상을 보고 고춧대차를 마시고 효과를 본 사람들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증언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자신이 혐의가 없고, 오히려 고춧대차가 효능이 있다는 걸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도 내놨습니다.


대한한의사협회 "검증되지 않은 내용"…징계 착수

하지만 이 한의사도 소속돼 있는 대한한의사협회 측은 "고춧대 자체가 식품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관련 내용을 논문화한 것도 아니"라며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함부로 전파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시국인 만큼 협회에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요. 실제로 지난 6일 대한한의사협회가 윤리위원회를 열고 한의사에 대한 징계절차에 돌입했습니다. 그러나 협회의 절차에 대해서도 이 한의사는 "협회 회원 자격만 정지되는 것"이라며 "3년간 협회 홈페이지에 글 쓰는 게 정지되는 정도"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이후 보건복지부의 징계가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한의사 자격 정지 보름에서 한 두 달 정도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한의사협회가 징계 절차에 착수하자, 징계가 내려지더라도 회원 자격만 일부 정지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유튜브〉한의사협회가 징계 절차에 착수하자, 징계가 내려지더라도 회원 자격만 일부 정지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신종 감염병은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대규모 확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심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과거엔 이러한 공포심을 이용해 터무니없는 치료법을 내놓거나 잘못된 정보를 대중들에게 유포해 이득을 취하는 세력들이 있었죠. 코로나19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염병에 대한 잘못된 예방과 처방이 여전히 넘쳐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인터넷과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정보 채널이 많을수록 잘못된 정보가 더욱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노인들 사이에서 퍼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먹으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죠.

서울 종로 일대의 약국 10여곳을 다녀본 결과,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이 코로나19 예방·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약을 구할 수 있냐고 문의하는 어르신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JTBC 뉴스룸〉서울 종로 일대의 약국 10여곳을 다녀본 결과,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이 코로나19 예방·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약을 구할 수 있냐고 문의하는 어르신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JTBC 뉴스룸〉
세계보건기구의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도 "코로나19와 관련된 가짜뉴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보다 더 빠르게, 더 쉽게 퍼져나간다"고 했습니다. 결국 WHO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방역 당국의 조치를 무력화하고,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잘못된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미신 파괴자(Myth Busters)'라는 팀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방역당국과 전문기들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많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도 공공의 방역을 저해하는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JTBC는 이런 허위, 가짜뉴스를 검증하고 바로 잡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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